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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제정책

신현송 "통화정책 운신 폭 커졌다"…물가 대응 여력 시사

BOK 국제컨퍼런스서 ECB 이사와 정책대담
금융취약성·디지털화폐도 논의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회 위원이 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정책 대담을 하고 있다./한국은행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한국 경제의 성장세와 물가 흐름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 운용의 제약이 줄었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동시에 높인 가운데 주택가격, 가계부채, 환율 등 주요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물가 대응 여력을 강조한 것이다.

 

1일 한은은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 컨퍼런스홀에서 '중앙은행, 그리고 화폐의 미래'를 주제로 '2026년 BOK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이날부터 2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대목은 신 총재와 이자벨 슈나벨 유럽중앙은행(ECB) 이사의 정책대담이었다. 신 총재는 한국 경제 상황과 관련해 "경제가 강력할 때는 고려해야 할 딜레마가 적어진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신 총재는 한국이 유로 지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가격 충격에 민감한 구조라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과 교역조건이 개선되면서 성장 흐름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환율 등 주요 지표도 언급했다. 신 총재는 이들 지표가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한국은행이 더 많은 운신의 폭을 갖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장 둔화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면 통화정책 조정 여지가 커질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7%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성장과 물가가 동시에 높아진 상황에서 통화정책의 초점이 경기 부양보다 물가 안정 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 금융안정·디지털화폐, 새 과제

 

이번 컨퍼런스의 큰 흐름은 중앙은행 역할의 확장이다. 전통적인 물가와 경기 대응을 넘어 금융취약성, 디지털화폐, 중앙은행 신뢰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토비아스 아드리안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자문관 겸 통화자본시장국장은 '금융취약성과 통화정책' 논문을 통해 금융여건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경기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의 위험자산 투자와 레버리지를 키워 미래의 경기침체 위험을 확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물가와 산출갭뿐 아니라 금융취약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금융안정이 직접적인 정책목표가 아니더라도, 금융취약성이 누적되면 향후 경기 흐름과 물가 안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화폐와 지급결제도 핵심 의제로 올랐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디지털화폐 체계에서 효율적인 지급결제, 원활한 신용공급, 개인정보 보호를 동시에 완벽하게 달성하기 어렵다는 '삼중 딜레마'를 제시했다.

 

빅테크 플랫폼은 결제정보를 활용해 신용공급을 확대할 수 있지만 독점과 개인정보 침해 우려가 있다. 반대로 익명성을 강하게 보장하는 디지털화폐는 개인정보 보호에는 유리하지만 거래 추적이 어려워 신용공급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의 신뢰 문제도 논의됐다. 마이클 웨버 퍼듀대 교수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고 인식될수록 통화정책의 신뢰도와 유효성이 낮아진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더라도 대중의 인식이 기대 인플레이션과 정책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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