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대적인 약가제도 개편에 나서며, 제약 업계가 2012년 이후 또 한번의 중대 전환기를 맞았다.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복제의약품)에 의존한 매출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신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지만, 당장 손실을 마주해야 하는 기업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업계는 대척점에 서기보다는 상황을 주시하며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다. 연구개발(R&D) 중심의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분명한 우대가 주어지는 만큼, 기업들 간 대응이 첨예하게 나눠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8일 보건복지부는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국내 제약 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약제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개편을 공식화했다. 이번 개편은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 강화와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 관리 합리화가 핵심이다.
향후 2026년 하반기부터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하향 조정한다. 지난 2012년 제네릭 및 특허만료 신약의 약가를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80%에서 53.55%로 인하한 이후 13년 만의 대대적인 수술이다. 다만, 2012년과 달리 이번 약가 인하는 2026년 1분기부터 조정에 착수해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제약 업계는 즉각 '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
비대위는 우선 "추가적인 약가인하는 기업의 연구개발 및 인프라 투자, 우수 인력 확보 등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정부는 개선방안의 확정에 앞서 산업계의 합리적 의견 수렴과 면밀한 파급 효과 분석을 바탕으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속내는 복잡한 상황이다. 이번 약가 제도가 '채찍'만큼 '당근'도 명확한 만큼 일방적인 입장 정립이 쉽지 않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 혁신 기업에 대한 혜택은 강화했다. 혁신형 제약사가 첫 제네릭을 등재할 경우 가산 기간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비용 비중이 높은 기업들도 제네릭 약가를 높게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매출 대비 R&D 비율이 상위 30%인 기업은 제네릭 약가를 오리지널의 68%까지 적용받는다. 또 2026년부터 희귀질환 치료제 등재 기간을 현행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단축한다.
한 제약기업 관계자는 "오리지널 제품을 갖고 있는 기업들엔 좋은 기회가 되겠지만, 제네릭 비중이 높은 경우엔 큰 타격이 미치는 등 여건에 따라 입장이 다를 것"이라며 "오히려 중소 제약사들의 대형화로의 구조 개편을 유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13년 전과 비교하면 R&D와 신약개발에 공 들이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R&D 생태계가 필요하단 공감대는 훨씬 큰 상황"이라며 "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는다는 부담감은 모두에게 있지만, 개별 기업들 간의 차이가 분명히 나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비대위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번 개편안의 명분이 확실한 만큼 정부의 반기를 들기 쉽지 않은 탓이다. 회원사들 가운데 대형 제약사와 중소 제약사의 입장이 달라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비대위 관계자는 "신약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동의하기 때문에 무작정 반대를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다만, 회원사들간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의 입장을 잘 조율해 전달하고, 정부와의 긴밀한 소통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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