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뭐하세요?' 워라밸 열풍에 나홀로여가족 늘어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문화가 확산되면서 퇴근 후 모습도 사뭇 달라졌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술잔을 돌리기보다는 취미가 같은 이들끼리 실내 스포츠를 즐기거나 퇴근 후 조용히 여가생활을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최근 좋은 직장 조건 1위도 워라밸이다. 기업도 변화가 일고 있다. 예전에는 일찍 출근해 늦게 퇴근하거나 휴일에도 일하는 직원을 선호했지만 요즘은 제대로 쉬어야 생산성과 창의성도 올라간다고 여기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너도 나도 '문센族' 과거 미취학아동과 주부들의 공간이었던 백화점 문화센터에 '2030' 젊은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향하고 있다. 워라밸 열풍과 함께 직장인들을 위한 강좌를 다양하게 개설한 것이다. 17일 신세계백화점 측에 따르면 점포별로 상이하지만, 봄 학기 강좌만 놓고 비교했을 때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30 여성 비율이 10%이상 늘었다. 원래는 전체 비중의 8~9%였다. 그 비율이 20%에 육박할 정도.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아카데미를 찾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퇴근 후 강좌도 10% 이상 늘어났다"며 "여름학기에는 바캉스를 앞두고 다이어트 레시피, 홈트레이닝 강좌가 인기를 끌었다. 또 방학을 맞아 아이와 함께 들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강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올 봄학기 강좌 수강생 중 2030세대 비중은 26.1%로 전년 봄학기(12.7%) 대비 2배 이상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본점은 올해 여름 시즌 문화센터 강좌에서 '워라밸'이라는 파트를 신설했다. 기존 피트니스 위주로 진행되었던 저녁 강좌들을 재테크, 메이크업, 꽃꽃이 등 직장인들의 취미를 살릴 수 있는 방식으로 강화했다. 또한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는 아빠들의 육아 역할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아빠 휴직 대디 스쿨'이라는 강좌도 만들었다. 부동산 칼럼니스트가 알려주는 재테크 아카데미, 통가죽 공예 등 자기 개발 및 여가활동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강좌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드는 2030 고객은 전년보다 15% 이상 신장했다. 아이를 동반한 젊은 엄마 고객을 제외한 2030대 고객은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 봄학기 실험적으로 시행한 워라밸 테마 강좌 수강생은 지난해 같은기간 보다 37% 가량 늘었다. 워라밸 강좌의 비중도 30% 가량으로 강화할 계획이다. ◆퇴근 후 '심야책방' 인기 퇴근 후 책방으로 향한 이들이 늘고 있다. 해가 지는 저녁에 문을 여는 동네 작은 책방들이 늘면서 직장인들의 발걸음도 저절로 향하게 된다. 은은한 음악과 함께 따뜻한 조명 아래 책을 읽다보면 마음의 양식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연희동에 위치한 '밤의 서점'은 대표적인 심야책방이다. 월요일은 저녁 7시에, 화요일은 저녁 5시에 문을 열고 밤 10시가 되면 가게를 마감한다. 대형 서점만큼 많은 책이 있지는 않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으며 곳곳에 책방 주인의 추천 메모가 붙어있다. 말그대로 밤에 여는 서점이라 퇴근 후 부담없이 갈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인천 구월동에 위치한 '말앤북스' 역시 대표적인 심야책방이다. 재미있는 것은 철야 번개모임을 한다는 것. 특정 요일을 지정해 당일 저녁부터 첫차가 뜨는 다음날까지 책방을 오픈해 밤새도록 책을 읽고싶은 이들이 모여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술을 즐기며 책을 읽는 형태의 심야책방도 인기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의 '책바(Chaeg Bar)', 마포구 염리동의 '퇴근길 책 한잔'은 독서는 물론이고, 책 추천, 영화 상영, 인디밴드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연다. 이처럼 퇴근 후 건전한 여가생활을 보내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문화 회식'이 대세 퇴근 후 개인의 시간과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불목'·'불금'이라 불리는 목요일, 금요일에는 저녁 회식을 잡지 않는 분위기다. 과감히 저녁 회식을 없애고 점심 시간을 이용해 회식을 하는 직장도 적지 않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경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개인 의사와 상관없는 회식·친목모임 참여 강요'(37.5%)가 '퇴근 후 또는 휴일 연락(46.1%)' '명확하지 않은 업무지시(43.3%)'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이 꼽혔다. 이에 최근에는 '문화 회식'을 도입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직접 체험하거나 의미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이 증가하고 있는 것. 과거에는 1차 술과 고기, 2차 호프, 3차 노래방이 회식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스크린야구, 스크린골프, 볼링, 야구관람, 영화관람 등을 통해 팀워크를 다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스포츠를 함께하거나 같이 경기를 관람하는 과정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고 술자리보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소규모 인원의 단체나 이색적인 문화 회식을 희망하는 기업, 다양한 여가문화를 즐기고 싶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디뮤지엄에서 진행하는 '스페셜 워크숍'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것은 '네온사인 조명 만들기', '유리공예 소품 만들기', '압화 드로잉', '젬 스톤 캔들 만들기', '가죽공예 소품 만들기' 등을 단체의 특성과 분위기, 상황에 맞춰 진행하는 워크숍이다. 20명 이상의 기업 및 성인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