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코스피 1위 변동…SK하이닉스, 시총 2000조 돌파
AI·HBM 효과 집중…반도체 사이클 이후 상승률 격차 확대
'300만닉스' 현실화…증권가, 목표주가 500만원까지 등장
국내 기업 21년 만의 ADR...미국 상장으로 재평가 기대감
국내 증시의 '대장주'가 25년 만에 바뀌었다.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코스피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다. 인공지능(AI) 투자 확대로 인한 반도체 호황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2080조3782억원으로 삼성전자(2066조6595억원)를 넘어섰다. 장 초반부터 급등한 SK하이닉스의 시총은 2000조원을 재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국내 증시에서 단일 종목이 시총 2000조원을 상회하는 것은 삼성전자 이후 두 번째로, 삼성전자는 2000년 11월 21일 이후 약 25년 7개월 동안 '왕좌'를 유지했다.
다만 삼성전자우(약 180조원)까지 포함하면 여전히 약 179조7311조원 가량 격차가 존재한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시가총액을 합산한 삼성전자의 총 시가총액은 2260조1093억원으로,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의 91.44% 수준이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2069조5826억원, SK하이닉스는 1969조9093억원으로 약 100조원 수준의 격차를 보였지만, 주가 희비가 엇갈리면서 SK하이닉스가 역전에 성공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5.61% 상승한 291만9000원에 마감했으며, 삼성전자는 0.14%% 내린 35만3500원을 기록했다.
연초 대비로는 삼성전자는 194.83% 오른 반면, SK하이닉스는 348.39% 급등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올해 1월 초만 해도 삼성전자 대비 64.79% 수준에 머물렀다.
◆ AI발 반도체 붐이 끌어올린 SK하이닉스...HBM 경쟁력 입증
시장에서는 HBM 시장을 선도한 SK하이닉스에 반도체 슈퍼 사이클 수혜가 더욱 집중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가장 먼저 HBM 제품을 개발해 엔비디아에 공급했던 기업으로 꼽힌다. 또한, 삼성전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가전 등 사업 영역이 다양하기 때문에 반도체 효과가 분산되고 있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증권가는 이제 '30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300만원)를 넘어 목표주가 400만원, 500만원을 외친다. 이날 한화투자증권은 SK하이닉스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목표주가를 기존 163만원에서 43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이 증권사 박준영 연구원은 "한국 메모리 산업은 장기공급계약(LTA), 고대역폭메모리(HBM)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바탕으로 감익기의 실적 변동성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LTA의 비중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과거 대비 훨씬 높은 수준의 마진율이 감익기에도 담보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시선도 비슷하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지난달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234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올려잡은 것에 이어, 최근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다시 대폭 상향했다. 이외에도 골드만삭스는 350만원, JP모건은 300만원 등을 제시했다.
정창원 노무라증권 아시아 리서치 공동 대표는 "AI 기업의 투자금이 부족해질 걱정은 이미 3월 말 시장에서 사라졌다"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제는 메모리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는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믿음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르면 내달 ADR 상장...주가 상승 동력 남았다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 미국 증시에 예탁증서(ADR)를 상장할 예정이라는 점도 호재로 작용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미국 ADR 상장을 위한 공모 등록신청서(Form F-1)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태다. IB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달쯤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어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목표로 하고 있는 ADR의 상장과 함께 미국 증시 내에서 유사 기업들과 비교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도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의 압도적인 밸류에이션 매력과 동종 업체들 대비 가지는 기술력의 우위 등을 감안했을 때, ADR은 동사가 다시 한 번 재평가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SK하이닉스 ADR 상장 주관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 JP모간,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맡았다. 국내 상장사의 ADR 상장은 2004년 LG디스플레이의 한·미 동시상장 이후 처음이다. ADR은 미국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에서 해외 기업 주식을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권으로, 글로벌 투자자 접근성을 높여 준다.
◆'대장주 역전'은 '강세장 종료 시그널' 우려도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시총 1위 등극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익 증가를 기반으로 한 지금의 강세장 종료의 또 다른 시그널은 SK하이닉스의 시총이 삼성전자를 추월하는 경우"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예상 순이익 규모는 2026년 280조원, 2027년 349조원으로 SK하이닉스(208조원·272조원)를 여전히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절대적인 이익 규모가 아닌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국면에서는 시장 과열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시스코시스템즈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일렉트릭(GE)을 제치고 미국 증시 시총 1위에 오른 직후 기술주 버블이 붕괴된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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