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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135도에도 살아있는 김밥 속 시한폭탄

연윤열 기술사, IFTA사무총장, IFSIS 식량안보연구센터장

"날씨가 이렇게 춥고, 손이 시릴 정도인데 식중독이라니 도무지 납득이 안 됩니다."

 

급식 현장에 나가보면 조리원(여사님)들로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겨울철 학교 급식실과 교실의 평균 온도는 대략 23~26℃ 범위다. 조리 종사원들과 아이들 입장에선 따뜻하겠지만, 세균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한 생육환경이 된다. 더운 여름철엔 식중독에 모두가 예민해진다. 음식이 상태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냉장고부터 찾는다. 하지만 겨울엔 상황이 달라진다.

 

"날씨가 춥잖아." "금방 먹을 거야." "겨울엔 괜찮겠지." 이 '괜찮겠지'가 김밥 식중독 사고의 출발점이다. 김밥은 간단한 간식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상하기 쉬운 예민한 음식이다. 식중독의 위험요소를 김밥 한 줄에 모아 놓은 종합메뉴라고 할 수 있다. 김밥을 구성하는 밥은 수분과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계란·햄·어묵은 단백질 덩어리이며, 채소는 세척과 절단 과정에서 교차오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자동말이 김밥기계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은 대부분 손으로 직접 만든다. 정성은 많이 들어가지만, 오염원과 접촉 기회도 그만큼 많아진다. 그래서 김밥은 '맛의 문제'가 아니라 관리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식중독 사고는 늘 비슷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겨울철 김밥 식중독 사건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발견된다. 김밥에 들어가는 필수재인 계란 지단을 살펴보자. 살짝 깨졌지만 버리기 아까워서 사용된 계란, 겉은 익었지만 속까지 완전히 살균되지 않은 지단, 김밥제조부터 섭취단계까지 이르는 시간이 관리 포인트다.

 

학교 급식처럼 대량의 김밥을 짧은 시간내에 조리하는 경우 김밥은 새벽에 조리를 시작해서 실온에 대기, 이동, 급식장소 대기, 섭취과정을 거치는데 이 시간 동안 김밥은 난방된 공간을 떠돌며 점점 위험해 진다.

 

김밥은 가만히 놔둔다고 안전해지는 음식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위험해진다. 밥 속에는 바실러스 세레우스(Bacillus cereus)라는 내열성 포자균이 숨어 있을 수 있다. 포자 단계의 세레우스는 끓는 물 수준의 가열로는 완전 사멸이 어려워, 한 번 조리된 밥이나 지단 속에 그대로 버티다가 온도가 떨어지면 발아해 번식한다. 게다가 이 균은 열에 비교적 안정된 독소를 만들 수 있어 나중에 다시 데워 먹어도 이미 만들어진 독소는 그대로 남아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135℃ 고온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는 이 녀석이 김밥 속에서 시한폭탄처럼 숨어 있다가 상온에 방치하거나 보온 보관을 하게되면 한 번에 폭발하듯이 증식해 식중독을 일으킨다. 즉, "한 번 익혔으니 안전하다"는 믿음은 김밥 앞에선 통하지 않는다. 데웠으니 괜찮겠지라는 착각도 금물이다. 학교와 급식현장은 늘 선의로 움직인다. "아이들이 먹는 거니까 더 신선하게." "직접 만들어야 마음이 놓이지."

 

하지만 위생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편의점 김밥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유는 명확하다. 사람 대신 시스템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맛은 평범할지라도 사고 확율은 적어진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대표 간식인 김밥을 급식에서 없앨 필요는 없다. 다만, 만드는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김밥용 원재료는 김밥전용 표준매뉴얼이 필요하다. 모든 급식소에는 급속 냉각 장비를 필수적으로 보급하고, 조리한 후부터 판매까지 각 단계별로 시간·온도 자동기록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보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영세한 소규모 김밥 전문점부터 지원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급식장소나 행사장 ·체험학습용 김밥은 즉석조리 또는 전문 생산공정을 활용하고 손맛으로 평가하기 보다 위생기록 여부로 평가해야 한다.

 

이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우선순위의 문제다. 김밥 한 줄에 정성만 있고 과학이 없다면, 식중독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한겨울 김밥 사고가 사라지는 날, 우리는 비로소 식품위생 정책이 한 단계 진화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기술사, IFTA사무총장, IFSIS 식량안보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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