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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무기 개발기지가 들어설 뻔했던 서울대공원 터

지난 1984년 문을 연 과천 서울대공원은 동물원을 비롯해 식물원과 현대미술관, 산림욕장과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로 시민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무기 개발기지'가 들어설 뻔했던 곳이기도 하다. 지난 1960년대 베트남에 국군장병을 파병해두고 있던 박정희 정권은 '자주국방'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상황을 맞았다. 과연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하기 힘든 베트남전의 수렁 속에서 집권한 리처드 닉슨 미국대통령이 '닉슨 독트린'을 제기하고 나선 탓이다. 닉슨 독트린의 주요 내용은 '미군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며, 미군은 앞으로 아시아에 대한 개입을 축소한다, 미국은 원조만 제공할 테니 아시아 국가들은 방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미군이 철수할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낀 박 정권은 핵무기를 포함한 신무기를 자체 연구 개발하기로 결정한다. 그 개발기지를 세우기 위해 매입한 땅이 바로 지금의 서울대공원 터였다. 박정희의 군사쿠데타 동지이기도 했던 김재춘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의 미묘한 관계와 국제적인 상황 등을 고려해 경기도 과천에 약 2백만 평의 땅을 매입하라고 했다고 한다. 다만 미국 정보기관이 눈치 챌 위험이 있으니 극비에 추진하라는 말도 덧붙였다고 한다. 북한과의 국지적 충돌이 점증하는 상황에서 정권의 사활이 걸린 문제였다. 그러나 신무기 개발기지는 끝내 그곳에 들어서지 않았다. 면밀히 조사해 보니 그곳은 북한 미사일의 유효 사거리 안에 들어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신무기 개발기지는 휴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대전에 들어섰는데, 그 마저도 이후 들어선 전두환 정권 때 미국의 압력을 받으면서 곧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원래의 과천 터에 들어선 것은 북한 평양동물원의 규모를 능가하는 지금의 서울대공원이었다. 남북간의 군사 대결이 동물원 규모 대결로 바뀐 셈이었다. 마냥 즐거운 놀이공원 같지만 그 속에는 얼마 오래 되지 않은 한국현대사가 숨어있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2014-07-10 14:16:02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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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노의 푸드스토리]칼국수는 왜 여름이 맛있을까?

한여름 햇볕이 하얗게 내리쬐는 날이나, 장마철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에는 햇감자 큼직하게 썰어 넣고 송송 썬 애호박으로 고명을 얹은 칼국수가 입맛을 당긴다. 윗도리 흠뻑 젖도록 땀 뻘뻘 흘리며 칼국수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더위가 땀과 함께 씻겨 나간 것처럼 몸과 마음마저 개운해 진다. 그런데 칼국수는 왜 여름이 맛있을까? 요즘은 계절의 구분이 없지만 칼국수는 전통적으로 여름에 먹는 별미였다. 지금은 겨울별미였던 냉면과 자리바꿈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여름에 뜨거운 칼국수를 먹는 것은 이열치열의 전통과 함께 칼국수가 밀가루 음식인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전통적으로 동양에서는 여름 별식으로 밀가루 음식을 먹었다. 우리는 여름철에 칼국수, 수제비를 먹었고 특히 비오는 날에는 기름에 지진 밀가루 부침개를 별미로 친다.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속담에 "여름 국수, 겨울 만두"라고 했는데 쌀밥보다 밀가루를 주식으로 삼는 중국 북방에서도, 여름이면 특히 더 국수를 즐겨 먹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왜 여름에 밀가루 음식을 더 찾았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전통 의학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리 동의보감을 비롯해 동양의 의학서들은 하나 같이 밀은 성질이 차가운 곡식으로 번열(煩熱), 그러니까 가슴이 답답하고 괴로운 신열, 무더위 때문에 생기는 열기를 없애준다고 했다. 동시에 조갈(燥渴), 입안이 마르는 갈증을 해소해주고 소화를 돕는다는 것이다. 더위를 식혀주고 갈증을 없애주는데다 소화에도 좋다니 더운 여름날 먹기에 딱 좋은 음식이다. 밀은 또 가을에 심고, 겨울에 자라서 봄에 이삭이 패고 여름에 추수를 하는 곡물이니까 밀가루 음식은 갓 추수한 여름이 제일 맛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밀보다는 보리를 주로 심었기 때문에 밀가루를 '진(眞)가루'라고 부를 정도로 밀이 귀했다. 그러니 오랜 세월 여름에 어쩌다 먹는 칼국수나 수제비는 여름철 진미로 한국인의 유전자 속에 깊숙이 자리매김했을 듯싶다. /음식문화평론가

