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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 잊혀진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

오늘로부터 약 44년 전인 지난 1970년 4월 8일, 잘 서있던 5층짜리 아파트가 입주가 시작된 지 채 한 달도 안 돼 갑자기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서울시가 시내 곳곳에 건립한 시민아파트 406개동 가운데 하나였던 서울 마포구 창전동의 '와우아파트'다. 사고 30분 만에 경찰과 소방대원 그리고 예비군과 미8군 공병대원 등이 출동해 사고 수습에 전력을 다했지만 대형건물 붕괴 현장에서 생존자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이 사고로 16가구 주민 73명 가운데 33명이 사망하고 4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그나마 입주 예정이던 30가구 가운데 절반만 입주한 상태에서 붕괴됐으니 망정이지 만약 모든 가구가 입주한 상태에서 이런 사고가 났다면 피해 규모는 훨씬 컸을 것이다. 도시 서민들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건설된 와우아파트는 박정희 대통령이 준공식에 친히 참석해 테이프를 끊었을 정도로 대내외의 관심을 받던 아파트였다. 그러나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채 3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4백 개 동이 넘는 시민아파트를 지었으니 부실공사는 이미 예견돼 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특히 와우아파트를 비롯한 당시 대부분의 시민아파트들은 급경사 위에 지어졌는데 그 이유는 한 가지였다.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의 한 마디가 이를 대변한다. "야 이 새끼들아, 높은 곳에 지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것 아냐!" 와우아파트와 같은 시민아파트 건설사업은 사실상 도시 서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전형적인 전시행정, 졸속행정에 다름 아니었다. 와우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4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성수대교가 무너져 내렸으며 삼풍백화점 역시 붕괴됐다. 과연 와우아파트와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그저 흘러간 옛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보면 한국 사회가 와우아파트로부터 얻은 교훈은 없어 보인다. /'다시 서울을 걷다'저자

2014-05-08 14:02:1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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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우리나라 최초의 만두는 효도만두

삼국지를 읽어 보면 만두는 제갈공명이 만들었다고 나온다. 하늘의 노여움을 달래야 하는데, 차마 산 사람을 죽일 수 없어 대신 사람머리 모양으로 만두를 빚어 하늘을 속이고 제사를 지낸 것이 효시라는 것이다. 소설 속 이야기지만 실제로 만두라는 이름이 처음 문헌에 나오는 시기는 제갈공명이 살았던 삼국시대다. 그렇다고 진짜 제갈공명이 만두를 만들었다는 것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만두는 뿌리가 중국인지 서역인지도 확실치 않다. 중국은 그렇다고 치고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어떻게 만두를 먹게 됐을까? 흔히 중국에서 전해졌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문헌에 처음 보이는 만두는 거란을 통해서 들어왔다. 중국이 아닌 서역에서 직접 전해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만두 이야기는 고려사(高麗史)에 보인다. 12세기 말, 고려 명종 때 거란에서 귀화한 고려인 위초(尉貂)가 만두를 만들었다고 나온다. 위초의 부친이 몹쓸 병에 걸렸다. 의원이 아들의 고기를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다고 하자 이 말을 들은 위초가 스스로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만두를 빚어 부친께 공양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 왕이 이 소식을 듣고 위초의 효심이 고금에 없을 정도로 갸륵하다며 상을 내렸다. 고려사 중에서도 효자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효우열전(孝友列傳)에 나오는 내용이다. 옛날 효자들은 자신의 허벅지 살을 베어 아픈 부모를 치료했다. 지극한 효심의 상징으로 할고료친(割股療親)이라고 한다. 제갈공명의 만두가 생사람의 목숨을 살렸다면 고려인 위초의 만두는 부모님의 생명을 구했다. 만두 이야기는 모두 속이 꽉 찬 만두처럼 인간미가 넘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까? 지금과 달리 옛날에는 만두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을 만큼 귀하고 좋은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세종실록에는 만두는 제사를 지낼 때나 특별히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다. 오늘 어버이 날이다. 카네이션과 함께 옛날의 만두에 버금가는 맛난 음식이라도 대접해 드려야겠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5-07 10:42:2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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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구세계 생산국의 포도 대표 품종

