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울상 정유화학주…유가 등락에 주가 춤춰
최근 저유가 기조에 실적 부진을 겪은 국내 정유·화학주들의 주가가 부쩍 유가 등락에 민감해졌다.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온 유가가 반등할 기미를 보일 때마다 정유화학주들의 주가도 상승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15일 국내 증시에서 국제 유가 급반등에 힘입어 정유화학주들이 대거 동반 강세를 보였다. S-Oil이 이틀째 올라 5만원선을 회복했고 롯데케미칼(2.78%), KCC(1.90%), 금호석유(1.80%), 효성(1.03%) 등 대체로 화학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한동안 급락세를 잇던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반등했다는 소식에 투자심리의 긴장이 풀렸다. 14일(현지시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6% 반등한 배럴당 48.48달러로 지난 2012년 6월 이후 하루 변동폭으로는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5달러선에서 거래되던 WTI 가격이 반토막 나면서 정유화학주들의 실적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두바이유 가격 역시 지난해 10월 93달러선에서 같은해 말 53달러선으로 3개월 만에 40달러가 떨어지면서 유가 급락세를 강화했다. 저유가 폭탄에 국내 정유 4사는 지난해 1~3분기에 본업인 정유사업 부문에서 사상 처음으로 2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간 정유부문에서 4060억원 적자를 냈고 GS칼텍스는 4016억원, S-Oil 392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를 낸 곳은 현대오일뱅크가 1792억원으로 유일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정유부문의 적자 부담으로 지난 1977년 이후 37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손실을 낼 전망이다. 정유사들은 보유한 원유와 석유제품 등의 재고자산을 평가할 때 취득가보다 시장가가 낮을 경우 그만큼 자산가치가 감소해 손실을 보게 된다. 따라서 갑작스러운 유가 하락은 정유업체들의 적자 폭을 크게 늘리는 부담 요인이 된다. 무려 10년 이상 지금과 같은 저유가 국면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면서 향후 전망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증권가의 손도 바빠졌다. 원유 등 원료를 수입하는 업체나 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감소 효과가 바로 나오는 업종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로화물과 택배, 육상운송, 시멘트, 비금속광물, 여행, 비료, 제지 등이 수혜 업종으로 꼽혔고 개별 종목으로는 롯데케미칼, S-Oil, KCC 등에 관심이 쏠렸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불과 6개월 사이에 고유가에서 저유가로 시대가 바뀐 상황에서 향후 유가의 의미있는 상승도 어려워보이므로 투자 전략이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