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트럼프에 '단계적 접근' 설명… "트럼프가 북미 대화 방법을 물어봤다"
취임 첫 유럽 순방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한미 정상은 프랑스 에비앙레벵(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만찬장에서 옆자리에 앉아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눴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유럽·G7 순방 결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에서 긴 대화를 나눴다며 "한반도 문제와 한미 관계 중 가장 긴 대화를 나눈 것은 북핵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여러 차례 만난 한미 정상은 주로 북핵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며칠 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고, 북한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며 "(G7 정상회의 시작 전) 공동사진 촬영을 위해 처음 만났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먼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사진 촬영 시간에 잠깐 한반도 문제를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도 핵무기를 현실적으로 보유하기 이전 단계에서 뭔가 가능한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못 해서 아쉽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런 점도 있지만, 지금은 다른 나라를 대하는 방식으로 북한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도 그 점에 대해 고민하고 있고,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핵 문제에 대한 '일률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우리 입장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판단으로 북한은 일정 수 이상의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 같고, 연간 10~20개 정도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며 "투발 수단으로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은 개발했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거의 마지막 개발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원론적 접근만으로는 (북한과의) 대화가 되기 어렵다"며 "비핵화를 말하지 말고 핵 보유를 인정해 대화하자는 것도 국제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고, 국제사회가 비핵화를 포기할 수도 없으니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단계별 목표를 세우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핵무기 개발이) 진척되지 않도록 중단시키는 것을 단기 목표로 하고, 비핵화를 포기하지는 않되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단기적으로는 현재 추가 핵물질을 생산하지 않게 하는 것, 핵물질을 해외로 반출하지 않게 하는 것, ICBM 기술을 더 이상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만 해도 국제사회에 이익이라고 설명했다"며 "(지금 상태로) 방치하면 상황은 악화된다. 북한이 체제 유지에 필요한 정도를 넘어서는 핵물질을 보유하게 되면 해외 반출 욕구가 커질 수 있고, 이는 더 위험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 점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중단하고 안정이 되면 감축·검증을 검토하고, 이후 서로 신뢰가 쌓이고 체제 안전이 보장되면 핵무기 유지·관리 비용도 부담이 되기 때문에 비핵화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다며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답변했다고 이 대통령은 전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핵 문제를 포함한 평화와 안정 문제는 우리의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충분히 설명했고, 이해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북미 대화를 시작하고 싶어하지만, 구체적으로 방안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체제 안전의 문제이고, 지금 같은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효과가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가 봉쇄와 제재를 했지만 결국 북한은 일정 수준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면서 "이렇게 되기 전 단계에서 현실적 조치를 했어야 했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도 반복해서 말했다. 이제는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단계가 됐다"고 진단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러 군사협력이 강화되면서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 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 대통령은 "이제는 핵물질 추가 생산과 미사일 추가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을 가지고 협상해야 할 때가 됐다. 더 확산되지 않게 하는 것이 국제사회에 이익"이라고 재차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현재 남북의 모든 소통이 끊어진 상황이며, 미국이 북한과 유일하게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미국이 북한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안을 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국 내 군사·안보 전문가들도 현실성 있는 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무조건 비핵화만 외쳐서는 진전이 어렵고, 현실에 기반한 구체적 대안을 놓고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단계에서는 구체적 계획을 만들어야 하고, 현재는 완전한 교착 상태"라며 "정치든 국제정치든 이상과 가치에 기반한 주장만으로 상황을 방치하면 무책임한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런 길은 가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이번에 교황청을 방문해 레오 14세 교황에게 방북을 요청했는데, 북한을 설득할 방법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북한과의 모든 소통 수단은 단절돼 있다"며 " 북한은 우리를 세계에서 가장 적대적인 다른 나라라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가 강력한 국방력으로 북한을 억지하고 평화 체제를 구축하며, 언제든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면서도 "그러나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대결 정책을 취해 적대감을 키우고 충돌 위험을 크게 만들 필요는 없다. 이전에 북한을 자극해 군사 도발과 물리적 충돌을 유도하고, 이를 이용해 비상계엄을 하려 했던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너무 많은 것이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인내심을 가지고 적대가 아니라 평화적 공존과 공동 번영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는 피스메이커, 우리는 페이스메이커'라는 표현이 비자주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한반도 문제를 완화하고 평화 공존의 길을 여는 데에는 대한민국 스스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북한은 체제 안전에 관건적 역할을 하는 것은 미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현실적으로 한국은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가 아니었다"고 짚었다.
이어 "북한은 한반도 안보와 체제 보전에 미국이 핵심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고, 일부는 현실이기도 하다"며 "그래서 미국을 중심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앞으로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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