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규제의 벽, 이제는 현실을 반영할 때다
1971년 도입된 개발제한구역, 이른바 그린벨트는 어느덧 50년이 넘었다. 농지법 역시 30여 년의 세월을 지나왔다. 두 제도 모두 당시에는 분명한 시대적 필요와 공익적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 법과 제도 역시 변화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농촌은 고령화가 심화되고 농사를 지을 사람은 갈수록 줄어든다. 하지만 토지 이용을 둘러싼 규제는 수십 년 전 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실과 동떨어진 획일적 규제는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지역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산지를 개간해 실제 농사를 짓고 생산 활동을 이어온 곳까지 일률적으로 불법으로 규정하고 원상복구를 요구하는 것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난개발과 환경 훼손은 막아야 한다. 그러나 생계를 위한 농업 활동과 투기 목적의 불법 전용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행정력 역시 우선순위가 필요하다. 농업 생산이 이뤄지는 토지보다 주차장, 야적장, 창고 등 농지 목적과 무관하게 불법 전용된 사례에 집중하는 것이 법 취지에도 부합한다.
산림 정책 또한 새로운 시각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산림은 과거 황폐화를 극복하며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녹화 성과를 이뤘다. 하지만 이제는 산림 과밀화와 대형 산불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관리되지 않는 산림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일부 산지를 생산 가능한 농지로 활용하는 방안도 국토 이용의 효율성과 재난 예방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법은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 과거에는 옳았던 기준이 오늘날에도 반드시 정답일 수는 없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그린벨트와 30여 년 전 제정된 농지법을 지금의 현실에 맞게 손질하는 것은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대한 합리적 대응이다.
국토는 국민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 이제는 보존과 개발, 공익과 재산권, 환경과 생존권이 균형을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겨야 한다. 획일적 규제의 시대를 넘어 지역의 특성과 현실을 반영하는 유연한 국토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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