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면세업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적자를 끊어내고 수익성 회복 국면에 진입했지만, 초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어렵게 되찾은 실적 개선 흐름이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22.40원에 개장했다. 지난 6일에는 장중 1560원선을 돌파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은행과 환전소에서 적용되는 실제 달러 매입 환율은 이미 1600원을 넘어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면세업계는 환율 변동에 특히 취약한 업종으로 꼽힌다. 백화점처럼 판매 공간을 임대하는 구조가 아니라 상품을 직접 매입해 판매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수입 브랜드 상품은 달러 기준으로 거래돼 환율이 오를수록 매입 부담이 커진다. 동시에 원화 가치 하락은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도 약화된다.
업계 입장에서는 더욱 아쉬운 시점이다. 주요 면세점들은 최근까지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보따리상(다이궁)에 의존하던 저마진 영업을 축소하고 송객수수료를 줄이는 한편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는 등 내실 경영에 집중한 결과다.
실제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면세점 4사는 나란히 흑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 323억원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고, 신라면세점은 1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7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과 현대면세점도 각각 106억원, 3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다만 해당 실적은 최근의 1500원대 환율이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전 성적표라는 점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면세업계는 환율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1350원 수준이던 기준환율을 올해 3월 1450원까지 올렸고, 환율 보상 프로모션도 확대하고 있다. 신라·롯데·신세계면세점 등은 구매 금액에 따라 적립금이나 페이백을 제공하는 행사를 운영하며 소비자 이탈을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K뷰티와 K패션 브랜드를 강화해 외국인 개별 관광객(FIT) 수요를 끌어들이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산 브랜드 상품의 원가 구조는 그대로인데 달러 표시 가격을 낮추거나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투입하면 결국 면세점의 이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환율 변동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가격 표시 체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처럼 달러 중심 가격 체계를 유지하기보다 원화 표시 또는 원화·달러 병행 표기 방식을 도입해 가격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 하이난 등 주요 면세시장 역시 자국 통화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이 급등할수록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해외 현지 매장이나 온라인 채널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장기적으로는 단순 가격 경쟁을 넘어 상품 경쟁력과 쇼핑 경험 차별화를 통해 개별 관광객 수요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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