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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합목적화 사회의 청구서… '3고(三苦)현상' 속 한국경제 뿌리 흔들린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저자 신세철.

한국경제는 오랫동안 성장지상주의 블랙홀에 빠져 들어 성장의 원동력인 도덕성이 실종되고 법질서가 무뎌져도 '성장의 이름'으로 합목적화(合目的化) 되어 왔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제 현상에 대한 시각과 해석도 위치에 따라 달라져 대응 방안도 부실해질 수 있다. 특정 정책목표를 위하여 온 힘을 기울이다 보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더라도 부작용이 더 커가면서 성장피로감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 수밖에 없다.

 

합목적화 사회에서는 산업 간 불균형, 빈부격차 심화 같은 피로감으로 중장기 성장잠재력 배양이 점차 어렵게 된다. 동기양립 시스템이 약해지고 사회 보상 체계 왜곡이 벌어지는 환경에서 중장기 성장잠재력이 위축되어 가는 것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2026년 현재, 한국경제는 일각에서 빛나는 꽃을 피우고 있지만 금리·주가·환율의 급격한 변동성을 관찰할 때 그 뿌리가 굳건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한국경제가 마주친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三苦) 현상은 위기의 신호는 아닐지라도 성장피로감으로 빚어진 시장 불균형을 현재화시키는 현상인지 모를 일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유례없이 고점 돌파와 널뛰기 장세를 거듭하는 모습을 볼 때 상장기업의 (미래)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이 균형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 같은 불균형 현상을 볼 때,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 원인과 결과로 상호작용 하면서 경제활력을 떨어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의 흐름을 중시하는 시각이 필요할 때다.

 

경제위기 징후는 없더라도 3고 현상이 저소득층 살림살이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기초 생활물가는 비탄력적(非彈力的) 필수 지출로 저소득층이 벌이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덜 쓰거나 안 쓰며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더구나 오늘날과 같은 빈부격차가 우려되는 환경에서는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하고 장기화할 우려가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경제)선진국에서 허리띠를 졸라맬 수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기초 생활 물가는 일단 오르면 다시 하락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특히 생계 여력이 없는 서민들에게 물가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금융시장 가격 지표인 금리·주가·환율이 거시경제 경제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3고 현상은 유동성 완화가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더군다나 화폐가치 불안정은 금융시장이 거시경제 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여 대내외 불확실성을 완충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 화폐가치가 안정되어야 금융이 실물경제 흐름을 원활히 반영하여 대내외 불확실성이 돌출하더라도 금융시장에서 긍정적 가격 변동을 통해 불확실성을 흡수할 수 있다. 비정상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을 초래하는 큰 원인은 뭐니 뭐니해도 흔들리는 화폐가치 때문이다.

 

화폐가치를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과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인 시장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시장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하는 것이다. 합목적화 사회에서 중앙은행이 특정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시장의 흐름을 무시하고 오히려 시장 위에 군림하려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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