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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공무원연금개혁 초미의 과제로 삼아야한다

공무원연금개혁 초미의 과제로 삼아야한다 그토록 우려됐던 국가부채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드디어 1천조 원을 넘어 1117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국민 1인당 국가부채가 2212만원이나 된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을 계속 지급하기 위해서 필요한 돈만 596조 3000억 원에 이른다. 이 연금은 적자가 날 경우 정부가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고스란히 국가부채가 된다. 지난해만해도 연금지급액의 20%에 해당되는 돈을 세금으로 내줬다. 지난해 국가부채규모는 2012년에 비해 215조2000억 원이나 늘어난 것이다. 이 가운데 159조 4000억 원이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으로 내줄 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회계방식의 변경에 따라 140조원 정도가 늘어났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욱이 GDP(국내총생산)에 비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치에 비해 아직 낮다는 한가한 시각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매우 위험스러운 요소가 많다. 첫째,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빠르다. 2011년 773조 5000억 원에서 불과 2년 만에 무려44.5%나 늘어났다. 둘째, 생산적인 분야도 있지만 비생산적인 증가 분야가 우세하다, 비록 국가기간 산업이라고 해도 무리수가 많다. 셋째, 각종 선거 때마다 포퓰리즘에 따라 선심성 무상복지공약을 경쟁적으로 남발해 국가부채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선 공무원연금이나 군인 연금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부채관리의 해법을 달리 찾을 길이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이들 두 연금은 일반국민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형평에 어긋난다. 지급개시년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지급규모가 두 배 이상 된다. 따라서 기회 있을 때마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한다는 논의는 개진되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수혜자인 공무원들이 자진해서 제 밥그릇을 줄일 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여야를 떠나 정치적으로 선뜻 나설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져있다. 역대정권이 공무원연금개혁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역시 미적거리고 있다. 결국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개혁의 길을 찾지 않으면 안 될 형편이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우리나라가 그리스 등 유럽의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2014-04-13 15:57:1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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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발암공포에 떠는 10만명

당뇨 환자가 주변에 많다. 증가폭이 가파르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발병하는 추세다. 환자라기보다는 당뇨인이라고 자연스레 부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 요즘의 생활습관이나 식단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최근 발표된 '2013 지역사회 건강조사'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덜 걷고 술은 더 마신다"가 조사의 주내용이다. 이 때문에 당뇨와 고혈압 환자가 늘고있다는 분석이다.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은 합병증을 두려워한다. 그 때문에 그들은 운동이나 식생활 개선에 적극적이다. 철저하게 혈당체크등 자기관리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다. 이런 절박함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걷잡을수 없는 상황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당뇨환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히 약 복용이다. 정기적인 의사처방으로 약을 복용하며 만성질환을 극복하려 노력한다. 그런데 최근 당뇨인들은 미국법원의 당뇨약 '액토스(성분명 피오글리타존)'의 '발암가능성' 은폐에 따른 징벌적 배상판결에 언짢아 한다. 미국에서는 발암 위험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논란이 일뿐 다른 조치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이 약이 과거에 문제가 됐고 그 당시 경고대응등을 했기 때문에 이번에 특별히 다른 후속책을 취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판결이 액토스와 방광암의 직접적인 연관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생산업체인 다케다제약이 발암위험 가능성을 환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혐의를 인정했다는 사실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알고있는 사실일뿐 새로운 것이 없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당뇨 환자나 가족들은 찜찜한 심정을 애써 억누르며 한숨쉰다. 액터스는 제2형 당뇨환자의 인슐린 저항성을 낮춰주는 약물로 국내에서 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1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10만명이 매일 암에 대한 공포에도 불구 마지못해 약을 먹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의사가 처방하면 불안에 떨며 먹어야 하나. 만약 10만명이 식중독이라도 걸렸으면 우리 사회가 조용할까? 하루 10만명이 발암 위험성을 되뇌며 약을 넘기고 있는 현실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하는지 .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진료거부까지 했던 전국의 의사들이이런 환자들의 아픔과 불안감을 헤아려본적이 있는지 묻고싶다. 이충건

