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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정책

'금융양극화' 가속…금융·정치권 과제 '금융소외'

신용인플레·연체율 상승에 높아진 대출 문턱… '금융양극화' 가속
금융취약계층은 제2금융권 대출도 어려워…'불법사금융' 노출 위험↑
금융권·정치권, '금융소외' 해소 과제…'금융기본권' 입법 논의도 부상

신용수준이나 담보 유·무에 따라 대출 금리가 크게 차이나는 '금융양극화'가 가속하고 있다. '신용인플레'가 가속하면서 신용점수의 분별력이 약해졌고, 금융기관들도 정부의 대출 규제와 연체율 증가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으로 내몰리는 가운데, '금융소외'가 금융권의 주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서울 시내에 시중은행 ATM기기들이 모여있는 모습./뉴시스

◆ '신용인플레'…높아진 대출 문턱

 

15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 5월 한 달간 신규 취급한 대출의 신용점수 평균은 941.3점(KCB 기준)이다. 전년 동월과 비교해 4.3점 올랐고, 관련 공시가 최초 제공된 2023년 7월과 비교해선 18.5점 올랐다. 앞서 지난 2021년 신용점수제 도입 당시 신용평가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신용등급 1등급을 942~1000점으로 환산했다. 초고신용자(1등급)에 해당해야만 은행권 대출(1금융권 대출)을 수월하게 이용 가능하다는 의미다.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대출수요자들은 상호금융·보험사·저축은행·캐피탈·카드론 등 2금융권 대출로 밀려난다. 2금융권 대출 금리는 은행권과 비슷한 연 5%에서 최대 19.5%까지 넓게 분포하지만,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상호금융기관은 신용점수 800점 이상의 중·고신용자에 신규대출의 약 90%를 공급한다. 신용점수가 800점에 못 미치는 중·저신용자는 연 10%가 넘는 이자를 내거나,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거부당해 대부업체나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게 된다.

 

최근 금융권 전반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것은 국민 대다수의 신용점수 평균이 상승하는 '신용인플레' 때문이다. 통신비·공공요금 등이 가점요소로 활용되면서 평균 신용점수가 올랐고, 간편송금앱이나 은행앱을 통해서도 신용점수를 확인할 수 있게 되면서 신용점수 관리도 쉬워졌다. 정부의 적극적인 소액 연체자에 대한 신용사면도 신용 인플레의 원인이 됐다.

 

빠르게 늘어나는 금융권 연체율, 정부의 대출 규제도 금융권의 대출 기준이 엄격해진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 연체율은 0.56%로 2년 전과 비교해 0.13%포인트(p) 상승했고, 같은 기간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7%를 집계됐다. 특히 중·저신용자 수요가 많은 중대형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6.9%까지 올랐다.

 

서울 시내의 거리에 붙은 불법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뉴시스

◆ 금융접근성 격차 확대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금융접근성 격차도 커진다. 대출을 갚지 못한 연체차주 뿐만 아니라, 급여이체 등 금융이력 부족으로 신용점수가 낮게 형성된 사회초년생이나 주부 등 '씬파일러'도 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워진다. 연체가 발생했더라도 채무조정 등으로 이를 전부 상환한 성실상환자도 다시 고금리대출로 밀려나는 '금융소외자'가 된다.

 

금융소외자는 대출을 갚기 위해 대출을 이용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한국은행은 소득 및 신용, 대출 개수에 따라 '취약차주'를 선정하는데, 3개 이상의 대출을 이용 중이면서 저소득(하위 30%)·저신용(664점 이하)에 해당하는 '취약차주'는 전체 차주의 6.7%에 달했다. 2개 이상의 대출을 이용 중이면서 저소득·저신용에 해당하거나 3개 이상의 대출을 이용하면서 소득·신용이 중위구간에 해당하는 '잠재 취약차주'의 비중은 전체 차주의 18%에 육박했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평가대상 가운데 신용점수 하위 10%에 해당하는 724점 미만은 약 500만명으로 집계됐다. 국민 10명 중 1명은 2금융권 대출도 이용하기 어려운 만큼, 불법사금융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대부협회가 추산한 지난해 불법사금융 평균 이자율은 연 546%에 육박한다. 은행권 신용대출 평균 금리의 100배 이상이다.

 

김은경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오른쪽 다섯번째) 및 금융기본권 연구단 소속 위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안승진 기자

◆ '금융소외' 과제…'금융기본권' 논의도

 

금융소외가 주요한 과제로 부상한 만큼, 금융권에서도 금융소외자의 금융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 중이다. 비대면 결제가 보편화하고 현금 사용이 줄었으며, 주거 이동 시에도 주담대·전담대 등 대출이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등 금융서비스가 생활에 필요한 필수재(財)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 주요 은행들은 사회초년생 전용 상품을 출시하는 한편, '씬파일러'를 위한 대안신용평가를 일부 대출상품에 제한적으로 도입했다. 연체위험은 높지 않으나 금융이력이 부족해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대학생, 사회초년생, 주부 등에 보다 합리적인 금리에 대출을 공급한다는 방침에서다.

 

중·저 신용자 대출 확대를 위해 정부 정책과 연계한 서민금융 상품 공급도 늘리고 있다. 주요 은행지주들은 은행권 대출과 비슷한 4%대 금리에 저신용자 대출을 공급하는 미소금융재단을 운영중이며, 기존 3000억원대 규모의 미소금융 공급액을 오는 2028년까지 6000억원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존에는 제1금융권에서는 제한적으로 이용이 가능했던 햇살론도 올해 초부터 전 금융권에서 공급한다.

 

정치권에서도 국민의 금융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금융기본권' 논의도 시작됐다. 민주당과 신용회복위원회는 지난 11일 '금융기본권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의 입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지원 정책이나 서민금융상품 등 한시적이고 시혜적인 지원 대신, 최소한의 금융서비스에 접근할 권리를 법으로 명문화하겠다는 시도다.

 

이날 주최를 맡은 민병덕 의원은 "금융은 단지 담보와 신용에 따른 사적 계약의 영역이 아니라, 주거나 교육처럼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보편적 인프라가 됐다"라며 "지난 1999년 입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최소한의 생계를 시혜적 정책이 아닌 권리로 규정했 듯, 국민기초금융보장법을 통해 금융기본권을 헌법상 청구권으로 격상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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