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BOK경제연구 “한계기업 비중 1%p 오르면 정상기업 투자·고용 0.14~0.18%p↓”
자산·부채는 외감 한계기업에 집중…피해는 소규모 비외감기업이 더 커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정상기업의 투자와 고용, 생산성이 함께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회생 가능성이 낮은 기업이 시장에 남아 자금과 수요를 흡수하면서,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의 성장 여력을 제약한다는 의미다.
15일 한국은행 BOK경제연구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 행정전수자료를 활용한 혼잡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1%포인트(p) 높아질 경우 같은 산업 내 정상기업의 투자·고용 성장률은 약 0.14~0.18%p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부정적 효과는 2~3년간 지속됐다.
이번 연구는 국세청 행정자료를 활용해 외부감사 대상 기업뿐 아니라 비외감기업까지 포괄했다. 기존 한계기업 연구가 상장사나 외감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국내 기업 전반을 대상으로 한계기업의 분포와 실물경제 영향을 분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논문은 한계기업을 표본에 5년 이상 관측된 기업 가운데 이자보상배율이 3년 이상 연속 1을 밑돈 기업으로 정의했다.
분석 결과 기업 수로는 비외감 한계기업이 외감 한계기업보다 많았다. 하지만 경제 전체 총자산과 금융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외감 한계기업이 더 컸다. 2023년 기준 전체 기업 총자산에서 외감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7%로, 비외감 한계기업 비중 2.3%보다 높았다.
한계기업의 경제적 부담은 대차대조표 측면에서 더 뚜렷했다. 논문은 한계기업이 매출이나 노동비용보다 자산과 금융부채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생산이나 고용 기여도에 비해 금융자원을 상대적으로 많이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부담이 정상기업으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산업 내 한계기업 비중이 높을수록 정상기업의 투자, 고용, 매출, 총요소생산성, 수익성이 유의하게 저하됐다. 특히 이 같은 혼잡효과는 비외감기업 가운데 소규모 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났다. 논문 제목의 '큰 한계기업, 작은 피해기업'이라는 표현도 이 구조를 가리킨다.
한계기업의 부채는 특정 업종에 집중됐다. 논문에 따르면 한계기업 금융부채는 부동산업에 가장 많이 몰렸고, 이어 건설업, 도소매업, 운수·창고업 등의 비중이 컸다. 부동산업은 한계기업 전체 금융부채의 약 25%를 차지했다. 제조업보다 내수·비제조업 부문에서 한계기업 관련 부담이 두드러진 셈이다.
한계기업을 정리할 경우 경제 전체 생산성은 개선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논문의 시뮬레이션 결과 한계기업의 25%가 퇴출될 경우 총요소생산성은 0.2%, 부가가치는 0.35%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다만 퇴출 과정에서 거래관계를 통한 부실 전이로 정상기업의 약 0.3%가 부실화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태 한은 경제연구원은 "한계기업의 지속이 초래하는 부정적 영향이 소규모 비외감기업에서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상화가 어려운 한계기업에 대해서는 적시에 퇴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정상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보완정책을 사전에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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