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를 둘러싸고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공방이 뜨겁다.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의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운영자금 지원 조건으로 MBK 김병주 회장의 개인 지급보증을 요구했고, MBK는 난색을 표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동북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MBK가 수조 원대의 펀드 수익과 수천억 원의 보수를 챙기면서도, 막상 피인수 기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을 때는 직접적인 현금 투입이나 책임 있는 자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공방은 단순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에서 사모펀드(PEF)가 가져야 할 '책임 경영'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모펀드는 본래 낙후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긍정적 기능을 표방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들이 즐겨 쓰는 레버리지드 바이아웃(LBO) 방식은 인수 대상 기업에 과도한 채무 부담을 지우기 일쑤다.
홈플러스 역시 인수 이후 점포 매각과 자산 유동화가 반복되면서 체질 개선은커녕 고용 불안과 기업회생절차라는 파국을 맞았다. 위험은 피인수 기업과 노동자, 그리고 시장에 떠넘기고 수익만 독식하는 구조, 이것이 거대 투기자본이 마주한 민낯이다.
수익 추구가 존재 목적이라고는 하지만, 사모펀드 역시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회 구성원'의 일원이기도 하다. 자본의 이동과 투자는 자유롭지만, 그 자유에는 반드시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투자의 과실을 향유할 권리가 있다면, 투자 실패나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과 책임을 분담하는 것 또한 당연하다. 수십조 원의 운용자산을 굴리며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글로벌 펀드가, 자신이 책임지던 기업의 회생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에는 지갑을 닫는 행태는 결코 '합리적 투자'라는 미명 하에 정당화될 수 없다.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극대화와 무책임한 경영 방식에 대한 경종은 이미 국경을 넘어 울리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정밀공작기계 기업 마키노밀링에 대한 MBK의 적대적 공개매수에 대해 외환 및 외국무역법을 근거로 가로막았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역시 행동주의 및 사모펀드가 중장기 성장을 저해한다는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흐름은 국가 기간산업이자 반도체·배터리 공급망의 핵심인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번지며, 사모펀드의 무차별한 침탈로부터 국가 전략산업과 산업안보를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와 홈플러스 노조의 연대 성명은 투기자본의 무책임함이 한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의 근간과 노동자의 생존권을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주는 절박한 호소다.
자본은 차갑지만, 그 자본이 작동하는 사회는 인간의 삶과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사모펀드가 단기적인 엑시트만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사회적 신뢰를 저버린다면, 결국 시장과 공동체로부터 외면받는 '약탈적 자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사모펀드도 사회의 일원임을 자각하고, 자신들의 투자 행위가 낳은 결과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지는 구조적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정부와 입법부 역시 이들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책임 경영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 방어벽과 '약탈적 사모펀드 방지법'과 같은 규제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