숫자상으로 전세계에서 자라는 포도 품종은 수천 가지다. 이 중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비티스 비니페라 등 몇 품종으로 한정된다. 먼저 구세계 와인 생산국의 상징적인 포도 품종을 알아보자. 전 세계 와인의 메카 프랑스는 국제 품종의 집합체다. 카베르네 소비뇽, 피노 누아, 시라, 샤르도네 등 국제품종의 원조가 워낙 많아 대표 품종이 뭐라고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반면 와인 세계에서 프랑스와 쌍벽을 이루는 이탈리아만 해도 사정은 달라진다. 이탈리아 역시 토착 품종이 1000개를 넘으며 양조에 쓰이는 포도 품종만도 무려 400가지에 달한다. 이렇게 많아도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포도는 확실히 있다. 바로 산지오베제와 네비올로다. 산지오베제는 우리의 막걸리와 같은 존재인 토스카나 '키안티' 와인을 빚는 데 쓰인다. 또한 이탈리아 내에는 산지오베제와 같으면서 다른 이름을 가진 품종(클론이라 한다)이 다수 존재한다. 네비올로는 전세계 포도종 중 껍질의 두께와 풍부한 탄닌 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조건만 맞으면 100년 이상 숙성시켜도 왕성한 탄닌을 자랑하는 강한 품종이다. 네비올로는 이탈리아의 최고 와인인 피에몬테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를 만들어 냈다. 스페인의 독자 품종은 템프라니요다. 리오하 지역에서 주로 재배된다. 과거에는 프랑스의 보르도에서 처럼 블렌딩을 주로 했으나 최근에는 템프라니요 만으로 만든 와인도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베리아 반도의 또다른 나라 포르투갈은 주정강화 '포트'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포르투갈도 토착 품종이 워낙 많지만 포트와인의 주 재료인 또우리가 나씨오날 품종이 그래도 이 나라를 상징하는 포도가 아닐까 싶다. 화이트 와인의 왕국 독일은 누가 뭐래도 리슬링 품종이다. 라인강을 따라 재배되는 이 포도종으로 상큼하고 가벼운 와인에서 당도 높은 늦수확 와인, 아이스 와인까지 만들어 낸다. 그밖에 화이트 와인에서 확실한 자기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그뤼너 벨트리너, 세계 3대 귀부(Noble Rot)와인에 꼽히는 '토카이' 와인 생산국 헝가리의 푸르민트 품종도 꼽힐만 하다.

2014-05-06 11:04:29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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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강남아이, 강북아이

Hey 캣우먼! 교복 입는 것도 죄스러운 요즘, 이기적인 고민 하나 보냅니다. 저는 외고에 다니는 여고생이에요. 학원가 아이는 아니고 그저 학교에 충실한 학생이었죠. 영어로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하고 단어와 문법만 열심히 공부한 저로서는 외고 커리큘럼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대로 아이들과 실력 차이가 많이 났어요. 저를 더 괴롭혔던 건 강남과 강북의 경계에요.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많았어요. 학교 행사로 교수인 친구 어머니가 강연을 하는 게 참 멋지다 싶었는데 저는 은연 중에 부모님을 원망하고 있었어요. 잘 사는 친구들, 덕분에 교육도 잘 받는 친구들 보면서 괜히 마음 아프고 혼란스러웠어요. 잘 하고 있지만, 때때로 드는 좌절감에 어찌 할 바를 모르겠어요. (젊음의 초상) Hey 젊음의 초상! 젊은 나이에 세상의 현실 두 가지를 이미 파악하기 시작했네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와 '세상은 불공평해'. 지금부터 아무리 열심히 한들 외국생활을 거친 아이들보다 영어를 잘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평범한 부모님이 갑자기 교수가 될 수도 없습니다. 이미 태어날 때부터 우린 불공평하게 태어납니다. 위로는 한없이 더 위가 있고 아래로는 한없이 아래가 있습니다. 나보다 더 나아보이는 상대와 비교하면서 자신을 원망하고 세상을 환멸하면 괴롭긴 해도 한편으로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실망하며 자신의 한계를 본다는 건 현실을 직시하게 도와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거기서부터 나의 진짜 '행동'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저 나로서는 안 되는 걸, 비교해도 의미가 없는 걸 무작정 바라거나 조급히 채우려 들면 얻을 건 압박감과 자학 밖엔 없죠.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분간하며 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얼마간 포기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더 집중하는 삶을 우리는 살아야 합니다. 젊을 수록 주변 또래들과 비교 안 하기 힘들테고 '난 이것 밖에 못하니까' '나에겐 뭐가 있지?'라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나와 달라보이는 친구들도 속내도 당신과 똑같을 겁니다. (캣우먼) /임경선 칼럼니스트 askcatwoman@empal.com