2014-04-13 15:56:2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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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127년만에 사라지는 백열구

경복궁 뒤쪽 깊숙한 곳에 '향원지'라는 연못이 하나 있다. 한 가운데에는 '향원정'이라는 멋드러진 육각 정자도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그곳이 왕가의 휴식처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지난 1887년 이땅 최초의 발전기를 설치했던 곳이자, 그 전기로 백열구를 밝혀 역시 이땅 최초의 전깃불을 켠 곳이기도 하다. 에디슨이 백열구를 발명한 지 8년만의 일로 중국이나 일본보다도 도입 시기가 빨랐다. 다만 당시의 발전 기술이라는 것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었다. 발전기가 돌아갈 때 나는 열을 향원지 물로 식혀줘야만 했고,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어찌나 큰지 마치 천둥이 치는 듯했다고 한다. 그런 와중에 전깃불은 재미난 별명을 얻기도 했다. '찔 증'자에 '물고기 어'자를 쓰는 '증어(蒸魚)'가 그것이다. 향원지 물을 발전기 냉각수로 쓰다 보니 자연히 수온이 올라갔고 결국 향원지에 살던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한 데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또 발전기가 종종 꺼지고 유지비도 많이 들어가는 통에 '건달불'이라고도 불렸고, 향원지 물로 불을 켠다고 해서 '물불', 너무 묘하고 괴이한 불이라고 해서 '묘화(妙火)'나 '괴화(怪火)'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그렇게 다양한 명칭이 존재했다는 건 당시 사람들이 전깃불을 그만큼 신기하게 생각했다는 방증일 텐데, 오늘로부터 만으로 꼭 114년 전인 지난 1900년 4월 10일부터는 서울 종로에서도 첫 민간용 백열구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얼마 있지 않으면 마치 플로피디스크나 CD가 사라져가듯 백열구를 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 올초부터 국내에서는 백열구를 생산하지도 또 수입하지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한때는 신기술의 대명사와도 같았지만 백열구야말로 전기에너지 가운데 고작 5퍼센트만 빛을 내는 데 쓸 뿐 95퍼센트는 열로 낭비해버리는 대표적인 저효율 조명기기인 탓이다. 정부에서는 그 대신 에너지 효율이 좋은 LED전구 등을 보급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한반도에 백열구가 들어온지 127년만에 일어나는 변화….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야 없지만 그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지도 모를 극빈층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는 적극적으로 주문하고 싶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10 14:02: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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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약방의 감초, 주방의 파

한약에 감초가 빠지지 않는 이유를 동의보감에서는 72종류의 광물성 약재, 1200가지의 식물성 약초와 조화를 이루며 약효를 더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주방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하는 것이 파다. 음식마다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양념이기에 별명이 '화사초(和事草)'다. 모든 종류의 음식과 조화를 이루어 좋은 맛을 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송나라 때 문헌인 청이록에 보인다. 물론 감초가 모든 약에 다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요리를 할 때 파를 넣지 말아야 하는 음식도 있다. 예컨대 미역국에는 파를 넣지 않는다. 미역과 파는 음식궁합이 맞지 않아 영양분이 상충하고, 맛 역시 서로를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고기에는 파가 어울리는데 특히 봄에는 고기와 함께 파를 먹으라고 했다. 고대 중국의 예법을 적은 예기(禮記)에 나오는 이야기다. 회를 먹을 때 봄에는 파, 가을에는 겨자를 곁들여 먹으라는 것인데 여기서 회는 굳이 생선회가 아니라 주로 육회를 뜻한다. 약간 응용하자면 요즘 고깃집에서 파 무침을 내오는 것은 고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예법을 따른 것이 아닌가 싶다. 예기에는 또 군자를 맞이해 파와 마늘을 준비할 때는 양쪽 끝을 가지런히 다듬어 놓아야 한다고 했다. 소중한 손님을 맞을 때 파는 빼놓을 수 없는 채소였을 뿐만 아니라 사소한 반찬 하나도 정성껏 깨끗이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요즘 쪽파가 제철이다. 쪽파로 담근 파김치도 맛있고 파절이 한 접시에도 입맛이 살아난다. 옛날 선비는 파를 인생의 청춘에 비유했지만 봄 파는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이었다. 그만큼 생명력이 넘치기 때문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4-09 11:25: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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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일목요연(一目瞭然)

