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코스피 5000 시대 가시권"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미국발 관세전쟁이라는 복합 악재 속에서 출발한 2025년 한국 증시가 예상 밖의 성과를 보이며 연말을 향해 가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 해소와 외국인의 귀환, 주주친화 정책이 맞물리며 코스피는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어서는 기록적인 한 해를 보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정국이 빠르게 안정되자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도 재평가되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내건 정책 드라이브가 한국 증시의 지형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수익률로 증명한 '한국 증시의 재평가'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1.43% 상승한 4056.41에 마감하며 다시 4000선을 회복했다. 올해 들어서는 69.05% 뛰었다. 지난달 3일에는 4221.87까지 올라서며 75.95%까지 상승 폭을 확대시켰다.
1980년 1월 4일 100포인트에서 시작한 코스피는 1989년 1000선까지 9년, 2007년 2000선까지 18년, 이후 2021년 3000선까지 13년이 넘게 걸렸다. 1000포인트를 도달할 때마다 약 10여년의 세월을 견딘 것이다. 하지만 4000선은 단 5년 만에 돌파하면서 이례적인 속도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지난 10월 이후 외국인이 대규모 차익 실현에 나서며 11월 한 달에만 14조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냈음에도 다시 4000선을 회복했다. 시장 체력이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은 주요국 증시 중 1위를 기록했다. 코스피 대비 부진한 상승률을 보였던 코스닥지수 역시 34.34% 상승하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 기준 다우존스30산업평균 지수(13.0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15.62%), 나스닥종합 지수(19.68%) 등 미국 증시뿐만 아니라 닛케이225 지수(24.11%), 중국 상해종합 지수(15.47%), 대만 가권 지수(19.49%) 등 주요 아시아 지수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이다.
한국 증시 강세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업황 호조가 가장 먼저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대형 반도체주의 주가 상승이 지수 전반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재개 기대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복귀 움직임이 상승 동력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외국인 매수세가 본격화된 5월 말부터 코스피 상승세가 본격화됐다.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38조원을 순매도하며 한국 시장을 떠났지만, 6월 조기 대선을 전후로 태도를 바꿨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코스피에서만 약 21조3129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이중 약 64%(13조6802억원)는 삼성전자를 사들인 금액이다. 연초만 해도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증시 환경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증권가에서는 두 차례 상법 개정을 포함한 새 정부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기조가 외국인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며 지난 6월 20일 코스피가 3000선을 회복했고, 이후 10월 27일 사상 첫 4000선에 진입했다.
◆'사천피'는 뉴노멀…다음 목표는 '코스피 5000 시대'
이제 시장은 코스피 4000선을 일시적 고점이 아닌 '기준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코스피 5000 시대'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주요국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 있고, 이익 모멘텀은 상위권에 있다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정상화만으로도 레벨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곳은 현대차증권으로 3900~5500을 제시했으며, 대신증권과 부국증권, NH투자증권도 최대 5000포인트 이상을 예상했다. 이외 삼성증권은 4000~4900을, 다올투자증권은 3740~4930, 유안타증권 3800~4600, iM증권 3500~4500 등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한국은 글로벌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저평가돼 있지만 이익모멘텀은 최상위권"이라며 "글로벌 주요국들과 밸류에이션 키 맞추기만으로도 최소 10%에서 30% 상승여력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코스피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수준은 11.2%인 반면, 주가수익비율(PER)은 1.3배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ROE가 9.5%에 불과한 일본의 PER도 1.5배에 위치한다는 부연이다. 이어 이 부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코스피 5000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은 경계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1480원을 넘어서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고, AI 거품론이 재점화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은 기업 및 투자자 중심의 달러화 수요 지속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11월 중순 일시조정 이후 저점을 계속 높이고 있다"며 "연말·연초에도 1450원 아래로 내려오지 못할 경우 한국은행은 높은 수준의 환율이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재검토해 향후 통화정책 및 경제전망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는 단기적으로는 연말까지 1450원 아래 마감 여부가 심리 전환 여부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