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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공기방울 글씨

인어공주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공기방울이 되어 하늘로 떠오른다. 그런데 그것은 모든 것이 허무하게 사라진 잔해의 거품이 아니다. 자신을 배신한 왕자를 용서하고 자기 목숨을 구할 수 있는 길을 포기한 채, 선한 마음으로 사랑의 기운이 되어 세상에 퍼져나가는 시작이었다. 슬프지만 착한 사랑의 여진이 마음을 아련하게 한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어머님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힘민복 시인의 〈성선설〉이라는 제목의 시다. 생명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내 연결하고, 그것이 하나의 또 다른 진화된 생명의 조직과 능력이 된다는 것은 오늘날 생명과학이 주목하는 바이다. 물론 꼭 열 개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몸을 만들어내고 거기에 그 마음이 담겨지게 된다는 대목이다. 인간의 뇌는 우리의 마음이 등불을 켜고 찾아나서는 산맥과 계곡이며 강과 바다이다. 기억의 창고를 벗어나면 보이는 뇌 속의 풍경은 대부분 아직도 우리에게 발을 들여놓지 않은 미답(未踏)의 세계이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과 몸에는 우리가 살아온 흔적과 함께, 우리가 살아갈 미래의 지도가 펼쳐져 있다. 그 뇌 안에서 마음이 밖으로 뿜어낸 공기 속에는, 바로 그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섞여 움직이면서 빛을 낸다.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쓴, 요즈음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함민복의 시 의 한 대목이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가녀린 손가락들/나는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 주던/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핸드폰을 다급히 품고/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공기방울 글씨/엄마/아빠/사랑해!/아, 이 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아 그러고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공기방울에는 무수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그 역시 인어공주의 공기방울처럼 허무하게 소멸된 생명의 포말(泡沫)이 결코 아니다. 엄마 뱃속에서 입었던 열 달의 망각될 수 없는 은혜에 대한 기억이 마침내 열 손가락이 되었듯이, 바로 그 손가락으로 남긴 글자들이 우리의 마음과 몸속으로 들여 마셔진다. 죽어간 아이들이 세상에 남긴 눈에 보이지 않는 편지들이다. "사랑해!" 그렇게 쓰인 이 글자의 힘으로 우리의 매일은 소중하고 아름다워진다. 그건 무엇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생명의 활자다. 미안함을 넘어서는 내일을 기도하는. /성공회대 교수

2014-06-08 17:45:0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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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이제는 민생안정에 올인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가 아직 수습되지 않은 가운데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이번 지방선거의 특징은 무엇보다 민심의 소재를 어느 때보다 적나라하게 보여준 점이다. 여당에게는 '책임'을 묻고 야당에게는 '경고'를 내렸다. 광역 단체장 17곳 가운데 여당이 8곳, 야당이 9곳을 이겼다. 단순히 보면 야당이 신승했다. 그러나 기초 단체장은 여당이 124대 72로 우세하다. 따라서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가리기도 어렵다. 국민들은 여야를 가릴 것 없이 과제를 부여한 셈이다. 바로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표심으로 보여주었다. 이제 정치권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 해야 한다. 가뜩이나 저성장의 그늘 속에 서민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판에 '세월호 참사'로 찬물을 끼얹졌기 때문이다. 실제 소비가 냉각된 가운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수정할 정도다. 특히 높은 실업률이 개선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고 해도 약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원화 값이 올라가 수출시장도 녹록치 않다. 일본이 회복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국민소득도 2년래 최저수준인 0.5% 증가에 그쳤다. 세월호 참사와 지방선거가 실시된 2분기에는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더욱이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1000조원을 넘어선 이래 올 들어서도 증가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일반 서민들의 구매력이 살아날 기미가 없다. 일부 연구기관에서는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에 집중해야한다. 우선 조각수준의 개각을 서둘러 개혁에 속도를 내야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이 밀려 있다. 우선 국무총리를 비롯하여 국무위원을 일괄 지명해 공백기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당도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광의의 국정동반자 자세가 되어야 한다. 당리당략을 떠나 절제된 입장에서 정국을 운영해야 실추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대다수 국민이 고통 받고 힘겨운 상황을 헤쳐 나가는데 기여하자면 역지사지의 입장이 돼야 한다. 그래야만 보다 성숙된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선거 결과를 놓고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언론인

