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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문 닫히는 '동물실험실'...비임상 생태계 바꾸는 'K대체시험법'

바이오솔루션이 보유한 인체 표피 모델 '케라스킨'은 동물대체시험법에 활용 가능하다. /바이오솔루션.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관문인 비임상 단계에서 '동물'이 사라지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 글로벌 규제 당국이 의약품 및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서 동물실험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로드맵을 잇달아 공식 채택하면서, 국내 비임상 업계도 인공지능(AI)과 인간 생체조직 모사 기술을 결합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17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달 1일 의약품을 포함한 15개 분야에서 동물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 위한 로드맵을 전격 채택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15~2023년 기준, 유럽연합 내 규제 시험에 사용된 동물은 1500만 마리가 넘고 이 중 40%가 화학물질 안전성 평가에 쓰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상황을 비동물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AI 및 데이터 기반 평가 활용, 국제 표준 개발 장려 등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약 분야에서는 반복 투여 독성 시험(RDT)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가상 대조군을 활용해 동물 수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동물 대체 움직임이 활발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4월 'FDA 현대화법 2.0'에 따라 동물실험 단계적 폐지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장기 칩, 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체외 인간 기반 시스템 도입을 권고하는 신약 개발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달 29일에는 항암제 개발 시 위험 기반 평가 접근법을 통해 동물실험 필요성을 줄이는 구체적 지침까지 제안하며 규제 문턱을 전방위적으로 재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동물대체시험법이 글로벌 신약 허가와 수출을 위한 '필수 생존 전략'이 되면서 국내 기업과 정부 기관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바이오솔루션은 국내 민간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국제 표준화 기구의 문턱을 넘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바이오솔루션이 개발한 인체 표피 모델 '케라스킨'을 활용한 광독성 동물대체시험법은 최근 글로벌 규제 기관의 기준이 되는 OECD 시험가이드라인(TG 498)에 등재됐다. 케라스킨은 세포 간 결합 등 인체 표피와 동일한 구조를 갖춰 화장품, 의료기기, 의약품 등의 유효성을 평가할 수 있다.

 

글로벌 규제 변화에 발맞춘 정부 기관과의 협력도 본궤도에 올랐다. 바이오솔루션은 지난 16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과 간담회를 열고 국내 기술의 국제 표준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현안을 논의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미 국제 표준화를 추진 중인 '피부부식성 대체시험법'에 이어, 바이오솔루션의 3D 인체 호흡기 모델을 활용한 '급성 흡입 독성 대체시험법' 도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당 모델은 인체 유래 기관지점막 상피세포를 기반으로 구현한 기도 유사 모델이다. 기존 동물실험에 2~3개월이 소요되던 평가 기간을 단 3일로 단축하면서도 정확도는 높이는 데 쓰인다.

 

국내 비임상위탁사업(CRO) 기업인 HLB바이오스텝의 경우 국내 신약개발 기업과의 협력을 넓힌다. HLB바이오스텝은 바스젠바이오와 함께 동물대체시험에 인공지능을 더한 통합 비임상 플랫폼을 구축한다. 양사는 약물 유효성과 독성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인실리코)으로 사전 예측하고, 오가노이드나 장기칩으로 후속 검증하는 원스톱 프로세스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내 신약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동물대체시험법은 윤리적 차원에서도 가치가 있지만 비임상에 소요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도 주목받는다"며 "글로벌 규제 가이드라인이 가시화된 만큼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연구 설계와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기술력이 차세대 글로벌 밸리데이션 시장을 선점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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