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시한 고교학점제 첫 학기 만족도 조사에서 학생의 60~70%가 과목 선택과 진로·학업 지도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결과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강한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정부와 현장의 인식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향후 정책 논의에서도 논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일반고 160개교 학생 6885명, 교사 4628명 등 총 1만151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 운영 만족도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나타났다고 25일 밝혔다. 학생의 74.4%는 희망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고 응답했고, 63.7%는 선택 과목이 진로와 학업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학교의 진로·학업 지도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62.0%였다.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역시 학생 67.9%, 교사 70%가 "이수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이러한 결과를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 이후 공공연구기관이 실시한 첫 공식 조사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원하는 과목이 충분히 개설된다고 응답한 비율은 교사 79.1%에 비해 학생은 58.3%에 그쳤고, 개설 과목 자체에 대한 만족도도 58.4%로 상대적으로 낮아 보완이 필요한 영역으로 지목했다. 교육부는 향후 학교 규모·지역별 운영 차이를 분석해 과목 개설을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사노동조합연맹·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는 이번 결과가 학교 현장의 체감과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다. 단체들은 "설문에 참여한 학교나 교사를 현장에서 찾기 힘들 정도로 표집의 대표성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과 교사에게 학교명뿐 아니라 학번·이름·휴대전화번호까지 적도록 한 설문 방식이 비판적 응답을 위축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설문 문항 구성도 논란의 핵심이다. 교원단체는 "문항 상당수가 제도 자체의 효과를 묻기보다 '나 자신', '우리 학교', '우리 선생님'의 노력 수준을 평가하는 형태"라며 "교사나 학생이 부정적 응답을 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충지도나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관련 문항은 개별 교사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것처럼 구성돼 제도적 문제점이 반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교원단체는 "학교 현장에서는 정책 관련 설문에 부정적으로 답하면 이후 행정 압박이나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존재한다"며 응답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부 문항에서 긍정 응답이 80% 이상 나타난 점은 "현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고교학점제가 가져오는 운영상의 부담을 지적했다. △공동교육과정 운영 △학생별 시간표 편성 △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등으로 인해 학교 행정과 교사의 수업 준비가 크게 늘었으며, 일부 학교는 전담 인력 부족으로 업무가 교사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단체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어려움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높은 만족도 수치는 제도 운영의 실제 모습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교원 3단체는 그동안 자체적으로 진행해 온 설문에서 일관되게 고교학점제 운영의 어려움과 부정적 인식이 확인돼 왔다며, 이번 교육부 설문 결과가 이전의 현장 조사 흐름과도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결과가 '현장 의견'이라는 이름으로 정책 근거로 활용될까 우려된다"고 비판하며 고교학점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아울러 △미이수제 폐지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 폐지 △일부 과목 절대평가 전환 등도 함께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제도 보완을 통해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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