2014-06-08 11:21:2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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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자식 농사

자식 가진 사람, 남의 자식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전통적 깨우침이다. 그만큼 자식 교육은 내놓고 자신할 수 없다. 그러나 부모의 교육관이 어떤가도 중대한 문제가 된다.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부모의 욕망이 관철되도록 하는 야만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교육계는 고뇌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확실해 진 것은 인간다움을 기르는 교육이 그 무엇보다도 앞서야 한다는 각성이다. 전문적 능력이 아무리 우수해도 양심과 윤리, 인간다운 성정을 지니지 않으면 그러한 전문능력과 그로 인해 주어지는 재력, 사회적 위치는 이들의 힘 앞에 놓이게 되는 이들에게 흉기로 작동할 뿐이기 때문이다. 교육이 흉기를 대량생산하는 현장이 된다면 그야말로 끔찍하다. 그래서 교육은 언제나 가치 논쟁을 그 중심에 세운다. 이념과 사상, 철학과 윤리에 대한 성찰과 논쟁은 결코 낡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아주 "오래된 미래"이기도 하다. 이념과 사상은 지난 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쟁투의 시대착오적 산물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이상향을 가는데 두고두고 필요한 나침반이다. 철학과 윤리도 인간의 이성을 비판적으로 단련시켜 기만에 속지 않고 자신의 주체성을 세우는 정신적 능력이다.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의 문제는 인간에게 인간이 되도록 하는 핵심적 사건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은 언제나 이러한 고민을 담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미래사회는 갈수록 잔혹해지고 욕망의 싸움터가 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시 교육감 후보 가운데 두 사람의 딸 그리고 아들이 각기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쓴 글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승덕 후보의 딸은 자신의 아버지가 자식교육에 무책임한 사람이라 서울시 교육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조희연 후보의 아들은 인지도가 낮은 자신의 아버지가 가진 교육적 가치에 대해 주목해달라고 호소했다. 모두 다 용기 있고 감동적으로 잘 쓴 글이었다. 내용은 얼핏 대조적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어떤 교육이 우리가 바라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여기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을 뽑는 선거는 시장을 뽑는 선거에 비해 주목도가 밀리지만, 그 질적 의미로 보자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자식농사는 결국 함께 해나가는 일이자, 미래사회를 향한 우리 모두의 선택이기도 하다. /성공회대 교수

2014-06-01 17:04:0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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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박 대통령, 인재기용방식에 혁신이 요구된다

박근혜대통령은 지금 집권 15개월을 맞아 최대의 시련기를 맞고 있다. '4.16 참사'로 비롯된 총체적 국정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이미 국가개조수준의 개혁을 기회 있을 때 마다 강조하고 개각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안대희 카드'가 실패하자 박대통령의 인재기용방식에 다시 한 번 논란이 되고 있다. 바로 측근 중심 인재풀로 아직도 종전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집권이후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고 할 만큼 매사를 직접 챙기려는 하향식 리더십이 한계에 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제 잔여 임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지만 집권 2기를 맞는다는 각오로 조각 수준의 개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첫 단추인 총리마저 도중하차하고 말았다. 이는 지금 우리나라가 가야할 국정의 목표와 과제를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을 고르는데 실패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인재의 기준을 철저히 설정하고 거기에 걸맞은 인물을 찾아야 마땅하다. 우선 도덕성에 흠이 없어야 한다. 다음으로 적재를 찾아 국민여론을 사전에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깜짝 인사'를 강행할 경우 백전백패다. 특히 지역과 당파나 출신을 떠나 국민적 인재풀을 운영해야 한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은 제3공화국 초대총리에 야당을 지지한 최두선 동아일보 사장을 기용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다 당동벌이(黨同伐異)의 한계를 벗어나 자신보다 더 훌륭하다고 판단되는 인사를 과감히 중용해야 국민들에게 믿음이 가고 지도력을 격상시킬 수 있다. 미국의 강철왕 카네기는 자신보다 장점이 많다고 판단되면 어떤 방법이든 영입시켰다. 그래서 묘비명도 "자기보다 훌륭하고 덕이 높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 그러한 사람들을 곁에 모아둘 줄 아는 사람 여기 잠들다"로 되어 있다. 조선 500년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세종대왕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인사정책을 펴 엄청난 인재를 배출했다. "인재가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은 나라의 수치"라며 지역과 신분고하를 막론하고 쓸 만한 인재를 중용했다. 자신의 즉위를 반대해 귀양가있던 황희를 중용해 조선 최장수 청백리명재상으로 만들었다. 또 노비출신 장영실을 기용해 과학기술의 황금기를 열었다. 이제 박대통령은 국가개조의 대명제를 풀어 반듯한 나라를 만들자면 인재기용에 마음의 문을 열고 혁신을 기해야 가능하다. /언론인