2014-04-29 10:51:1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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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비디오판독과 심판불신시대

최근 프로야구 오심이 잦아지면서 심판들이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단지 오심에 그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 승패를 엇갈리게 만들었다. 감독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팬들까지 가세하면서 프로야구계가 요동치고 있다.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MLB식 비디오판독이다. 메이저리그는 올해부터 비디오 판독을 대폭 확대했다. 볼·스트라이크 판정만 제외하고 대부분 번복이 가능하다. 그래서 심심치 않게 메이저리그 판정 번복 소식이 들리고 있다. 우리도 치명적 오심을 막자는 취지에서 비디오 판독 도입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비디오 판독에 반대했던 심판들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오심하면 해당 심판 이름은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한다. 아이가 있는 심판들은 죽을 맛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가장 걸림돌은 비용이다. 국내 각 야구장에 설치하려면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는 300억원이 들었다. 국내 방송사들의 동의를 얻어 중계화면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각 방송사들은 카메라를 많이 동원해 어지간한 장면은 모두 잡아낸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대목은 비디오판독의 논의가 불신이 낳은 산물이라는 점이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심판부는 특성상 성역으로 자리 잡아왔다. 이제는 구단, 감독, 선수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파워와 권위를 가진 집단이 됐다. 그러나 동시에 불필요한 오해와 불신이 조금씩 쌓여온 것도 현실이었다.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우선 심판부의 내부를 들여봐야 한다. 왜 경험이 적은 젊은 심판들이 대거 등장했는지, 심판에 대한 처우와 재교육은 잘되고 있는지, 심판에 대한 견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심판 수뇌진과 일선 심판들의 소통이 문제가 없는지 등 정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모든 상처에는 뿌리가 있다.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4-28 16:42:4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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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말 안 듣는 소비자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앱 중 하나는 '해외배송가이드'다. 이는 해외 쇼핑을 할 경우 주문상품이 자신의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뿐만 아니라 해외쇼핑몰의 각종 할인정보와 할인코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관세, 고시환율, 통관진행 절차, 항공조회 등 해외구매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해 주니 소비자 만족도는 매우 높다. 국내 시장에 유통되는 상품을 소 닭 보듯 하는 소비자 덕분이다. 브라이언 케발로(Brian Ceballo)는 평범한 청년이다. 이 청년은 2주 동안 뉴욕 애플 매장 앞에서 대기하며 아이폰5S의 첫 번째 구매자가 됐을 뿐이다. 이 장면은 세계의 뉴스 채널에 방영됐고 아이폰5S에 대한 증권가와 미디어들의 부정적 견해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준 증거가 됐다. 뉴발란스가 내놓은 벚꽃을 컨셉으로 한 운동화 '999 체리블라섬'의 판매 개시 때도 비슷한 풍경이었다. Olive TV에서 방영 중인 '맛있는 19'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19가지 신개념 푸드를 소개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음식을 보면 상식과는 다른 오묘한 조합의 조리가 기본(?)이다. 식제품를 제공받는 대로 소비하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자신의 입맛에 맞도록 맛을 모디파이(Modify)하고 이것을 새로운 레시피로 공유하는 유행을 잘 살린 듯 하다. 그 본격적 시작이 '짜파구리'라는 주장도 있다. 소비자의 이런 행동을 '미친 7살'이라고 부른다. 부모의 말을 무작정 거부하고 안 듣는 7살의 아이처럼 기업이나 유통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솔루션을 무작정 거부하고 자신만의 해석과 방법으로 소화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 개개인이 그럴 능력이 있다는 점이고, 그럴 만하다는 것이다. 획일화된 것에 대한 염증, 자신만의 것에 대한 확신, 가치에 대한 절대적 기준에 의한 행위라고 보면 된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공급자가 게으르다는 얘기도 된다. 말 안 듣는 소비자 전성시대다. 말 안 듣는 아이를 어떻게 달랠까? 이제 생산자는 부모의 마음으로 소비자를 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4-28 15:42:1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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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응답하지 않은 사람들

