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323편 줄었지만 LCC 증편 186편 그쳐
80% 룰에 직접 회수 한계…사업계획 이행률 반영 검토
대체항공사 2년 공급 유지 의무…미이행 땐 자격 제한 가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과정에서 재배분된 김포~제주 노선 슬롯 일부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아 소비자 불편을 야기한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다만 현행 제도상 국토교통부가 슬롯 미활용만으로 항공사를 직접 제재하거나 슬롯을 회수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정부는 운수권 평가 반영과 대체항공사 의무 이행 여부 등을 통해 간접 관리에 나설 전망이다.
25일 항공업계와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아시아나항공의 김포~제주 정기편은 323편 감소했지만 슬롯을 넘겨받은 제주항공·트리니티항공·이스타항공·파라타항공의 증편 규모는 186편에 그쳤다. 한국공항공사 통계상 지난 4~5월 전년 동기 대비 이스타항공은 지난해보다 366편을 추가 운항할 수 있었지만 실제 증편은 180편에 머물렀고, 트리니티항공은 61편 추가 운항이 가능했음에도 오히려 60편을 감편했다. 양사에서만 약 2만1000석 규모 공급이 줄어든 셈이다.
소비자 불편과 이동권 침해 논란에도 국토부가 이를 이유로 직접 제재하기는 어렵다. 슬롯은 국제 기준인 '80% 사용 규칙'에 따라 운영돼 80% 이상 사용 시 다음 시즌 우선 배정권을 받는다. 활용률이 낮아도 즉시 회수되지는 않으며, 허위 자료 제출 등 법령 위반이 없는 한 강제 회수 근거도 없다. 유럽공항협회(ACI EUROPE) 등은 슬롯을 운항 의무가 따르는 제도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계획 이행률을 활용한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토부는 사업계획 대비 실제 운항 준수율을 항공교통서비스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을)도 운수권 배분 시 불이익을 부여하는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해당 지표가 도입될 경우 향후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사업계획 이행률은 항공사별로 차이를 보였다. 김한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트리니티항공(구 티웨이항공)의 지난 1~5월 제주~김포 노선 운항계획 이행률은 86.1~92.3%로 주요 항공사 중 가장 낮았다. 4~5월에는 양방향 모두 86~88% 수준이었다. 이스타항공은 전체 운항계획의 약 98%를 이행했다고 밝혔다.
대체항공사에는 별도 공급 유지 조건도 적용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대체항공사는 기존 운항 규모와 이관받은 슬롯 물량을 합한 수준의 공급을 2년간 유지해야 한다. 미이행 시 향후 대체항공사 선정에서 자격 제한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아직 하계 시즌(3~10월) 중인 만큼 4~5월 실적만으로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항공업계에서는 슬롯 미활용을 두고 기재 부족과 국제선 우선 배치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홍콩 등 단거리 국제선 감편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기재 부족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에 항공기를 우선 배치하면서 제주 노선이 후순위로 밀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리니티항공은 "고유가·고환율 환경에서 노선 효율화를 추진한 결과"라며 "기재 운영이 안정화되면 슬롯 활용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스타항공은 비운항 사유의 95%가 중정비 때문이라며 "미이행분도 사전 승인과 통보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사업은 민간 사업 영역으로 사업계획은 항공사가 수립하고 정부는 이를 검토·승인하는 역할을 한다"며 "사업계획 자체가 곧 운항 의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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