2014-06-01 11:38: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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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두 청년의 의기투합

그 광고판을 본 것은 2년 전이었다. 서울 안국역에서 일본문화원 쪽으로 나가는 4번 출구 아래 가로 4미터, 세로 2미터짜리 광고판이 하나 있었다. 거기에는 눈물을 흘리는 듯한 한 소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한 대형사진이 한 장 붙어 있었다. 지난 2011년 12월 14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000번째 수요시위를 맞아 일본대사관 앞에 세운 '위안부 소녀 동상'을 모델로 한 사진이었다. 그리고 사진 속 소녀가 흘리고 있는 눈물은 실제 눈물이 아니라 세로로 쓴 한 마디의 문장이었다. 바로, "일본은 사죄하라" 자비 110만 원을 들여 이 광고를 낸 이들은 28살 동갑내기 김요셉 씨와 강민석 씨였다. 광고계에서 일한다는 두 청년은 평소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물론 근현대사에 대해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연히 라디오에서 일본군'위안부'들의 삶을 듣게 되면서 도대체 그게 무슨 이야기인지 찾아보게 됐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저질러 놓은 문제를 해결은커녕 그러한 사실조차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행태를 알게 됐고, 과연 그것이 그냥 지나쳐도 되는 문제인가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두 청년... 그들은 고민했고 그 결과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일, 바로 광고를 통해 그러한 무책임과 무성의를 고발하는 데 의기투합했다고 한다.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광고판은 그렇게, 일본문화원으로 통하는 길목에 나붙었다. 물론 광고비를 계속 낼 수는 없는 처지여서 광고판은 얼마 안 가 결국 내려졌다. 그러나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여전하다. 일본 정부도 묵묵부답이지만 그렇다고 한국 정부라고 해서 나을 것도 별로 없다. '위안부 소녀' 광고판이 있던 곳에서 멀지 않은 세종로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지금도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지난 1992년 1월 8일 첫 시위를 시작했으니 오는 수요일이면 무려 1,000번 하고도 129번째 수요시위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2014-05-29 15:44:3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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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야당은 지금 정치적 공세를 펼 때인가?

'4.16 세월호 참사'로 잠시 잠잠했던 야당의 주요 인사들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시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대선 때 박근혜대통령과 민주당후보로 경쟁했던 문재인 의원은 최근 세월호 사태를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에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 16일 "세월호는 또 하나의 광주"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어 18일에는 광주광역시 5.18민주묘역을 찾아 "광주민주항쟁을 일으켰던 국가와 세월호 참사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국가의 모습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비판한바 있다. 또한 국회의원을 두 번씩이나 하고 노무현 정부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역임한 유시민씨도 지난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유 씨는 지난 2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고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자신의 입지를 키우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가리켜 "박근혜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사람들 엄청 죽고 감옥 갈 거라고 말씀드렸었는데 불행히도 그렇게 돌아가는 것 같다"는 내용을 정의당이 6.4 지방선거 홍보용으로 공개한 정치토크쇼 동영상에 올렸다. 물론 '불행히도'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박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공격한 셈이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의 주요 인사들도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세를 준비나 한 듯이 일제히 포문을 열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비록 완곡한 표현이기는 하나 "대통령 담화가 지방선거를 겨냥한 무리한 결단이 아니었나"라는 반응을 보였으며 박영선 원내대표는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선거를 통해 경고해야 한다"면서 다분히 세월호 참사를 선거정략으로 삼는 발언을 했다. 또한 민병두 선대위 공보단장은 "관 피아가 아니라 박피아(박 대통령 마피아)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정치적 공세를 폈다. 이러한 야당의 공세는 정치적 득실을 떠나 과연 바람직한가? 자문할 필요가 있다. 물론 세월호 참사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현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이 크다. 그러나 야당의 움직임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번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야당의 역할 역시 매우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다수 국민들은 초당적 협력으로 난국을 수습해주길 바라고 있다. 야당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많이 제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이러한 국민정서를 외면하는 듯하다. /언론인

2014-05-25 10:51: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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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그 많던 건물들은 다 어디에?

