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합의 후 성과급 요구 산업계 전반 확산
현대차·조선업계 파업 땐 수출·협력사 연쇄 타격 우려
최근 산업계를 달구고 있는 성과급 논란이 개별 기업의 담장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거대한 화두로 번지고 있다. "일한 만큼 체감할 수 있는 보상을 달라"는 노동계의 목소리와 "미래 투자와 글로벌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비명이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개시 90분 전 DS(반도체)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과 자사주 지급 확대 등을 담은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노조가 요구한 '영업이익 15% 성과급'이 그대로 반영되진 않았지만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에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추가하면서 성과와 이익에 연동된 보상 체계를 한층 강화했다.
이를 계기로 산업 현장의 성과급 요구도 더 구체적이고 과감해지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 20%와 3000만원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고, LG유플러스·현대차·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 30%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도 영업이익 15%를 요구했으며, 한화오션 노조도 성과급 지급 방식 개선을 요구안에 담을 방침이다.
자동차 업계의 우려가 특히 크다. 올해 4월까지 자동차 수출액은 중동 전쟁 여파와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전년 대비 1.7% 줄어든 234억800만달러에 그쳤다. 본교섭 결렬로 파업이 현실화하면 생산 차질과 수출 감소는 물론 협력업체까지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조선업계도 사정은 복잡하다. 다단계 하청 구조 속에서 원청과 하청이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선업처럼 수주부터 인도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 사이클 산업에서 단기 실적 기준으로 성과를 고정 배분하면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중국과의 수주 경쟁, 친환경 선박 전환,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대규모 미래 투자 부담도 적지 않다.
노동계의 요구에는 오랜 기간 누적된 현장의 불만과 보상에 대한 갈증이 담겨 있다. 반대로 기업들 역시 당장의 이익을 쪼개 쓰기엔 글로벌 생존 게임의 벽이 너무나 높다. 양측의 입장 모두 저마다의 타당한 근거를 가진다.
성과급 갈등이 씁쓸한 이유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극단화와 이기주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힘 있는 대기업 노조가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앞세워 '내 몫 챙기기'에만 몰두할 경우 그 피해는 국민 경제로 전가될 수 있다.
지금 산업계에 필요한 것은 노동권의 가치를 증명할 연대 의식과 성장의 과실을 협력사·사회로 넓히는 상생의 책임감이다. 힘의 논리 끝에 남는 것은 파국뿐이라는 점을 노사 모두 되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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