지난 해였다. 수정같이 맑은 카리브 해안에서, 파도에 몸을 맡겼다. 더 강하게 작렬하는 힘을 느끼고 싶어 좀 더 먼 곳으로 몸을 옮겼다. 문득 물이 목에 차오르고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 않자, 아차 싶었다. 순간 커다란 웅덩이가 파여 있는지 물속으로 그대로 가라앉았다. 뭍으로부터 1백 미터도 채 안 되는 지점이었으니, 평소 수영실력이라면 별반 힘들지 않는 거리다. 한 가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물살이 거세게 이는 바다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점이었다. 앞으로 진전하나 했다가 다시 뒤로 끌려간다. 수심을 알 수가 없는 깊이였다. 얕은 바다 밑이 벼랑처럼 되어 있기도 하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다. 필사적이 되었다. 방향을 틀면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조금만 더 가자. 숨이 차고 팔에 기운이 빠지려한다. 파도는 등 뒤에서 계속 몰려오고 나는 잠겼다 떠오르다 하면서, 난파선같이 되고 있었다. 바로 그때 내 앞으로 플라스틱 보드가 쑥하고 미끄러져왔다. 어디선가 구조원이 그걸 구명대처럼 던진 것이다. 이제 지금의 시간으로 돌아와 보자. 세월호가 침몰하는 속도는 애초에 그리 빠르지 않았다. 최초의 탈주자들을 구하러 간 해경이 배 안에 있는 사람들을 어떻게든 밖으로 나오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었던 때였다. 불이 난 건물에 소방대원이 뛰어 들어가 생존자를 찾아 살려내는 것과 같은 장면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배가 기울고 물이 들어오면 안에서는 어떻게 하겠는가? 가만히 있으라고 해도 도저히 그럴 수없는 물리적 환경이 만들어진다.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뒤집힌 쪽 반대로 이동하거나 또는 창문 가로 몰려가서 구조대가 오는지 애타게 기다리고, 구조원이라도 나타나면 여기 사람 있다고 격렬하게 신호를 보내고 싶게 마련이다. 우리는 여객선 창문 곁에 몸을 기대고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마지막 사진도 보았다. 무심한 햇살이 선실 안으로 비치고 있었고, 아직 잠수부 투입을 할 이유가 없는 조건이었다. 완벽한 구조는 조난자의 생존본능에 따른 움직임과 구조대의 재빠른 행동이 정확하게 만나면서 이루어진다. 이 생존본능의 행동방식을 측정하지 않는 구조는 이미 구조가 아니다. 선체가 반 이상 물밖에 있을 때, 배안의 절규에 응답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었던가? 현장에 있으면서도. /성공회대 교수

2014-04-27 16:24: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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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의 개인회생 이야기]법은 융통성이 있다

법은 융통성이 있다 개인회생 제도는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서도록 돕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개인별로 처한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따라서 개인회생의 일정한 요건이 있지만 개인별로 어떻게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해주느냐는 법무사마다 다르다. 어느 법무사를 만나느에 따라, 어느 법원의 회생위원을 만나느냐에 따라 개인회생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승인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경기도 수원시의 한 40대 부부가 함께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남편의 경우 회사에서 받은 스톡옵션을 팔아 빚을 갚았다. 스톡옵션의 경우 세금을 내게 되어있어 20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그 세금 가운데 일부가 지난 2월 근로소득 연말정산 때 환급되었다. 거의 900만원에 달했다. 원칙적으로 말하면 세금환급분은 법원에 신고해 나중에 채권자들에게 분배해주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 부부는 수중에 현금이 바닥나가고 있었다. 이를 면제재산으로 인정받아 최소생계자금으로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변호사나 법무사로부터 들어보니 개인회생의 경우 그런 전례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신청해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리 없을 것이라고 모두 말했다. 그래도 딱한 부부의 사정을 고려해 세금환급분을 면제재산으로 신청해보기로 했다. 안되면 취하하더라도 일단은 의사표시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받아들여졌다. 이 사실을 알려주니 그 부인이 "고맙다"고 거듭 감사표시를 했다. 법은 이미 정해진 규정에 따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에 따라 융통성있게 적용되는 구석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융통성은 법원의 회생위원도 갖지만 이를 신청하는 사람에게도 있어야 한다. <김현수 법무사 http://blog.daum.net/law2008/> www.lawshelp.kr

2014-04-27 13:55:1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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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세월호 참사, 국민정서 바로잡는 계기로 삼자