일본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란다. 한쪽 눈이 없는 어느 정치인이 상대 정당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자 반박할 근거를 대지 못한 쪽 의원이 이렇게 말했다. "눈도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그러자 공격을 받은 의원이 "네, 저는 한쪽 눈밖에 없어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꿰뚫어볼 수 있지요"라고 응수했다. 폭소가 터지고 인신공격을 한 쪽은 완패한 꼴이 됐다. '일목요연'의 본래 뜻은 한눈에 척 봐도 명쾌하게 드러난다는 건데, 그걸 이 눈 하나밖에 없는 정치인은 멋진 반격의 부메랑으로 활용할 줄 알았다. 존엄한 사회의 감정사회학을 제창하고 있는 김찬호 교수가 최근에 펴낸 책 '모멸감'에 소개된 실례다. 링컨이 선거 중에 두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는 모함에 대해 "그게 사실이면 감히 이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가 있겠습니까?"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모멸의 대상을 도리어 그 사람만이 가진 장점으로 역전시킨 발상의 유쾌함이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재치로 대응하는 능력을 갖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대개는 모멸의 언사나 행위로 해서 마음과 영혼에 상처를 받는다. 좌절과 분노, 또는 슬픔은 모멸이 가하는 학대의 결과다. 힘이 없거나 출신이 처진다고 여겨지거나 가난하거나 행색이 남루하다거나 하는 것들은, 사람들에게 이런 가해행위를 별 부담 없이 하게 만드는 조건들이 된다. 다들 그 저주의 목록에서 빠져나오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그 경쟁은 또 다른 상처와 모멸의 무대가 된다. 악순환이다. 박재동 화백이 전시회를 하고 있다. 벽에 걸린 그림 하나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다.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가? 자기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곳에서 산다. 그렇지 못하면 살 이유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심지어 죽고 싶어 한다. 이것이 사람이다." 인간의 존재 이유를 관계 속에서 명쾌하게 토로하고 있다. 모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사회나 관계는 죽음의 병을 키워가는 곳이다. 상대를 밟고 행복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있다. "우월감은 행복이 아니다." '모멸감'의 한 대목에 적힌 글귀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거나, 자기의 권세로 약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자신에게 행복의 이유가 되는 사회는 비루하다. 인간을 존엄하게 대하는 이는 한눈에 척 봐도 그 얼굴빛이 남다르다. 일목요연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 한쪽 눈이 없는 경우일지라도. /성공회대 교수

2014-04-06 15:58: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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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재벌총수들은 국민정서를 외면하고 있다

재벌총수들의 연봉이 공개된 후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다. 굴지의 그룹총수들이 받고 있는 연봉이 상식을 벗어난 거액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은 4곳의 등기이사로 지난해에 모두 301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으로 131억원,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은 140억원을 받았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등기이사를 맡지 않아 연봉 공개대상에서 제외돼 실제 얼마를 받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러한 연봉 규모는 선진국 기업과 비교하면 그렇게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 정서로 보아 이러한 재벌총수의 연봉이 합당하다고 수긍할 사람은 드물다. 최태원 회장만 해도 회사 돈 450억원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구형받고 법정 구속됐고, 김승연 회장 역시 2012년 8월 징역 4년을 선고 받아 법정 구속됐다가 지난 2월에야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 이들은 대부분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 회사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없었다. 일부 총수들은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연봉을 챙기기도 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GS에서 21억6500만원, GS건설에서 17억2700만원을 받았다. GS건설은 지난해 8273억원의 적자를 낸 회사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도 427억원의 적자경영에도 불구하고 42억4100만원이나 타갔다. 재벌총수들은 경영 성과에 따라 주식배당금으로 부를 얼마든지 축적할 수 있는 입장이다. 미국의 '글로벌 스타' 최고경영자인 마크 저커버그는 지난해 단돈 1달러의 연봉을 받았으며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도 그랬고 구글의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10년 동안 1달러만 받았다. 우리나라 재벌총수가 이들을 반드시 닮으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반기업정서가 강해지는 국민들의 마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나라들도 최고 연봉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부결되기는 했지만 최고 연봉 규제를 놓고 국민투표에 붙여진 일이 있다. 우리도 상식이 통하는 선에서 재벌총수의 연봉이 정해져야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등기이사가 아닌 경우와 비공개법인도 일정규모 이상은 공개해야 마땅하다. /언론인

