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칭] '여성보험' 깃발 올린 나채범 한화손보 대표…캐롯 품고 '수익성 2막'
"여성·출산친화적 상품, 서비스를 계속해서 개발해 여성을 가장 잘 아는 보험사로 거듭나겠다." 지난 2023년 3월 한화손해보험 대표로 취임한 나채범 대표는 '여성보험'이란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며 상품·브랜드·제휴의 방향을 한 축으로 묶었다. 지난해 10월 캐롯손해보험 흡수합병까지 마무리하면서 관전 포인트는 '여성보험 강화'가 손익과 자본 체력으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환산되느냐에 맞춰지고 있다. ◆ '기획·관리' 경력의 CEO 나 대표의 경력은 전통적인 영업 스타보다 '기획·관리'에 가깝다. 그는 한화생명에서 경영관리, 전략을 거치며 조직의 목표와 자원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왔고, 한화손보로 옮긴 뒤에는 '무엇을 하지 않을지'부터 정하는 방식으로 전략의 초점을 맞춰 왔다. 이러한 결과물이 여성보험이다. 한화손보는 회사 차원에서 '펨테크'를 내세워 여성 건강과 라이프 사이클에 맞춘 상품 라인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단발성 히트상품보다, 보장 구조·특약 구성·서비스를 연속적으로 고도화해 '여성보험은 한화손보'란 인식을 심고 있다. '유지율·고가치 신계약·브랜드 충성도' 같은 장기 지표를 겨냥한다는 점에서, 손해보험사의 전통적 경쟁(가격·채널)과 다른 게임을 만들려는 시도로 읽힌다. 한화손보가 내세운 '펨테크'는 슬로건만이 아니다. 한화손보는 ▲'라이프플러스(LIFEPLUS) 펨테크 연구소' 설립 ▲여성보험 상품 고도화 ▲소비자 중심 활동 등 '여성보험 전문성'을 구조화하고 있다. 대표 상품군인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은 버전업(3.0→4.0) 흐름 속에서 단순 질병 보장 확대를 넘어, 난임·임신·출산·산후관리 같은 생애 이벤트와 여성의 사회적 위험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화손보는 2025년 3분기 신계약 CSM(계약서비스마진)이 2841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수준을 기록해 '고가치 신계약' 드라이브가 작동하고 있다. CSM은 단기 손익보다 '미래 이익의 두께'를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여성보험 라인업이 실제로 회사가치에 기여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다만 CSM이 늘어도 당장의 보험손익이 흔들리면 체력은 약해진다. 2025년 3분기 한화손보의 당기순이익은 716억원,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29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특히 3분기 보험손익은 450억원으로 줄었다. 의료이용 증가에 따른 장기보험 예실차(예상과 실제의 차이) 부담,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자동차·일반보험 사고 증가 등에 따른 영향이다. 여성 중심의 고가치 신계약 드라이브로 미래가치(CSM)는 쌓이지만 현재손익(보험손익)은 손해율·예실차에 흔들리는 구조가 핵심이다. 이 구간에서 나채범 대표는 성장 스토리를 유지하되, 손익 변동성을 줄이는 '기본기(언더라이팅·원가·보상관리)'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 캐롯 흡수합병 '2기 최대 의사결정' 2025년 10월 1일 캐롯손보 흡수합병은 나채범 대표 체제에서 가장 큰 구조 변화다. 캐롯은 디지털 접점과 자동차보험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돼 왔고, 한화손보는 이를 통해 온라인 기반 고객 유입과 채널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손보업권에서 가장 변동성이 큰 영역이다. 사고 빈도·정비비·의료비·소송 환경에 따라 손해율이 단기간에 튀고, 손익이 빠르게 흔들린다. 특히 캐롯은 합병 전까지 적자 구조가 이어졌다는 평가가 많았고, 자동차보험 시장은 손해율 환경이 거칠어졌다. 결국 합병 이후 수익모델 재설계(언더라이팅·요율·보상원가·채널 믹스)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디지털로 고객을 모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고객을 장기·건강보험으로 전환시키는 구조와 자동차보험 원가를 제어하는 구조가 함께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흡수합병은 '시작'이고, 과제는 통합 이후의 손익 체질이다. 아울러 나채범 대표는 2025년 정기주총에서 재선임과 함께 내부통제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금융권 전반에서 책무구조도·내부통제 강화가 경영의 우선순위로 부상한 상황에서, 이사회 차원의 통제 체계를 갖춘 것은 '성장'과 '신뢰'를 함께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보험사는 상품이 복잡해질수록(특약이 늘수록), 채널이 다양해질수록(디지털 비중이 커질수록), 작은 실수가 제재·분쟁·평판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다. 여성보험 처럼 설계가 정교해지는 전략을 추진하는 동시에, 캐롯 통합으로 자동차보험과 디지털 접점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내부통제가 비용이 아니라 '성장 인프라'가 된다. 재선임 이후의 시간은 결국 내부통제 체계가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는지 점검받는 구간이기도 하다. 나 대표의 4년 차는 '브랜드를 만든 시간'에서 '성과를 내는 시간'으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그가 선택한 '여성보험'은 차별화 측면에서 분명한 방향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그 방향을 손익과 통제로 고정하는 일이다. 캐롯을 품은 2기 경영은 한화손보가 '특화 보험사'에서 '수익성까지 갖춘 특화 보험사'로 올라서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 ◆ 나채범 한화손해보험 대표 약력 △1965년 11월13일 출생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석사, 영남대학교 법학과 학사 △2014.09~2016.11 한화생명 경영관리팀장 △2018.04~2018.10 한화생명 CPC전략실장(상무) △2020.01 한화생명 금융OPC팀장(전무) △2021.01 한화생명 기획관리팀 운영담당 전무 △2021.12 한화생명 부사장 △2023.03 한화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