[CEO와칭] 신동원 농심 회장 "라면 한 그릇으로 세계 공략"
라면 한 그릇으로 세계 시장을 넓히겠다는 선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신동원 농심그룹 회장이 제시한 '비전 2030'은 글로벌 중심 체질로의 전환을 핵심으로 한다. 국내를 넘어 해외를 주 무대로 삼겠다는 전략 아래, 농심은 생산 인프라 확충과 현지 법인 설립, 제품 포트폴리오 재편까지 전방위적인 글로벌 드라이브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 회장은 2021년 7월 창업주인 故 신춘호 회장 별세 이후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오너 2세'라기보다 40년 넘게 현장을 누빈 내부 경영자에 가깝다. 1979년 해외사업부 사원으로 입사해 동경지사장, 전무·부사장·사장, 그룹 부회장을 거쳤다. 신입 사원 교육부터 시작해 한 계단 한계단 절차를 밝으며, 2010년에는 지주사 농심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르며 후계 구도를 확정, 이후 글로벌 사업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주도해왔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연구개발과 글로벌 사업에 특히 공을 들여왔다. 1987년부터 4년간 일본 동경지사장을 자원해 근무하며 라면 발상지의 생산·유통 구조를 몸으로 익혔다. 이 경험은 이후 농심의 해외 전략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중국과 미국 매출이 급성장했고, 신라면은 현재 100여 개국에 수출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신라면블랙'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라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농심은 유행을 따르기 보다 일관된 판단으로 제품을 개발왔다. 하얀국물 열풍 당시 시장점유율이 흔들렸을 때에도 기존 빨간국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단기 비판은 있었지만 트렌드가 빠르게 꺼지며 결과적으로 1위 지위를 지켜냈다. 최근에는 소비자 트렌드를 제품화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24년 9월 출시한 '신라면 툼바'는 모디슈머 레시피를 간편식으로 구현한 제품이다. 출시 4개월 만에 2500만개 판매를 돌파했으며, 해외 공장에서도 생산을 시작하며 글로벌 확장도 병행 중이다. 신 회장이 제시한 중장기 청사진은 더 공격적이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농심은 경영 지침을 'Global Change & Challenge'로 정하고, 국내외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체질 전환을 진행중이다. 신 회장은 2030년까지 매출과 영업이익을 두 배로 늘리고 해외 매출 비중을 61%까지 끌어올린다는 '비전 2030'을 공식화했다. 미국 라면 시장 1위, 매출 15억 달러 달성도 목표에 포함된다. 생산 인프라도 확대한다. 부산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개 규모의 수출 전용 공장을 오는 하반기 완공한다. 기존 부산공장과 합치면 수출용 라면 생산능력은 연간 10억개로 두 배 늘어난다. 글로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투자다. 올해 글로벌 전략의 핵심 축은 유럽과 일본이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농심 유럽' 법인을 설립하며 물류·영업 거점을 구축했다. 2025년 유럽 즉석라면 시장은 약 21억~22억 달러로 추산되며, 최근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농심의 유럽 매출도 두 자릿수 성장률을 지속하고 있으며, 현지 법인 설립 등 확장 전략을 통해 2025년에도 전년 대비 성장세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의 라면 수출액은 2019년 2500만 달러에서 2024년 8400만 달러로 확대됐고, 2025년에는 1억 달러대 진입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물면보다 볶음면 선호가 높은 현지 특성에 맞춰 신라면 툼바, 김치볶음면 등 비국물 제품을 전면 배치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접근법이 다르다. 매운맛 체감 기준이 한국보다 높은 점을 고려해 '너구리'를 전략 상품으로 내세웠다. 한국에서 얼큰한맛과 순한맛 비중이 9대1이라면 일본은 7대3 수준으로 순한맛 선호가 높다. 현지 전용 제품 '못찌리 너구리 한국풍해물맛'을 출시하며 소비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일본법인 매출은 2020년 723억원에서 2024년 1064억원으로 증가했고, 현지 매출 200억 엔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 회장은 동시에 신사업 확대도 병행한다.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라이필',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스마트팜 기술 기반 농업 사업 등을 '3대 신성장 축'으로 설정하고 기존 라면 중심 구조를 보완하고 있다. 농심은 2020년 '베지가든'을 론칭했고 2022년에는 서울 잠실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열었다. 스마트팜 사업은 2022년 오만에 컨테이너형 설비를 수출했고 사우디·카타르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라면 의존도를 낮추고 '제2의 성장축'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율 변동, 각국의 식품 규제 강화 등 변수는 늘어나는 중이다. 수출 공장 증설과 해외 법인 확대가 실질적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