2014-04-06 11:45:0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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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이제 그만

오늘로부터 정확히 9년 전인 지난 2005년 4월 4일 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강원도 양양 낙산사까지 밀어닥친 산불이 전각들을 하나둘 집어삼키는 모습이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되고 있었다. 헬기 10여 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지만 바짝 마른 풀과 나무, 그리고 강한 바람 때문에 불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다. 특히 천년고찰 낙산사는 그 자체가 목조 문화재들의 집합소였기에 불은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결국 낙산사 대부분이 불에 타버리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보물로 지정된 동종은 불에 녹아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됐다. 사실 당시 산불은 규모가 엄청났다. 백두대간을 넘어오는 고온 건조한, 게다가 강력하기까지 한 바람 앞에서 현대의 소방시설조차 속수무책이었다. 낙산사가 제아무리 화재방지 노력을 했어도 당시 산불은 끄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다. 하지만 자연재해 앞에서 마냥 두 손 놓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당시 강원도소방본부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도내 46개 전통사찰 4곳 중 1곳은 소방펌프차가 진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더욱이 요즈음 들어서는 자연재해 외에 방화에 의한 화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에 숭례문이, 2010년에는 부산 범어사 천왕문이 방화로 큰 피해를 입었다. 또 흥인지문을 비롯해 혜화문과 동묘, 그리고 수원 화성행궁과 성공회 강화성당을 대상으로 한 방화 시도도 잇따랐다. 다시 4월이다. 언제 화마가 닥칠지 모를 목조 문화재들을 더 없이 극진하게 살필 때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4-03 11:22: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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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진달래꽃 화전 먹는 까닭은…

올해는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동시다발로 피면서 세상이 전부 꽃밭으로 변했다. 꽃은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원칙이지만 조상님들은 입으로도 꽃을 감상했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을 먹으며 멋과 낭만을 즐겼으니 봄이면 진달래 화전에 배꽃을 따다 이화전을 부쳤고 여름에는 장미전과 연꽃, 연화전(蓮花煎) 가을에는 국화전으로 계절을 맛보았다. 요즘은 봄꽃 구경은 벚꽃이 우선이지만 예전에는 전국적으로 진달래 꽃구경을 했다. 서울만 해도 남산은 아예 진달래 꽃밭으로 봄놀이를 겸해서 진달래 따다가 화전을 부치는 것이 풍류고 낭만이었다. 우리는 봄이 되면 진달래를 다양하게 먹었다. 찹쌀가루에 진달래꽃을 얹어 부치는 화전을 비롯해서 밀가루에 진달래꽃을 따다 섞어 뽑는 진달래꽃 국수인 화면(花麵)도 있고, 진달래꽃 띄운 화채로 마른 목을 축였으니 입안에 꽃향기가 가득 퍼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진달래 떡에다 진달래술까지 봄이면 곳곳에서 진달래 축제가 벌어졌다. 그런데 왜 봄에 피는 수많은 꽃 중에서 진달래꽃을 먹으며 봄의 잔치를 벌였을까? 진달래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꽃인데다 철쭉은 먹지 못하고 개나리 역시 식용에 적합하지 않으니 진달래로 화전을 부쳤겠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진달래는 성질이 차기 때문에 열을 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날 진달래꽃으로 화전을 부치면 멋과 함께 여름 더위도 예방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 진달래 화전은 낭만이고 음식이며 보약이다. 어제가 삼짇날, 진달래 화전 먹는 날이었지만 대신 주말에 진달래꽃, 벚꽃을 감상하며 눈과 함께 입 호사도 함께 누리면 좋겠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4-02 11:47:3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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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태양의 애무

