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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속깊은 人터뷰]국가첨단대체시험팀 이경륜 팀장 "K-NAMs’, 글로벌 주도권 잡는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 첨단대체시험팀의 첫 수장을 맡은 생명연 이경륜 팀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한국판 첨단대체시험법(NAMs)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 시작된다. 글로벌 흐름에 발맞춰 한국에서도 오가노이드와 생체조직칩을 아우르는 시험법의 패러다임 전환에 뛰어든 것이다.

 

전 세계는 이미 NAMs의 주도권 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유전자 치료제와 세포 치료제 등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앞에서 '동물실험'이 무력해진 이유가 컸다. 미국은 1700억원이라는 메가 투자를 단행하며 NAMs 개발에 나섰고, 유럽은 6월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를 선언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은 지난 2월 '국가 첨단대체시험팀'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국내에서 연구기관이 첨단대체시험법 개발을 위한 연구조직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첫 시도다.

 

국가 첨단대체시험팀의 첫 수장을 맡은 생명연 이경륜 박사(사진)를 생명연 충청북도 오창 분원에서 만났다. 그는 인터뷰 시작에 앞서 한 가지 바로 잡을 것이 있다고 했다. 첨단대체시험법은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는 잘못된 전제였다.

 

이경륜 팀장은 "첨단대체시험법은 단순히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해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와 같은 차세대 바이오 의약품 개발에 동물 실험을 적용하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 것이 NAMs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팀장이 이끄는 생명연 첨단대체시험팀은 이제 K-NAMs 개발을 위한 첫 발을 뗀다. NAMs의 표준화를 먼저 달성해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과감한 도전이다.

 

- 첨단대체시험법 이라는 말은 생소하다.

 

"동물대체시험이라는 말을 많이 써왔기 때문에 그렇다. 물론 NAMs는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범위가 포함된다. 하지만 NAMs의 기본 목적은 새로운 시험법을 찾는데 있다. 최근 유전자 치료제, 세포 치료제와 같은 바이오 의약품 개발이 활발하다. 기존 저분자 합성 의약품은 동물에서 나온 결과가 사람에도 비교적 잘 적용이 된 반면, 유전자 치료제는 독성이나 유효성을 동물에서 시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 이 때문에 인간에게 더 잘 맞는 새로운 플랫폼, 새로운 접근법(New Approach Methodologies·NAMs) 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 글로벌 움직임은 어떤가.

 

"미국은 2022년 말 통과된 'FDA 현대화법 2.0(Modernization Act 2.0)'을 기점으로 신약 허가 과정에 필수적이던 동물실험 자료 제출 의무를 폐지하고 2025년 4월 로드맵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올해 3월엔 신약 개발 시 동물실험 대신 오가노이드(장기모사체), 생체조직칩(Organ-on-a-Chip), 인공지능(AI) 기반 모델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NAMs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역시 지난 6월1일 화학물질 및 의약품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공식 로드맵을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규제당국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동물실험 대신 이러한 첨단대체시험법을 활용한 독성 자료나 유효성 자료를 제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NAMs에 대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중요한 시작이 된다."

 

- 첨단대체시험법은 어떤 것들인가.

 

"오가노이드와 생체조직칩, 그리고 인공지능(AI) 컴퓨터 모델링이 첨단대체시험법의 핵심 세가지다.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로 만들어낸 3차원 '작은 장기 모델'을 뜻하는 오가노이드가 그 중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체조직칩은 플라스틱 소재인 칩에 간, 폐, 심장, 피부 등의 세포를 키우고, 그 위에 약물이 섞인 배양액을 흘려보내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독성이나 효능을 평가한다. 컴퓨터 모델링은 이러한 오가노이드나 생체조직칩에서 나온 데이터를 인간에게 적용하면 어떤 반응이 나타날지를 수학식을 활용해 미리 예측하고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 첨단대체시험팀의 첫 수장을 맡은 생명연 이경륜 팀장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 혁신을 위해 만든 기관 ARPA-H(보건첨단연구계획국)는 이미 지난 2024년 NAMs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오가노이드는 물론, AI와 컴퓨터 기반 약물 반응 예측 등에 투자하는 금액은 최대 1억2500만 달러(약 1700억원)에 달한다. ARPA-H는 NAMs를 단순히 '동물 보호용 연구'가 아니라, 인류의 신약 개발 속도를 10배 이상 끌어올릴 핵심 혁신 플랫폼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시각은 여전히 동물대체시험에 국한돼 있고, NAMs를 둘러싼 부처 간의 주도권 갈등만 수년째 이어져 오는 모양새다. 이경륜 팀장은 더이상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 한국에서 '동물대체'를 내세우는 이유는.

