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경제권 결합 통해 미중 AI 패권 경쟁 대응
“한국 단독으론 한계”…6조달러 규모 협상력 강조
“한국엔 AI 공장 없다”…대규모 인프라 투자 주문
공공 수요 모아 AI 애플리케이션 초기 시장 조성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강국 도약을 위한 해법으로 한일 경제통합과 대규모 인프라 확충을 제시했다. 미중 AI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단독으로는 규모와 협상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일본과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해 영향력을 키우고 공공 수요를 기반으로 AI 시장을 빠르게 키워야 한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중 의원연맹 주최로 열린 '미중 AI 기술패권 경쟁 속 대한민국 성장전략' 정책 세미나에서 "AI 시대에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한계를 넘어서지 않으면 미중 패권 경쟁에서 버티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 회장은 현재 한국의 경제 규모만으로는 미중 경쟁 구도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 GDP는 약 1조8000억 달러로 중국의 10분의 1, 미국과는 15~20배 차이가 난다"며 "상대편이 우리를 그렇게까지 의식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일본과의 경제통합을 제안했다. 단순한 협력 수준을 넘어 외부에서 하나의 경제권으로 인식될 수 있을 정도의 결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그냥 협조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남이 우리를 쳐다봤을 때 합쳐진 경제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들어가야 힘이 생긴다"며 "한·일이 통합하면 6조 달러 규모로 중국의 3분의 1 수준이 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을 사례로 들며 경제권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EU를 만들어서 가장 효과적인 것은 미국이나 중국에 대등한 형태로 협상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라며 "우리는 아직 그 정도 규모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경제통합은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단계적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일 경제통합이 이뤄질 경우 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6조 달러의 힘을 갖게 되면 동남아 국가들도 우리 쪽으로 편입되기를 바랄 것"이라며 "중국과 맞먹는 시장 규모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프라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한국에는 AI 공장이 없다"며 데이터센터 구축 규모를 최소 10~30기가와트(GW)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SK가 아마존웹서비스와 1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울산에 구축하기로 했지만 충분하지 않다"며 "1GW 수준을 넘어 최소 20~30GW 규모의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I 확산 과정에서의 병목 요인으로는 자금과 전력,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등을 지목했다. 특히 메모리 수급과 관련해 "지금은 메모리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며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생산량이 제한돼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AI 활용 전략으로는 공공 수요를 기반으로 한 초기 시장 조성을 제시했다. 정부와 공공 영역에서 수요를 먼저 형성해 AI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촉진하고 이를 민간 투자와 기업 내부 AI 전환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는 방향이다.
최 회장은 "인프라를 만들고 수요를 모아 빠르게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이 AI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고 먼저 만든 서비스와 모델을 해외로 확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상품이 아니라 기능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며 "AI 전략에서는 속도와 규모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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