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장 11인 “멀티플 아닌 실적 장세”…자금 성격·지속성은 변수
실적 장세엔 동의…학계 “확산 없는 상승은 변동성 확대 소지”
예탁금 49조→119조 급증·대형주 쏠림 속 7000은 산업 확산이 조건
코스피가 6000선을 넘보며 6300선까지 시야를 넓히던 순간, 시장은 기대보다 전쟁이라는 '불안'에 더 빠르게 반응했다. 반도체 실적이 끌어올린 상승 흐름은 중동 전쟁 변수 앞에서 급격히 꺾였고, 지수는 단숨에 5000초반대(3월 31일)까지 밀렸다. 이후 휴전 기대감이 유입되며 반등을 시도하며 꿈의 6000을 넘어섰고 5000은 이제 깨지면 안되는 '지지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시장의 시선은 더 이상 '얼마까지 오르느냐'와 '이 흐름이 유지될 수 있느냐'에 집중 되고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 6000 돌파를 단순한 과열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은 반도체 실적 개선과 거래대금 급증에 따른 증권주 강세가 지수의 체급을 끌어올렸고,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둘러싼 상법 개정 논의는 주주환원 기대를 키웠다. 여기에 은행 예금 금리가 2%대에 머무는 사이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면서 지수 상승 속도가 더 붙은 결과가 지금의 '육천피'다. 메트로경제는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10인과 학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6000 돌파의 배경과 증시 지속·상승 조건을 점검했다.
◆증시 상승 동력은 '반도체 실적'…그러나 '쏠림'은 변수
리서치센터장들의 답변에서 공통분모는 분명했다. 이번 6000 돌파를 설명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인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이익 추정치 상향이라는 것이다. 유동성이나 정책 기대가 상승에 힘을 보탰을 수는 있지만, 지수 레벨 자체를 재산정한 건 실적이라는 분석이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신고가 랠리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2026년 코스피 상단을 7300포인트로 제시하며 "지수 급등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를 하회한다"고 덧붙였다. '비싸서 오른 장'이라기보다 '이익이 올라서 오른 장'이라는 의미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코스피200 기준 2026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25년 연말 대비 37% 상향됐다는 점을 근거로 "다른 증시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이익 모멘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12개월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는 1.65배 수준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감안하면 실적 개선으로 설명 가능한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단순한 유동성 장세라기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정리했다. 특히 "AI 투자 확대와 메모리 업황 회복이 맞물리면서 한국 증시의 이익 사이클이 재상승 국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지난해 12월 말 410포인트에서 576포인트로 40.8% 상향됐고, 2026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도 408조원까지 올라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이익 증가분의 81%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반도체 중심의 실적 전망 레벨업이 지수 상승의 가장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EPS 상향을 언급하며 "멀티플이 급팽창한 장세라기보다 이익 추정치 상향이 지수를 밀어올린 구간"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다만 랠리의 성격을 '실적'만으로 단순화하진 않았다. 그는 "핵심 수급은 테마 ETF 중심 개인 매수세"라며 "모멘텀 재개에는 미국 증시 센티먼트 개선과 외인 자금 유입 선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실적 가시성의 배경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포함한 메모리 업황 회복을 들었고,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중심이지만 조선·방산 등 일부 업종에서도 실적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은 멀티플의 하단을 받쳤을 수 있으나 방향을 만든 것은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대목에서 '같은 결론, 다른 단서'가 붙는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 상승의 '집중 구조'를 경계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 기여도가 압도적인 상황"이라며 "시장 폭이 넓어지지 않으면 소수 종목 중심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탁금 49조→119조…속도를 키운 자금, 변수는 '성격'과 '지속성'
지수 상승과 함께 빠르게 불어났던 시장 내부 자금은 최근 들어 변동성이 커진 모습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으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4년 12월 초 약 49조9000억원 수준이던 투자자예탁금은 2026년 2월 말 119조4000억원까지 늘며 1년 3개월 만에 2배 이상 확대됐다. 같은 기간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도 11조원대에서 26조원대로 증가했고, 위탁매매 미수금 역시 확대 흐름을 보였다.
다만 지난 4월 9일 기준 예탁금은 고점 대비 등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이 다소 흔들리는 양상이다. 전쟁 변수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대기자금이 상승을 밀어올리는 '추가 유입' 성격이라기보다, 단기 매매를 위한 '유동성 순환' 성격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3월 4일 132조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었던 투자자예탁금은 4월 9일 기준 112조원대로 줄어 약 19조원 감소했다. 다만 단기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장 내 대기자금의 체력 자체는 견조한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자금 흐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윤창용 센터장은 예금·부동산 등에서 증시로의 자금 이동을 정책 방향과 맞물린 흐름으로 해석했다.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 배당소득 과세 체계 변화 등 제도 환경이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유종우 센터장도 "정기예금 금리가 2%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주식 수익률이 이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점이 자금 이동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금 유입이 곧바로 구조적 장세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김동원 센터장은 "전면적 머니무브라기보다는 수익률 차이에 따른 선택적 이동"이라고 평가했다. 이종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예탁금 증가만으로 시장 체질 변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레버리지 확대 여부와 자금의 체류 기간을 함께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기대도 자금 논의와 맞물려 있다. MSCI 편입이 현실화될 경우 패시브 자금 유입이 예상되지만, 그 성격 역시 단기적 수급 요인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병존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MSCI 편입 초기에는 패시브 자금이 유입될 수 있으나, 이후에는 성장과 실적이 동반되지 않으면 추가 상승 동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영곤 센터장도 "MSCI 편입 환경은 과거보다 개선됐지만 외환시장 관련 기준 등 일부 요건에서 간극이 남아 있다"며 "확정 변수라기보다 기대 요인으로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6000+a, 숫자 아닌 구조…학계·센터장 "산업 체력이 관건"
지수 상단 전망에 대해 일부 센터장은 7000 이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조건을 함께 달았다. 반도체 중심의 이익 개선이 다른 업종으로 확산되고 시장 폭이 넓어질 경우에 한해서다. 단순히 지수 레벨을 높이는 문제가 아니라, 상승 동력이 얼마나 다층적으로 작동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상승은 실적 개선과 정책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반도체 중심의 이익 개선이 금융·소비·중소형주 등으로 확산되지 않으면 지수 레벨을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모리 업황에 대해서는 "HBM 수요가 견조하지만 공급 확대와 사이클 특성상 변동성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교수 역시 7000 논의를 '산업 전반의 체력' 문제로 봤다. 그는 "현재 상승은 일정 부분 저평가 해소 국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7000을 논하려면 산업 전반의 성장과 기업 경쟁력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반도체 외에 지수를 구조적으로 끌어올릴 대형 산업군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설문에 참여한 리서치센터장들 역시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표현은 신중했다. 반도체 이익 레벨업이 이어지고, 자금 유입이 장기화되며, MSCI 편입 기대가 현실화될 경우 상단은 더 열릴 수 있다. 다만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흔들릴 경우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반도체 쏠림 현상'에 대해 "산업 편중 문제는 자본시장이나 정책의 문제라기보다 기업 경쟁력에 더 가까운 사안"이라며 "주식시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산업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은 보조적 역할에 가깝고, 반도체 외 새로운 성장 산업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는 방향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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