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책임 소재 등 다툼 가능성도
시스템 확충, 정보보호 등 과제 산적
오는 7월부터 우체국에서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은행의 대출 상품 가입이 가능해진다. 다만 우체국은 판매만 담당하고 불완전판매 책임은 은행이 부담하는 구조여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달부터 전국 20여개 총괄우체국에서 4대은행의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은행대리업'을 시행한다. 은행대리업은 은행법에 따른 은행 고유업무, 즉 예·적금, 대출, 이체 등을 은행이 아닌 제3자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은행대리업 도입은 은행권의 점포 축소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 지역의 금융서비스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 4대 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688개로 전년(2779개)보다 91개 감소했다. 특히 지방과 비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점포 폐쇄가 이어지면서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금융 이용 불편이 커졌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은행대리업이 시행되면 고객은 우체국 창구에서 대출상품을 신청할 수 있다. 이렇게 신청된 대출상품은 은행의 대출심사와 승인을 거쳐 우체국에서 계약을 체결한다. 금융위는 대출상품 구조가 복잡한 기업 여신이나 주택담보대출 보다는 비교적 규격화된 개인신용대출과 정책서민금융상품을 위주로 판매할 예정이다.
문제는 대출 신청부터 심사, 승인, 계약 체결에 이르는 과정에서 우체국과 은행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느냐다. 우체국 직원이 상품 설명과 신청 접수를 담당하고 실제 심사와 승인, 사후 관리는 은행이 맡는 구조인 만큼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출상품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소비자가 오인하거나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을 경우 판매를 담당한 우체국과 최종 책임을 지는 은행 중 어느 쪽이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전산망 연동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우정사업본부의 자체 전산망과 고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시중은행의 내부망을 안전하게 연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출 상담 과정에서 고객의 신용정보와 금융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오가는 만큼 정보 유출과 해킹, 시스템 장애 등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대리업은 현재 금융위원회가 지정한 혁신금융서비스 형태로 추진되는 만큼 향후 제도화를 위한 입법 과제도 남아 있다. 은행법 개정을 통해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시범 운영 이후 사업 지속 여부가 불투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행대리업의 업무 범위와 책임 소재, 소비자보호 체계 등을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대리업은 금융 소외지역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소비자보호와 정보보안, 책임 체계 등에 대한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며 "시범 운영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충분히 점검한 뒤 제도화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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