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제2호는 국내에 널리 알려진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것을 사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타인의 상품 또는 영업시설(혹은 영업활동)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가 무엇을 말하는지 문제된다. 애초에 상품표지나 영업표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위 조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법령상의 정의를 살펴보면 상품표지는 '타인의 성명, 상호, 상표, 상품의 용기·포장, 그 밖에 타인의 상품임을 표시한 표지'를 의미한다. 영업표지는 '타인의 성명, 상호, 표장(標章), 그 밖에 타인의 영업임을 표시하는 표지'를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상품 판매ㆍ서비스 제공방법 또는 간판·외관·실내장식 등 영업제공 장소의 전체적인 외관'이 포함된다. 이는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의 보호를 위해 부정경쟁방지법이 2019년 개정될 때에 포함된 것이다.
이러한 타인의 성명 등은 단순히 개인이나 회사를 식별하는 수준을 넘어서 상품이나 영업의 출처를 표시하는 표지로서의 기능(즉, 출처표시기능)을 할 정도에 이르렀을 때에 비로소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에 해당한다. 그 구체적인 판단기준은 실제 사례들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법원은 모방 가수가 다른 가수의 이름과 외양(모자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독특한 모양의 수염을 기른 스타일)을 사용해 나이트클럽 등에서 모방 가수임을 밝히지 않고 립싱크(lip-sync)로 공연해 문제된 사안에서, 가수의 성명은 영업표지에 해당한다고 보았지만 가수의 특징적인 외양과 독특한 행동 등은 '영업표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법원은 상품의 형태가 상품표지가 될 수 있는지 문제된 사안에서 상품의 형태가 다른 유사상품과 비교해 수요자의 감각에 강하게 호소하는 독특한 디자인적 특징을 갖고 있고, 일반수요자가 한 번 보고 특정의 영업주체의 상품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식별력을 갖추고 있는 경우라야 출처표시기능을 가진 상품표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법원은 '여의도떡방'이라는 상호가 문제된 사안에서 '여의도'라는 부분은 널리 알려진 지명이어서 상품출처 또는 영업주체를 식별하는 요부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떡방'이라는 부분도 떡을 제조·판매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보통명사 또는 관용문구에 불구하여 여기에도 상품출처 또는 영업주체에 대한 식별력을 인정할 수 없는데다가, '여의도떡방'에는 여의도에 소재하는 떡방을 지칭하는 의미가 내포돼 있으므로 '여의도떡방'이라는 상호 그 자체만으로 상품출처 또는 영업주체에 대한 식별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법원은 최근 실무상 자주 문제가 되고 있는 캐릭터(character)에 대해서는 캐릭터 자체가 국내에 널리 알려져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캐릭터에 대한 상품화 사업이 이뤄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선전, 광고 및 품질관리 등으로 상품표지로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돼 있어야만 이를 상품표지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를 제대로 보호하고 의도치 않게 타인의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를 침해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그 첫 걸음으로서 각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위 내용은 상품표지 또는 영업표지에 관한 여러 법리들 중 일부에 불과하지만, 이를 명확히 알아둬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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