2014-07-09 10:22:4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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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 사회생활과 직선적인 성격

Hey 캣우먼! 제 성격이 불같다고 표현하는데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솔직하게 감정 표현을 하는 편이에요. 좋을 때야 문제가 안 되지만 화가 나면 직선적으로 표현을 한다는 거죠. 물론 시원시원하고 뒤끝 없이 지낸다고 얘기도 듣지만 가끔 욱해서 실수를 할 때도 있죠. 사회생활에서 이런 성격은 혼란을 주네요. 사람들하고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상사의 지적질을 받다보니 저 자신에 대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자신감이 바닥이 되었습니다. 차분하고 여성스러운 성격이 부럽기도 하고 좀 여우가 되어야하는 생각도 드네요. 사회생활에 적절한 성격은 어떤 건가요? 이런 직선적인 성격이 꼭 개조해야할 만큼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나요? (화차) Hey 화차! 지금 뒤끝 있으신데요, 뭘. 자기 성격에 대한 지적을 받고 뒤끝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의 불같거나 직선적인 성격은 사실 수많은 소심하고 인내하는 타입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성격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상황에 타협하는 것을 싫어하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느끼는 것을 직선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이 꼬이고 애매한 세상에서 시원한 쾌감을 주지요. 그러나 직선은 '정직'으로 볼 수도 있지만 '제멋대로'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밤에 발 뻗고 자기 위해 주변에 민폐를 끼치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죠. 주변은 안 보이고 '나'만 보이니까. 성격은 개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지금 당신은 조금 억울한 마음으로 '내가 뭘'이라는 심정 아니겠습니까. 그런 마음에서 변화를 시도하면 주변 상황이 내가 바라는 만큼 같이 변화해주지 않았을 때 '내가 이렇게까지 주변을 위해 노력했는데'라며 더 욱할 뿐이지요. 불같고 욱한다면 나의 정의감이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걸 그냥 놔두질 못하는 성격인지도 되돌아봐야 하고요, 사람들이 내게 거부감을 갖기보다 내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갖고 있지 않은지, 내가 미움을 품고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보세요. (캣우먼) /임경선 칼럼니스트 askcatwoman@empal.com

2014-07-08 11:32:27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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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호의 베이스볼 카페]코끼리 복귀 시대 부름이었나