별로 수줍지 않은 표정이다. 살며시 보여주는 것도 아니었다. 또는 은밀하게 감추어두었던 몸이 행여 드러날까 조심하는 기색조차 없다. 태양의 시선이 각도를 바꾸자, 아무래도 자신감이 생긴 모양이다. 어쩌면 거침없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자신의 미모를 활짝 공개한다.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서로 무척 닮았으나 각기 다른 미소를 짓고 있는 꽃들이 온 세상을 기적의 화원(花園)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봄은 어느새 경쾌한 발걸음의 정원사가 된다. 간밤에 비가 내리쳐 이 아름다운 풍경이 망가질까 하는 걱정도, 아침이 부드럽게 열리면서 말끔히 가셨다. 창문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나에게 오기 전 이미 꽃들을 어루만진 애무(愛撫)의 손길이다. 그래서인지 그 손끝에서 벚꽃 향기가 난다. 어루만질 '무(撫)'라는 한자는, 없을 무(無)에 손 수(手)가 합쳐진 글자다. 있지도 않은 것을 만진다는 것인지, 또는 뭔가 없어질 때까지 어루만진다는 것인지 뜻 해석에 장난기가 발동한다. 물론 없을 '무'는 이 글자의 소리를 받쳐줄 뿐이나, 따지고 보면 사랑으로 어루만지는 것은 세상의 근심과 염려, 아픔과 외로움을 사라지게 하는 영혼의 마술이 되지 않으려나 싶다. 태양의 애무는 그렇게 지상에 꽃을 피운다. 차갑게 굳어있던 흙 속에 뿌리를 내린 나무들은 단잠을 자고 깨어난 기분에 잠긴다. 그리고는 따뜻해진 자신의 몸에서 겨우내 숨겨놓은 비밀을 꺼내 보여준다. 바람 불어 외투를 걸치고 있던 투박한 육신에서, 이토록 화사하기 그지없는 빛이 뿜어 나올지 누가 미처 짐작했겠는가? 냉기에 대한 두려움이 소멸한 존재의 확신을 입증하는 순간이다. 그 꽃들을 피워낸 손길에 온 몸을 내맡기는 사람들도 생명의 기력이 마음과 몸에 차들어 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건 이내 인간, 그것도 춤추는 자의 체온이 된다. 꽃 춤이다. 우리도 언 땅에 발을 딛고 살다가, 우주 저 멀리에서 타오르는 거대한 횃불이 예까지 이르러 나의 살과 뼈, 그리고 영혼의 온도까지 변모시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매번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낯선 계절에 대한 설렘이, 밤새 누구도 모르게 키가 자라는 야생초처럼 아주 미세하게 몸 속 저 깊숙한 곳에서 흔들리며 올라온다. 변신을 준비하라는 모양이다. 모든 것이 뒤범벅이 된 카오스의 강을 건너 생명의 땅으로 들어서는 기쁨이다. 아, 꽃은 내 안에서도 피어나고 있구나. /성공회대 교수