 

"감성적인 접근을 먼저 선택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려운 첨단대체시험법 대신 동물실험에 대한 윤리 문제를 부각시키면 여론의 주목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판단한 것이다.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첨단대체시험법의 진짜 의미, 중요성을 모른채 감성적으로만 흘러가면 안된다. 이제는 정부가 주도 하에 현실적인 K-NAMs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 NAMs 개발은 왜 중요한가.

 

"전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생체조직칩, 오가노이드를 표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재현성, 정확성을 따져서 이 모델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평가해야 하는데 표준시험법이 아직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에 대한 표준화를 먼저 하는 국가가 주도권을 잡는다. 결국은 데이터 싸움이다. 이미 전 세계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첨단대체시험법에 대한 충분한 양의 데이터를 최대한 빨리 쌓고, 이를 근거로 우리만의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NAMs라는 용어도 미국이 만든걸 그대 쓰고 있지 않나. 더 늦어지면 FDA나 EMA가 만들어놓은 표준을 그대로 따라갈 수 밖에 없다. 한 단계 앞서 가려면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한다."

 

-한국은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NAMs는 과학으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정책과 규제가 함께 가야한다. 연구자에게 맡겨서는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규제 기관이 허가를 하는 과정에서 첨단대체시험법 사용에 우선 혜택을 준다면, 기업은 그 인센티브를 위해 어떻게든 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첨단대체시험법이 활성화 되고, 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지고, NAMs에 대한 국내 데이터를 빠르게 쌓을 수 있다. 정부가 로드맵을 제시하고 규제기관, 연구 기관,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경륜 팀장은 약물동태학(PK) 전문가다. PK는 말 그대로 '몸이 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처리하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약에 대한 인체의 반응을 분석하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예측하여 적절한 용량과 용법 설정한다.

 

ARPA-H가 투자를 결정한 것 역시 NAMs(오가노이드, 생체조직칩 등) 기술을 활용해 동물 대신 사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동태학을 예측하려는 연구다. 전 세계가 앞다퉈 뛰어든 분야이기도 하다. 이 팀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첨단대체시험팀을 통해 K-NAMs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반을 다질 계획이다.

 

-국가첨단대체시험팀은 어떤 활동 하게 되나.

 

"우리 팀은 그동안 축적해 온 컴퓨터 모델링 역량을 바탕으로, 앞으로 도입될 오가노이드 및 생체조직칩 시험 기술을 유기적으로 융합할 계획이다. 첨단대체시험법은 기존 동물실험보다 인체 예측 정확도가 높은 반면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고도화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통합 평가 시스템을 구축하여, 미래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더욱 정확하고 신속하게 예측하는 데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

 

"NAMs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기초 단계에서 기업은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다. 첨단대체시험법이 어느 정도 표준화 되면 기업들이 기술을 영위해서 임상수탁기관(CRO)를 만들고 투자하고 산업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K-NAMs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그 시작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정부 출연연인 생명연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국가첨단대체시험팀은 앞으로 허가를 받을 수 있는 만큼의 표준화된 시험법을 개발하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신약을 개발할 때, 평가를 하는 과정에서 대체시험법을 지속 가능하게 지원해주고, 표준화를 통해 그 시험법이 허가 기관까지 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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