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7일 본회의를 열고 헌법 개정안(개헌안) 표결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개헌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286명의 3분의 2인 191명인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됐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2시25분쯤 개헌안을 상정했다.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 등 여야 6개 정당이 발의한 이번 개헌안에는 부마 민주항쟁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요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개헌안이 통과되려면 법안 발의에 참여한 여야 정당 의원에 더해 국민의힘 의원 12명도 찬성표를 던져야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전 개헌 추진은 정략적이라는 입장을 내며 반대 당론을 정했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개헌안 투표에 불참했다. 이에 국민의힘을 제외한 총 178명의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했고, 개헌 의결 정족수에 미치지 못해 투표가 불성립됐다.
국민의힘은 6·3 지방선거 전 헌법이 개정되면 안 된다며 당론으로 개헌을 반대했다.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본회의에서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야당의 반대를 묵살하고 처리된 개헌은 예외없이 독재와 불행으로 기록되어 왔다"고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본회의 전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을 갖고 표결을 위해 합의를 도출하려 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주재한 자리에서 "이번 개헌안의 핵심은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 권한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며 국민의힘의 개헌안 표결 참여를 거듭 촉구했다.
우 의장은 "우리는 이미 12·3 비상계엄을 통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얼마나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는지 뼈아프게 경험했다"며 "과거의 비극을 겪고도 아무런 제도적 보완 없이 넘어간다면, 훗날 더 큰 위기 앞에서 왜 그때 고치지 못했는지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일부에서 '선거용'이라는 비판도 하는데, 국가 균형발전 의무를 명시하는 내용이 어떻게 선거용이 될 수 있나. 민주화 운동의 전문 수록과 선거가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대통령의 연임·중임을 언급하며 영구 독재라는 이야기도 한다. 불법 계엄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 부여는 오히려 독재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번 개헌안은 이미 국민적 공감대가 두루 형성된 의제들이다. 더 늦출 이유도, 여유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우리 당은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누차 말씀드렸다. 개헌은 필요하다"며 "AI 시대 인간의 존엄성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 인권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를 한다면 저희는 100% 개헌 논의에 찬성한다"고 했다.
다만 "일부 합의될 수 있는 내용만 가지고 개헌을 하겠다는 건 '누더기 개헌'"이라며 "선거를 앞두고 선거 날짜에 맞춰 국민 투표를 하기 위해 개헌안을 국회에서 표결하는 건 '졸속 개헌'"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여당은 다수의 힘으로 개헌안도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공소취소 특검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며 "이런 자세는 대한민국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에 맞지 않는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협치가 될 수 있도록 정치의 본령으로 되돌아와 달라"며 표결 불참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투표 자체가 불성립할 경우, 이튿날인 8일에도 국회 본회의를 열 수 있다고 예고했다. 6·3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기 위해서는 10일까지 개헌안을 표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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