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긴 터널을 지나 우리 사회는 활기찬 일상을 회복한 지 오래다. 이동의 자유도 온전히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장 취약한 노인들이 머무는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시간은 여전히 팬데믹 시기에 멈춰 있다. 일상 회복 이후에도 감염병 예방과 안전 등의 명분으로 포장된 폐쇄적인 운영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진 것이다. 현재 적지 않은 요양시설이 거주자의 외출을 제한하고 가족의 면회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요양시설의 입장에서는 관리의 편리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안전을 핑계로 닫힌 문은 시설에 거주하는 노인 환자들에게 가혹한 대가를 요구한다. 노인은 밖으로 나갈 자유를 잃고 가족과의 교류마저 통제되면서 깊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겪는다. 가족과 사회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상실감을 안겨주어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하시키며, 소통의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인권적인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요양시설이 지니는 가장 근본적인 불안 요인은 바로 이 '구조적인 폐쇄성'에 있다. 통제된 환경은 밖에서 안을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에서 시설에 대한 불신감을 높인다. 외부의 시선과 소통의 창구가 차단된 공간에서는 돌봄의 질이 저하되거나 끔찍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인지하기가 불가능해 학대 발생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게 된다.
오늘날 선진국은 '시설의 개방성'과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을 적극 지향한다. 시설에 입소하더라도 요양시설을 거주 노인들만의 고립된 수용 공간으로 만들지 않는다. 요양시설에 정원, 카페, 식당, 다목적실 등의 공간을 설계하여 동네 주민과 자연스럽게 교류한다. 시설 방문을 일상 속에서 안부를 묻는 자연스러운 만남의 공간으로 바꾸는 훌륭한 효과를 낳는다. 여전히 외부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는 우리의 현실은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인권적 퇴행이다.
이러한 상황이 장기간 이어지는 데에는 보건복지부의 소극적인 대처가 아쉬움을 남긴다. 감염 관리라는 명분 뒤에 숨어 개별 시설의 재량에 맡겨둘 것이 아니라, 이용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 정부가 현장을 세심하게 지도하고 지침을 현실화하는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첫째, 면회를 거주자의 '기본권에 가까운 일상 기능'으로 바라보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기본 원칙은 '상시 개방'으로 두고, 면회 제한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만 적용해야 한다. 무작정 면회를 막는 대신 사전예약, 공간 분리, 환기, 인원 상한처럼 위험을 낮추는 설계를 표준화하고, 감염관리 지침 역시 '어떤 조건이면 개방 가능한가'를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둘째, '옴부즈만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 폐쇄성으로 인한 인권 침해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제 3자가 시설에 방문해 어르신·종사자·보호자 면담을 하고, 인권침해나 생활불편을 파악해서 권리를 옹호해야 한다.
셋째,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요양원과 요양병원 평가 항목에 월별 면회 가능 일수, 외부 프로그램 운영 횟수, 보호자 만족도, 지역 개방 공간 비율 등 개방성 지표를 넣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주민과 자원봉사자, 어린이 방문 등이 참여하는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장려해야 한다.
요양시설에서 거주하는 노인의 인간다운 삶은 우리의 따뜻한 관심과 노력으로 가능하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넥스트케어(돌봄혁신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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