우리나라는 지금 세월호 참사로 열흘이 넘게 패닉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게 희생된 수많은 인명을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보내면서 온 나라가 망연자실이다. 유례없는 대형 참사가 일어난 이후 총체적 부조리가 속속 드러나면서 온 국민이 비탄에 빠졌다. 우리들의 서글픈 자화상이 민낯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끔찍한 대형 참사를 수 차례 겪고도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1990년 서해 페리호 사고 이후 성수대교 붕괴, 대구지하철 가스 폭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은 우리는 안전 불감증을 조금도 치유하지 못했다. 이번 참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적당주의, 무책임의식으로 빚어진 인재(人災)의 극치다. 우리는 '세계 속의 한국'을 자랑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만년 후진국'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위로는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교육계 등 사회 지도층으로부터 아래로는 일반서민에 이르기 까지 기본윤리의식이 잡혀 있지 않다. 빠른 시간에 경제성장은 이뤘지만 모두가 천민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버렸다. 이번 참사에서 보여주듯이 고위 공직자가 희생자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다가 옷을 벗기도 했고 어느 지방자치단체선거 후보자는 유족대표로 둔갑하다 자취를 감추기도 했다. 또 어느 장관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여기에다 인터넷상에는 근거 없는 악성 괴담 유언비어와 모욕적인 내용이 수두룩하다. 카카오스토리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소름끼칠 악성 글이 판을 치고 있다. "수능 경쟁자가 줄었다" "유족들은 보상금으로 해외여행갈 생각을 하니 좋겠다"는 것은 고사하고 음모론을 제기하는 내용도 있다. "정부가 선거 때문에 시신을 방치하고 있다" "사고는 국정원이 사주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 "세월호 사고는 미군 잠수함 때문"이라는 유언비어까지 유포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6천 달러로 선진국의 문턱을 넘보고 있는 우리 국민이 이 정도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지성인 노벨 문학 수상자 가오싱젠이 "한국은 분명 역동적인 나라이지만 정서적인 빈곤을 이겨내지 못하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충고한 말이 새삼 실감난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우리 국민이 마음가짐 하나만이라도 반듯해진다면 조그만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인

2014-04-27 10:42:51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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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 미안해라는 말

[모놀로그] 미안해,라는 말 지난 주 안산 올림픽기념관에 마련된 임시분향소에 다녀왔다. 개인적으로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을 일주일 이상 속으로 지탱시키기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 몸은 쉬이 지치고 불면증에 감기도 들고 예민한 성향 탓에 항우울제의 일시적 도움이 없었다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도 이 정도인데 가까이서 이 일을 겪는 사람은 어떨까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하물며 죄책감이라는 불편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추스리기 위한 이기적인 이유로 분향소에 다녀오기로 마음먹은 나로서는 취약한 이런 의도조차 미안했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데려다주고 바로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내려갔다. 열 시 정각에 열리는데 이미 10분 전부터 100미터 가까이 줄이 서 있었다. 내 앞에 수녀님들 세 분이 서계셔서 왠지 떨리는 마음의 위안이 되었다. 마침내 입장하게 되어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보면서 명복을 빌었다. 다들 바로 옆에서 재잘댈 것처럼 너무 예뻤다. 일부 여학생들이 학생증 사진을 인형얼굴처럼 포토샵 한 것조차도 사랑스러웠다. 러시아 태생으로 보이는 갈색머리의 긴 이름을 가진 남학생도 있었다. 아이들을 먼저 구하다가 정작 당신은 못 빠져나온 최혜정 선생님과 아이들을 배 속에 두고 나온 데에 대한 자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강민규 교감선생님의 선한 미소의 영정사진은 나란히 놓여 있었다. 그 앞에서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분향소 밖으로 나오면 다녀간 추모객들이 포스트잇 메시지를 붙이는 곳이 있어서 가능한 한 많이 읽다왔는데 '하늘나라에서 이젠 편히 쉬길' '보고 싶다'같은 일반적인 추모메시지보다 압도적으로 다수의 메시지를 차지한 것은 '미안하다'는 말이었다. 특히 어른들의 글씨로 보이는 포스트잇들은 누구나가 이구동성으로 '미안하다'를 반복했다. 이 참사를 만들어 낸 당사자나 관계자가 아님에도 어른들은 그저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하는 이런 사회를 만들어낸 구성원 중 하나라는 이유만으로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눈물로 아이들의 용서를 빌었다. 이 참사의 최종 책임자만 유일하게 끝까지 '미안하다'라는 말을 안 할 뿐이다. /임경선(칼럼니스트)

2014-04-27 10:39:11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