단 한마디였다. "왜 돌아왔는지 모르겠어." 지난 3월 시범경기에서 김응용 한화 감독은 20년 가까이 알고 지내온 기자를 보자마자 한숨을 크게 쉬면서 말했다. 그의 얼굴 표정에는 회한이 담겨 있었고 슬퍼 보였다. 김응용은 2001년 삼성 감독에 부임해 사장까지 11년 동안 삼성을 이끌었다. 2010년 말 자리에서 물러난 뒤 2년 동안 제주도에 터를 잡고 생활했다. 외로웠다. 만나는 사람들도 한정됐다. 미디어에서는 간혹 옛날 이야기에 이름이 거론될 뿐이었다. 한대화 감독이 물러나고 미디어는 새로운 감독으로 수많은 후보들을 거론했지만 김응용의 이름은 후보군에 없었다. 그런데 김응용 부임 발표가 나자 모두 눈과 귀를 의심했다. 아직도 선임과정은 베일에 휩싸여 있으나 퇴역한 노장군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왔다. 그러나 동시에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다. 한화는 전력에서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었다. 실제로 2013년 한화는 꼴찌를 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고 쓸만한 외국인 선수들도 데려오지 못해 어쩔 수 없었지만 창피스러웠다. 용병술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래도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의 명장이 아니었던가! 한화는 시즌을 마치고 스토브리그에서 이용규와 정근우를 영입했다. 김응용 감독은 마운드 보강까지 원했다. 외국인 투수만 좋다면 할 만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그는 "올해도 힘들 것 같다"고 냉정한 전망을 했다. 믿었던 외국인 투수들이 약해도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화는 마운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전반기 꼴찌가 확정적이다. 후반기에서 기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하위권 탈출은 요원하다. 프로야구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장군의 얼굴은 시름이 가득하다. 정녕 그의 복귀는 시대의 부름이 아니었나? /OSEN 야구전문기자

2014-07-07 14:45:3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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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트렌드 읽기] 신의 한 수는 새옹지마

월드컵 4강이 확정됐다. 대회 초반에는 남미의 강세와 함께 이변이 속출하기도 했지만 이제 2014년 FIFA 월드컵을 거머쥘 국가는 브라질·독일·아르헨티나·네덜란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이들에 대한 축구 관계자들과 팬들의 입장은 '4강에 갈 국가들만 남았다'이다. 오늘이라는 현실에서 이변은 아련한 추억에 불과한 셈이다. 패션업계의 기류가 심상치 않다. 과거 위기 때마다 보란 듯이 시장을 주도하며 달음질쳤던 브랜드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큰 덩치를 숨 돌릴 틈 없이 복제해 냈던 유통점은 무릎 관절 약화로 주저앉아 쉬는 초식 공룡이 된 듯하다. 온라인에서 성장세를 보였던 기업들은 오프라인 시장을 포함한 산업 전반의 흥망성쇠에는 관심이 없다. 상품기획의 시즌이 사라졌고, 기본을 보장하는 유통이 스러졌다. '살아남을 브랜드'로 손꼽히는 주체가 없다는 점은 서글프다. 영화 '신의 한 수'에서 주님(안성기 역)은 "이 세상이 고수에게는 놀이터요, 하수에게는 생지옥 아닌가"라며 초탈한 미소를 보였다. 또 "망가진 삶을 역전시킬 수 있는, 우리 인생에서도 신의 한 수가 있을까"라며 의미심장한 낯빛을 드러냈다. 고수란 어떤 상태의 사람을 지칭하는 걸까. 신의 한 수란 어떤 결정이나 행동을 의미하는 것일까. 영화는 세상에 고수는 없고, 신의 한 수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욕심이고, 망상에 불과하다고. 영원한 기업은 없다고 말하지만 한편에서 100년 기업을 칭송한다. 패션시장의 상태가 어떻든 하루하루 매출과 이익률을 늘리는 브랜드. 디자인이든, 유통방식이든, 컬러나 소재든 상관없이 마치 시장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는 듯 거대한 몸집으로도 일순간에 방향 전환을 하는 브랜드. 문득 이들이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이들의 능력은 포석에 있다. 사활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때 살아남기 위해 한 수를 던져야 할 곳을 미리 고민하는 치밀한 계획을 할 뿐이다. 신의 한 수는 새옹지마로 읽힌다. 그나마 남아 있는 생존확률을 갉아먹는 것에 불과하니. 포석을 위한 돌을 두기에 늦었다고 말하지 말자. 패착은 피해야 하니. /인터패션플래닝(www.ifp.co.kr) 대표

2014-07-07 12:47:34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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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그대들도 건보 혜택의 수혜자 아닌가?