2014-03-30 18:30:2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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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새누리당은 강자의 그릇이 못 된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드디어 공식출범했다. 지난 26일 국회 130석 의석을 지닌 제1야당이 탄생된 것이다. 바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오는 6월 지방선거부터 일대일 구도로 민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종전 민주당의 색깔이 크게 달라질 만큼 정강정책에 중도 노선을 강화했다. 4대 비전으로 △정의로운 사회 △통합된 사회 △번영하는 나라 △평화로운 대한민국 등을 제시하며 중도·민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신당에 대해 집권여당은 한마디로 냉소적이다. 그동안 쌓인 감정의 골을 조금도 감추지 못하며 원색적으로 깎아내리고 있다. 집권여당의 여유와 아량은 조금도 찾아보기 어렵다. 창당에 따른 당대표의 축하 메시지는 고사하고 흔한 덕담 한 마디 할 줄 모르는 게 새누리당이다. 물론 네덜란드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핵안보정상회의 중에도 '원자력방호방재법개정안'까지 처리해주지 않아 앙금도 컸겠지만 강자로서의 의연함은 잃지 말았어야 했다. 대변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줄줄이 극단적인 비판 논평을 내놨다. "안철수 공동대표는 '100년 갈 정당'을 건설하겠다고 과욕을 부렸으나 정작 '100년 살 아파트'는커녕 가족들이 입주마저 거부하는 '부실 아파트'로 전락하게 됐다. '부실 아파트'에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세 가족이 곁눈질을 하며 살 수밖에 없는 시한부 동거에 불과할 뿐이다. 그 종말을 국민과 함께 지켜볼 것"이라고 박대출 대변인이 독설을 퍼부었다. 함진규 대변인은 "새 정치를 외쳤지만 보여주는 모습은 여전히 선명치 않다"며 "아무쪼록 창당을 계기로 지금껏 입으로만 외쳐온 새 정치를 이제부터라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논평했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이 갈망하는 정치판은 '젠틀맨십'의 타협과 화합을 추구하는 상생의 정치이다. 지금까지 야당인 민주당에 국민들이 고운 눈길을 주지 않는 점도 따지고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로 투쟁일변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누리당도 야당과 마찬가지 수준에서 이전투구 할 작정인가? 집권여당부터 '참다운 새 정치'의 출발을 위해 작은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지지율이 다소 높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언론인

2014-03-30 11:45: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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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74>임진왜란 때보다 더 많아진 거북선

지난달 전남 여수 연안여객터미널 근처에 거북선이 등장했다. 전체 길이 35.3m, 선체 길이 26.2m, 폭 10.6m에 달하는 '실물 크기' 거북선이라 한다. 건조사업에 착수한 지 5년 만이다. 얼마 전엔 여수엑스포역 광장에도 전체 길이 15m짜리 거북선이 자리를 잡았다. 사실 현재 한국에 존재하는 거북선의 수는 임진왜란 당시보다도 많다. 학계는 임진왜란 당시 건조된 거북선 수를 대략 5척에서 7척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지금은 전남 여수를 비롯해 통영·남해·창원 등 경남에 있는 거북선까지 모두 10척이 넘는다. 침투력 뿐만 아니라 특유의 방어력 때문에 굳이 주력 전투함인 판옥선보다 많이 건조할 필요성이 없었다는 거북선이 정작 21세기 들어 붐을 이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순신 장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해역에 가까운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거북선 건조 사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거북선을 매개로 관광 수입을 늘려볼까 하는 생각과 지자체장의 업적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문제는 건조 비용이 만만치 않고 그마저도 엉터리라는 점이다. 지난달 준공한 여수 거북선 건조에 들어간 예산이 26억원, 앞서 경남도가 6척의 거북선을 짓는 데 쓴 돈은 123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모양도 제대로 고증되지 않은 상태고 계획과는 달리 수입 목재를 써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여수 거북선은 해상전시와 육상전시 사이에 갈팔질팡하고 있다. 심지어 경남도는 임진왜란 때 음식을 재현하겠다며 '이순신 밥상'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예산만 받고 폐점하는 식당들이 속출하는 등 적잖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요즘 사람들에게 420여 년 전 사람들이 느꼈을 절망과 공포, 그리고 거북선에 걸었을 기대를 제대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해도 너무 한 건 사실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 저자

2014-03-27 15:44:5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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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밥맛은 돌솥밥이 최고다?

