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1건 중 149건이 규모별 차등규제…22대 국회 입법 비중 확대
기업 커질수록 의무 확대·지원 축소 구조 고착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기업 활동과 연관성이 높은 12개 법률을 대상으로 제22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발의된 1021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총 149건에 달했다.
발의 법안은 기업이 일정 규모를 넘으면 의무와 책임을 추가로 부과하는 '규제 증가형'과 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혜택을 줄이는 '혜택 축소형'으로 구분됐다. 두 유형 모두 기업의 규모 확대와 성장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규제 증가형 법안은 총 94건으로, 이 가운데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추가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됐다. 해당 기준은 2000년 도입 이후 경제 규모와 물가가 크게 변했음에도 별도의 검증 없이 반복 적용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12건), 산업안전보건법(7건), 공정거래법(6건) 등에서도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한 규제가 광범위하게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프라인 대형 점포에만 의무휴업 등을 부과하는 방식은 소비 구조 변화와 괴리가 크다는 점에서 제도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혜택 축소형 법안은 55건으로, 모두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됐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특정 기술개발 등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되, 기업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한상의는 이러한 제도 설계가 효율성과 전략성 측면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기업과 직접 경쟁하며 대규모 투자를 수행해야 하는 주체는 대기업이지만, 세제와 정책 지원은 제한적으로 적용돼 글로벌 경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 간 형평성에 초점을 둔 접근이 오히려 경쟁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목적과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기준을 별다른 검증 없이 반복·확장하는 입법 관행이 지속될 경우 기업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라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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