보건복지부는 지난 3일 공무원이 받는 복지포인트(맞춤형 복지비)와 월정 직책급(직책수당), 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등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아 벌어지는 특혜시비를 막기 위해 건보공단 관계자들로부터 이 문제와 관련된 그동안의 경과와 쟁점사항을 보고받는 등 현황파악에 돌입했다. 복지포인트는 공무원들이 연금매장 등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으며 월정 직책급은 기업체 직원들의 직책수당과 비슷하다. 또 특정업무경비는 수사·감사·방호·치안 등의 특정업무를 맡은 공무원에게 준다. 2013년 기준으로 55개 정부부처와 기관에 배정된 예산은 총 652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각종 수당에 건보료를 적용시켜 왔는데 공무원만 제외하면 특혜시비와 형평성 논란이 가중 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준비한 일이지만 난관은 많아 보인다. 이런 시도는 2010년도 있었다. 당시 건보공단은 공무원과 교직원 사업장 1500여 곳을 지도 점검해 월정 직책급 등을 건보료 산정에서 빼서 건보료를 적게 낸 사실을 적발해 총 1140여개 사업장 9만2000여명에게 76억여 원의 건보료를 환수했다. 공무원 사업장등의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2011년 2월 복지포인트 등이 복지후생비이자 특정용도가 정해진 실비변상적 '경비'로 근로제공 대가로 받은 보수로 볼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고 결국 복지포인트 등이 건보료 산정대상에서 빠졌다. 복지부는 2011년에도 당시 진수희 복지부장관의 지시에 따라 복지포인트 등을 건보료 산정에 적용시키는 것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른바 힘센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의 반대로 체면만 구겼다. 공무원 건보료 특혜 관행은 안행부의 공무원 보수 규정과 기재부의 예산 지침을 고쳐야 하는 등 여러 정부 부처가 관련돼 있고 공무원의 임금 수준 및 과세체계와도 직결돼 해결책 마련은 묘연한 상태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 사이에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황재 직장으로 불리는 몇몇 공기업과 고위 공직자를 제외하고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일반 기업체에 못미치는 급여를 받는 상황에서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형평 과세를 전제로 고통분담이냐 건보재정 확보냐의 문제를 떠나 건강보험이 공무원 당사자는 물론 그의 가족들에게도 혜택을 주는 것임을 직시한다면 해답은 명쾌해 질 것이다.

2014-07-07 08:35:06 정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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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웅의 인문학산책]상상력과 비판의식

"달도 떨어지는가?" 뉴턴의 질문이었다. 사과 이야기는 지금껏 유명하나, "달의 낙하"에 대한 뉴턴의 생각은 일반에게 그리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파격적인 발상은, 당시의 세계관에 정면 도전하는 것이었다. 천체의 운동은 중력 같은 지상의 법칙과는 무관하다고 여기는 시대에 뉴턴은 이걸 우주로까지 확장했다. 달은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지만 지구는 자전하는 곡면이기 때문에 낙하운동이 상쇄된다는 것이 그의 논지였다. 결국 달은 지구를 향해 계속 낙하하지만 궤도를 도는 위성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17세기에 살았던 뉴턴의 이러한 상상과 계산의 일치는 이후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원리의 출발점이 된다. 이 뉴턴의 이론은 이후 우주의 시공간이 휘어져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의해 한계가 드러난다. 태양이 있는 자리는 그 태양의 존재 때문에 움푹 들어가 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난 경사면을 따라 지구가 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빛도 그 휘어진 면을 따라 경로가 생겨난다. 이 이론 이전에 아인슈타인은 이제는 상식이 된 시간의 속도가 가진 상대성과 함께, 물질이 원자의 분열로 에너지로 바뀌고 거꾸로도 가능하다는 것을 규명해냈다. 이렇게 되면 바윗덩어리도 빛나는 광선으로 변할 수 있게 된다.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에 대한 엄청난 발상의 혁명이었다. 그런데 하이젠베르크는 물체의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알지 못한다고 해서 다시 충격을 주었다. 물질운동의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고 본 아인슈타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였다. 그러나 원자 크기 이하의 영역에서는 측정을 위해 광자를 쏘는 순간, 관찰하려는 대상의 움직임은 교란되어 그 위치가 달라지고 만다. 측정 자체가 불확정적인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인간사회도 다르지 않다. 누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나의 행동은 이전과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한 과학적 이해는 끊임없이 달라져 온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상상력에 의해 인식하는 방법이 계속 새롭게 만들어져 온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비판과 수정이 금지된 도그마가 될 수 없다. 우주의 법칙에 대한 과학도 그런데, 하물며 인간사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기존질서를 뛰어넘는 상상력과 비판의식은 그래서 모든 교육의 핵심가치다. 이걸 억압하는 정치와 교육은 "중세(中世)의 감옥"일 뿐이다. /성공회대 교수