밥은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동남아의 푸석푸석한 쌀로 지은 밥이나 중국의 쪄낸 것 같은 밥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한국인이니까 우리 밥이 제일 맛있다고 하겠지만 그렇다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아도취에 빠져서 하는 소리만도 아니다. 청나라 초기의 학자였던 장영 역시 "밥 짓는 기술은 조선이 최고"라고 인정했다. 재료인 쌀도 좋아야 하지만 불 다루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는데 끓이고 뜸 들이는 기술은 조선인이 으뜸이라는 것이다. 밥맛 좋다는 우리 밥 중에서도 진짜 맛있는 밥은 어떤 밥일까? 현대인들은 시골 고향집에서 먹었던 가마솥에 향수와 추억이 담겨있으니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가마솥 밥을 그리워하지만 옛날 조상님들은 돌솥밥을 제일로 꼽았다. 조선 후기 영조 때 발행된 증보산림경제에는 밥 지을 때는 돌솥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고 다음은 무쇠로 만든 가마솥이며 다음이 놋으로 만든 유기 솥이라고 했다. 규합총서에도 밥솥으로는 돌솥이 으뜸이라고 했으니 조선시대에는 가마솥보다 돌솥에 지은 밥을 더 좋아했던 모양이다. 지금과 달리 솥의 재질과 제조기술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 조선의 왕과 양반은 주로 돌솥밥으로 식사를 했다. 임금님의 수라 짓는 솥은 새옹이라는 조그만 곱돌솥에 꼭 한 그릇만 짓는데 숯불을 담은 화로에 올려놓고 은근히 뜸을 들여 짓는다. 이렇게 먹는 돌솥은 개인 밥솥이었으니 특정인의 것이라고 구분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사대부들은 돌솥에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시 구절을 적어 자신의 밥솥임을 표시를 했다. 시를 감상하면서 먹는 밥은 맛이 어땠을까? /음식문화평론가

2014-03-26 11:36:4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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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아버지, 나 그리고 홍매'

무대 위에 올려진 시골집은 흑백 사진 같은 풍경이다. 그것은 고향이면서도 더는 고향이 아니며, 우리의 집터였으면서도 더는 우리가 사는 집은 아니다. 우리의 마음은 오래 전 그곳을 떠나왔고 어느 새 그곳은 낯선 곳이 되어버렸다. '시골집'은 홀로 버려진 과거다. 그런데 그것은 다만 풍경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안에 담겨져 있던 체온을 언젠가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길에 떨어뜨렸는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는다. 우리는 서로 뒤엉키면서 끈끈하게 나누는 정을 옆으로 밀어제친 지 꽤 되었으며, 서로의 삶을 보듬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풍습도 고리짝에 놓고 자물쇠를 잠근 지 한참이 되었다. 신구와 손숙 주연의 연극 '아버지, 나 그리고 홍매'를 보는 내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을 도리가 없었다.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의 자국이 세월이 흐르면 다시 회한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해진다. 부모와 자식, 형제가 서로 주고받는 마음이 어느 날엔가는 추억이 되고, 그건 때로 가슴을 저미게도 하고 때로 우리의 영혼을 울컥하게 한다. 세월이란 그렇게 지나쳐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부르면 다시 돌아와 그날 그 시간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애타는 마음이야 어찌 하겠는가마는 우리의 가슴에 죽어 사라지는 것은 그래도 결국 없게 된다. 신구와 손숙은 우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그 무대 위에 모신 사제가 된다. 연륜이 깊어진 연기는 역시 연기가 아니라 삶 자체가 되는 것을 또한 절감한다. 늙고 병든 아버지는 적막한 밤의 시간들을 보내며 외로워하고 고통스러워한다. 몸은 굳어져가고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존재 자체가 점차 모두에게 부담이 되어가고, 자신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은 모두에게 자명해져가고 있다. 늙은 아내 홍매는 언제 한번 제대로 정답게 대해준 적 없이 그렇게 떠나갈 채비를 차리는 남편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인생의 힘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린다. 아니던가? 우린 누구나 할 것 없이 언제나 그렇게 뒤늦게 깨닫는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마당 한 가운데 서 있던 매화나무에서 붉은 홍매가 피어난다. 아픈 세월이 닥쳐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꽃이 핀다. 우리에게 사랑과 생명을 주신 모든 부모님들이 이 봄에 피는 홍매로구나. 볕이 따스하다. /성공회대 교수