그 많던 건물들은 다 어디에? 서울 경복궁을 거닐 때면 의아한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한 때 건물들로 빽빽했다는 경복궁이지만 지금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경복궁이 처음 대대적으로 망가진 것은 지난 16세기말 임진왜란 때였다. 선조가 의주로 도망을 간 직후 백성들에 의해선지 왜군에 의해선지 주체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홀랑 불에 타버린 것이다. 이후 270여 년 동안 방치돼 있던 경복궁이 다시 지어진 것은 1865년 흥선대원군에 의해서였다. 그러나 얼마 안 있어 또 수난의 시대가 찾아 온다. 조선을 강제병합한 일본이 경복궁에서 '시정오년기념 조선물산공진회'라는 일종의 '엑스포'를 연 탓이다. 엑스포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1923년 조선부업품공진회, 1925년 조선가금공진회, 1926년과 29년에는 조선박람회가 연거푸 개최됐고 1935년에는 조선산업박람회까지 열렸다. 문제는 이런 행사를 위한 전시장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원래 있던 전각들 가운데 상당수를 헐어버리거나 외부에 팔아버렸다는 데 있다. 실제로 구한말 당시 경복궁의 건물 수는 모두 509동에 달했으나 엑스포를 구실로 90% 이상이 헐리고 말았다. 해체한 뒤에도 재조립이 가능하다는 목조건물의 특성상 헐린 전각들은 요정이나 사찰, 개인집으로 팔려나갔다. 집현전의 후신이랄 수 있는 '홍문관'은 남산으로 팔려가 '화월별장'이라는 요정으로, '비현각'은 장충동으로 옮겨져 '남산장'이라는 요정으로 이용되는 식이었다. 세자와 세자비의 생활공간인 '자선당'의 운명은 더 처연하다. 1915년 일본 도쿄로 옮겨졌다가 1923년 관동대지진 때 불타버리고 말았다. 지금 현재 경복궁 동북쪽 귀퉁이에 놓여있는 돌무더기가 바로 1996년 일본에서 환수해온 자선당 석축이다. 2014년 5월 현재 경복궁에선 수라간 등 일제 때 헐려나간 시설들을 다시 짓는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헐린 궁을 다시 짓는다고 비운의 역사가 극복되고 옛 영화가 되살아날까? '문화재 복원'이란 미명 아래 사라진 건물을 재건하려 서두르기에 앞서, 지도자들이 무능할 때 그 나라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해지는지 곱씹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2014-05-22 13:17:4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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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돼지족발이 특별한 이유…