2014-07-06 16:24: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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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필의 청론탁설]시진핑 주석의 '無信不立' 메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주 취임 후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해 박근혜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차원 높은 동반자 관계를 다졌다. 우선 전례를 깨고 북한보다 먼저 우리나라를 선택했다. 정상회담 내용도 알차다. 공동성명을 통해 한반도 핵개발을 확고히 반대했음은 물론 광복 70주년이 되는 내년에 한·중 항일 기념식 공동개최까지 제안했다. 아울러 양국간 FTA(자유무역협정) 연내 타결은 물론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개설, 영사협정 타결, 비자면제 확대, 미세먼지 감축, 재난구조 협력 등 두 나라 관심사항을 공동성명에 거의 담았다. 이제 한·중 두 나라는 수교 스물두 돌을 맞아 '성숙한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이러한 가운데 시주석은 특별한 메시지를 남겼다. 바로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논어의 안연편(顔淵篇)에 실린 정치철학을 바탕으로 두 나라의 신뢰를 강조했다. 무신불립은 "믿음이 없으면 살아 나갈 수 없다"는 뜻이다. 자공(子貢)이 정치에 관해 묻자 공자는 "식량을 충족케 하고(足食), 군대를 충분히 하고(足兵), 백성의 믿음을 얻는 일이다(民信)"라고 답했다. 자공은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한다면 무엇을 포기해야하느냐고 되묻자 군대를, 그리고 또 한 가지를 포기해야할 경우를 묻자 이번에는 식량이라고 답하면서 "예로부터 사람은 다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했다. 바로 백성의 믿음을 가장 중시했던 것이다. 이 말을 시주석은 언론기고를 통해 한·중 관계 신뢰외교의 기둥으로 삼았다. 이에 앞서 시주석은 지난해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특별히 친필 서예작품을 선물한 일이 있다. 당 나라 왕지환(王之煥)이 지은 5언 절구 4행시인 '등관작루(登?雀樓)' 내용 중 뒷부분인 "욕궁천리목(欲窮千里目) 경상일층루(更上一層樓)-천리를 보고 싶으면 누각을 한층 더 올라야한다"는 내용이다. 풀이하면 먼 미래를 내다보고 꿈을 키우자면 한 차원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를 특히 마오쩌둥이 즐겨 암송했다고 한다. 논어의 무신불립과 등관작루의 시를 시주석이 한·중 정상회담 주요 메시지로 정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고 본다. 바로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권은 무신불립의 정치철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언론인

2014-07-06 10:56:53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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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의 와인스토리]샤토 마고(Chateau Margaux)