2014-03-23 18:02: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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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 '규제개혁' 공무원 마음가짐에 달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고 드디어 7시간에 걸친 '끝장토론'까지 벌였다. 지난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규제개혁 회의에서 매우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규제개혁의 성패는 결국 공무원에게 달려있다"면서 "국민과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행정을 펼친 공무원에 대해서는 감사를 면책해주고 예산과 승진·인사에서 파격적인 혜택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2016년까지 등록규제 1만5269건을 1만3069건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통령의 의지로 보아 규제개혁은 이제 어느 정도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앞으로 몇 년간 20% 정도의 규제를 줄인다고 해도 규제개혁과 전쟁을 치르기 시작한 김영삼 정부 이전인 1988년의 1만185건보다도 양적으로 많다. 문제는 건수 위주로 대처하기보다는 규제를 집행하고 있는 공무원의 자세에 더 주목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박대통령의 공무원에 대한 시각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공무원의 행정편의주의는 물론 부처이기주의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규제개혁의 실효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법 밑에는 시행령, 시행규칙, 고시, 예규 등이 도사리고 있다. 여기에다 지자체별로 각종 조례를 만들어 기업 활동을 가로막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공무원의 자세는 대체로 '면피' 위주에다 포지티브 방식의 무사안일로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따라서 규제개혁의 실효를 거두자면 공무원이 민원인의 입장에서 가급적 긍정적인 방향으로 규정을 해석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민원이 해결되지 않는 규정에 대해 의문을 품고 개선하는 공무원이 우대 받는 풍토 조성이 절실하다. 아울러 박 대통령이 밝힌 공무원 평가 기준을 구체화시켜 실행해야 한다. 연공서열 방식도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상벌제도 역시 바뀌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감사원의 감사 결과 잘못한 것만 골라 책임을 묻는 '필벌(必罰)'보다는 잘한 것을 보다 적극적으로 찾아 상을 주는'신상(信賞)'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아가 대민업무에 솔선수범하고 창의력을 발휘해 훌륭한 성과를 올렸을 때에는 파격적인 승진제도도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말 그대로 '위민행정'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해야 한다. 그러자면 다른 어느 분야보다 정치발전과 함께 규제개혁으로 공공서비스 혁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언론인

2014-03-23 10:55:3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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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 로마황제는 왜 소시지를 못 먹게 했을까?

소시지는 어른 아이 모두 좋아한다. 인류가 먹은 역사도 오래여서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에도 나온다. 이런 소시지를 로마시대에는 두 번이나 못 먹게 했다. 왜 소시지 금식령이 내려진 것일까? 소시지 금식령의 주인공은 9세기 비잔틴 제국의 황제 레오 6세였다. 당시 동로마에 식중독이 퍼졌는데 순대처럼 고기와 피를 채운 소시지가 원인으로 소시지가 지목됐다. 중세까지만 해도 유럽에서는 소시지를 잘못 먹어 식중독에 걸리는 사례는 많았다. 때문에 소시지의 나라인 독일에서는 식중독을 아예 소시지 중독(Wurstgift)이라고까지 표현한다. 4세기 초반 서로마에서도 비공식적이지만 소시지 먹는 것이 금지됐다. 서기 313년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면서 엉뚱하게 소시지에 불똥이 튀었다. 사치스런 음식인 데다 풍기문란을 유발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시지에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기독교 공인 이전 로마에서는 봄맞이 축제로 루퍼칼리아 축제가 인기가 높았다. 로마 건국신화의 주인공 로물루스와 레무스 탄생을 기념하는 축제로 봄이 시작되는 것을 축하하고 다산을 기도하는 날이었다고 한다. 로마시대에도 남녀가 유별했는지 축제 기간만큼은 선남선녀의 자유로운 만남이 허락됐다. 소시지는 바로 루퍼칼리아 축제에서 먹는 음식이었다. 그런데 1세기 네로황제 때부터 루퍼칼리아 축제가 문란해지기 시작했다. 갈수록 눈살을 찌푸릴 정도가 됐다. 결국 기독교가 공인된 이후 순결을 강조하고 우상숭배 기피 풍조가 퍼지면서 축제 자체가 금지됐고 덩달아 축제 음식인 소시지까지도 기피하게 됐다. 빗나간 봄맞이 축제로 소시지가 피해를 봤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3-19 12:16:1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