돼지족발은 이슬람 문화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즐겨 먹는다. 우리는 물론 중국에도 다양한 돼지족발 요리가 있고 태국도 카오카무라는 족발덮밥이 유명하다. 유럽도 마찬가지여서 독일에는 구운 족발 학세와 맥주에 삶은 아이스바인이 있다. 프랑스는 달콤한 족발 조림, 피에 드 코숑이 인기 고 이탈리아에는 잠포네가 있다. 대부분 나라는 족발에 특별한 의미를 담아 먹는다. 이탈리아는 새해에 잠포네를 먹으면 일 년 내내 지갑에 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믿는다. 중국 당나라 때는 과거 보러 가는 선비가 족발을 먹으며 장원급제의 소원을 빌었고 우리 역시 산후 조리로 족발을 먹으면 산모의 젖이 잘 나온다고 말한다. 족발에 왜 이렇게 특별한 의미를 담았을까? 네발로 걷는 동물은 발바닥에 정기가 몰리는데 특히 돼지는 짧은 다리로 육중한 몸을 버티고 서 있으니 족발이 그만큼 튼튼하고 강하며 몸에도 좋다고 여겼다. 옛날, 좋은 음식이 생기면 먼저 하늘에 제사부터 지냈으니 족발도 예외가 아니다. 돼지족발과 한 잔 술이라는 뜻의 돈제우주(豚蹄盂酒)의 고사가 그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초나라 대군이 제나라를 침범했다. 놀란 제왕이 이웃 조나라에 원군을 요청하며 예물로 황금 100근과 마차 10대를 준비했다. 이를 본 재상 순우곤이 웃다가 갓끈이 끊어졌는데 왕이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아침에 어떤 백성이 돼지족발 하나와 술 한 잔을 제단에 올려놓고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았는데, 풍년을 기원하고 자녀의 출세와 부부 백년해로를 빌면서 제물로 달랑 돼지족발 하나를 놓았으면서 원하는 것은 너무 많았던 것이 떠올라 웃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제왕이 황급히 예물을 늘려 황금 1,000근과 마차 100대를 보내 원군을 청했다. 조나라에서 정병 10만과 전차 1,000대를 파견하니 소식을 들은 초나라가 서둘러 군사를 물렸다.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이야기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뜻이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5-21 10:26:3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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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 해체 되면 여수 해양경찰교육원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해양경찰청을 해체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최근 전남 여수로 이전한 해양경찰교육원의 활용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19일 여수시에 따르면 해양경찰교육원은 27523억원의 비용을 들여 여수시 오천동 122번지 일대 230만5000㎡에 지난 2009년 착공, 지난해 완공했다. 이 해양경찰교육원은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의 본관동을 비롯, 연구동·도서관 등의 교육시설과 1200명을 수용 가능한 350실 규모의 생활관, 기초체력훈련장, 학생회관 등을 구비하고 있다. 당초 지난달 18일 준공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무기한 연기해 준공식도 하지 못한 채 이름이 바뀌게 될 처지에 놓였다. 여수시는 해양경찰교육원 유치 과정에서 토지 제공, 진입도로 개설 등의 혜택을 주었으며, 이 시설을 활용해 신설되는 '국가안전처'의 교육원으로 활용할 것을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수시장에 출마한 한창진 후보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국가안전처 신설에 따른 안전교육 기관으로 여수에 있는 해양경찰교육원만큼 적합한 곳을 찾기 어렵다"며 "따라서 해양경찰교육원을 국가안전처의 안전·구조·구난 교육원으로 활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2014-05-19 16:30:5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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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서는

"인문학 공부가 정말 절실하더라구요. 먼저 인간이 되지 않고 뭘 하겠어요." 평생교육의 현장에서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다. 탐욕스러운 정치인, 야비한 검사, 노동자들을 짓밟는 경영자 등은 모두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전문가들이다. 이들의 전문지식과 능력은 오로지 자신의 욕망을 위해 집중되어 있다. 이런 전문가들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고통이 확산되고 병이 깊어간다. 세계적인 법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은 에서 인문학이 결코 빼놓으면 안 되는 교육항목으로 "노동의 역사"를 꼽고 있다. 인문학과 노동의 역사가 웬 관계냐고 고개를 갸우뚱 할 수 있다. 인문학이 인간에 대한 이해와 그 존엄을 지켜내는 성찰이라고 한다면, 노동을 통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켜온 존재의 가치를 깨우치는 것은 핵심적인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의 권리는 불온시 된다. 마사 누스바움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멸시하는 사회에서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는다.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의 원제목은 『이익을 앞세우지 말라(Not for Profit)』이라는 걸 떠올리면, 그녀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파악된다. 세월호 참사에서 분명하게 드러난 것 가운데 중심에는, 사람보다 돈을 최고의 가치로 모신 사회의 비극이라는 점이다. 자본의 탐욕과 지배가 인간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짓밟고 희생시키는 논리와 현실의 끝에는 죽음이 자리 잡고 있음을 우리는 이번에 더더욱 절감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되는 이익이 모든 가치와 판단의 본질이 되어버리는 순간, 어떤 처참한 사태가 벌어지는지 이제 더는 달리 이론(異論)을 제기할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고통을 겪고 있는 이유 대부분은 인간의 생명과 권리에 대한 멸시와 노동의 착취, 무한경쟁으로 몰아가는 생산력 주의와 불평등에서 기인한다. 너무도 많은 희생을 치룬 뒤에 다시 절감하게 되는 진실이지만, 사람 나고 돈 났지 돈 나고 사람나지 않았다. 고통을 겪는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능력은 인간사회의 행복을 위한 첫 조건이다. 더는 누구도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절실한 마음이 그로써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인간으로 등장한 지 무려 250만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인간으로 진화하는 일이 멀고도 멀었나 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5-18 14:28:05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