카베르네 소비뇽(Cabernet Sauvignon)으로 만드는 와인에서 전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샤토 마고(Chateau Margaux)는 '프랑스의 자존심'이다.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 때 그랑크뤼 1등급으로 선정된 4개 샤토(현재는 5개) 중에서도 으뜸이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주인도 바뀌고 품질의 위기도 겪었지만 부활에 성공한 지금, 여전히 톱 클래스의 와인을 만든다. 흔히들 샤토 마고 와인을 '벨벳'에 비유한다. 강인한 골격임을 부드러움으로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나무는 피레네 산맥에서 흘러 내려온 자갈밭에서 억척스럽게 자라 열매를 맺는다. 수확 후 발효를 거쳐 숙성하면서 오랜 시간 인내해 최고의 와인으로 탄생했다는 점에서 프랑스인들은 자기 민족을 닮았다고 생각한다. 샤토 마고는 지역적으로 와인의 메카 보르도에 속한다. 보르도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고향이다. 카베르네 소비뇽이야말로 보르도 와인을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 놓은 주인공이다. 프랑스도 우리나라의 도-군-면-리 행정구역과 같은 구조로 세분화된다. 보르도를 관통하는 지롱드강 하류를 바라보면서 왼쪽에 메독이 있다. 메독은 다시 하류 지역의 바메독과 상류 언덕 지형의 오메독으로 나뉜다. 바로 이 오메독에 △생떼스테프 △생쥘리앵 △뽀이악 △리스트락 △물리 △마고 등 6개 마을이 있고 여기에 그랑 크뤼 5개 등급 61개 샤토가 몰려 있다. 샤토 마고는 바로 마고 마을의 터줏대감이자 프랑스 와인 문화의 중심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샤토 마고는 큰 족적을 남겼다.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 전쟁은 보르도 지방의 쟁탈전이었다. 손녀의 이름을 마고라고 지을 만큼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사랑한 와인이며,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주 프랑스 공사로 재직할 때 샤토 오브리옹과 함께 극진히 아꼈던 와인이었다. 독일의 수상 아데나워가 1949년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세계대전을 일으켜 프랑스인에게 고통을 안긴 것'을 사죄했던 장소가 바로 샤토 마고다. 프랑스인에게 샤토 마고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의 한 가운데서 빛나는 존재다.

2014-07-06 10:43:19 조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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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봉의 도시산책]'몽유도원도' 속을 거닐다

부암동을 걷다 보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자연이 살아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창의문 같은 운치있는 조선시대 문화재를 비롯해 백사실 등 깊은 산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계곡이 온전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신록이 푸르게 물들면 마치 조선시대의 산수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서울 사대문 안팎이 막개발로 황폐해진 지금도 그 정도의 느낌을 받을 정도인데 과연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지금으로부터 567년 전 화원 안견이 '몽유도원도'를 완성해낼 때 배경으로 삼은 곳이 바로 부암동 남서쪽의 무계동 계곡이었다.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으로부터 자신이 꿈 속에서 노딜던 무릉도원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달라는 명을 받은 뒤 단 사흘만에 완성해 낸 건데, 섬세한 붓놀림과 파격적인 구도 면에서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 필적한다는 평을 받는다. 아마 지금처럼 여름을 맞은 무계동 계곡의 환상적인 모습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다. 요즘에도 직접 부암동을 찾아 무계동 계곡 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면 안평대군이 살았던 집터를 만날 수 있다. 한쪽에 '무계정'이라고 새긴 바위도 남아 있는데 당시의 모습을 어렴풋하게나마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런 부암동의 고즈넉한 풍광이 저스스로 유지되어 온 것은 아니다. '청와대 경호'라는 군사적인 목적에 개발이 지연된 탓도 있지만 주민들의 노력도 큰 몫을 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지난 2009년, 안평대군 집터 근처에 1,700여 제곱미터 면적의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려고 했던 적이 있다. 이때 주민들이 "주차장이 부족해 당장은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역사적이며 문화적인 면에서 그곳에 주차장을 만드는 것은 안 된다"고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을 신성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역사와 문화 경관을 위해 당장의 편리함을 유보하는 태도는 사뭇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번 주말, 몽유도원도 원본은 일본에 있어 직접 보기 힘들지만 대신 부암동을 찾아 실제의 몽유도원도 속을 걸어 보는 건 어떨까. 안평대군 꿈 속의 무릉도원은 멀리 있지 않다. /'다시,서울을 걷다' 저자

2014-07-03 13:05:50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