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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伏(복)에 犬(개)가 있는 이유

전형일. 전 언론인/ 명리학자/ 철학박사

 

 

복날에 개를 먹는 풍습은 중국 춘추전국시대부터 시작됐다. "진(秦) 덕공(德公) 2년(기원전 676년), 복일(伏日)을 정해 개를 잡아 열독(熱毒)과 사기(邪氣)를 다스렸다.(二年初伏 以狗禦蠱)" ('사기')

 

또 사기의 해설서인 '사기집해' 등에는 이런 기록도 있다. "초복에 제사를 지낼 때 개를 읍(邑)의 사대문 앞에 걸어 놓았다.(祠社책(石+桀)狗邑四門也)" 여기서 '책'은 고대 형벌의 하나인 책형으로 '기둥에 묶어놓고 찔러 죽이는 것'이다.

 

고대 중국에서 개는 귀족들의 제사 등 주요한 제물로 사용됐다.

 

논어에 "제사에 개고기를 사용한다"고 했고, 소학에서는 "제사와 손님 접대에 군자는 소를 쓰고, 대부는 양, 선비는 개를 쓴다"고 했다. '바치다'라는 의미의 '헌(獻)'에서 좌변 '격'은 도기나 청동기로 만든 솥을 의미한다. 따라서 '獻'은 결국 '개고기를 솥에 넣고 삶아서 신에게 바친다'는 뜻이다.

 

개는 제례 외에 다양한 의식에도 사용됐다. 군대가 출정할 때 수레로 개를 들이받아 그 피로 수레의 부정을 씻었다. 또 송사(訟事)가 벌어졌을 때 진실을 맹세하면서 개를 바쳐 부정을 없앴다. 이를 '수발'이라고 했다. 이때 개를 사용한 것은 단순한 희생물보다는 액막이를 위한 목적이 더 컸다. ('한자의 기원')

 

고대 중국 상나라와 주나라에서 개는 가장 중요한 가축 가운데 하나였다. 개는 사냥을 하고, 집을 지키고, 최후에는 식용으로 이용됐다. 중국인들은 개고기를 '향이 나는 고기'라는 뜻의 향육(香肉) 또는 구육(狗肉), 지양(地羊) 등으로 불렀다.

 

당시 개고기 서열은 소고기와 양고기 다음이고 돼지고기보다는 더 높게 평가했다. "제후는 이유 없이 소를 죽여서는 안 되고, 대부는 이유 없이 양을 죽여서는 안 되며, 사(士)는 이유 없이 개와 돼지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즉, 士 이상의 귀족이어야만 비로소 개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또 주나라 시기 진귀한 음식인 '팔진(八珍)'에 기름으로 튀긴 개의 간이 들어가 있었다. ('예기')

 

시간이 흐르면서 개는 서민 음식으로 보편화됐다. 이에 따라 개를 도살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개를 잡는 전문 직업도 생겼다. 대표적인 인물이 전국시대 5대 자객으로 이름을 떨친 섭정이다. 그에 대해 '사기'는 "집안이 가난해 개 도살을 위해 이곳저곳을 다녔다"고 기록하고 있다. 한나라를 세운 한 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통일의 일등 공신이 된 번쾌의 직업은 '개백정'이었다.

 

가장 더운 기간인 삼복(三伏)은 화기(火氣)가 가장 강한 시기로 가을을 상징하는 금(金) 기운이 맥을 못 추는 상황이다. 즉 불이 쇠를 녹이는 화극금(火克金)으로, 음기가 양기에 눌려 있는 상태이다. 삼복 복날을 천간(天干, 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 중 항상 경일(庚日)로 정한 것은 '庚'이 오행으로 금이고, 계절로는 가을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서늘한 가을의 기운을 품은 경일에 더위를 극복하라는 지혜를 담고 있다.

 

伏(복)은 '人(사람)과 犬(개)'가 결합한 회의(會意)문자다. 사람이 더위에 지쳐 마치 개와 같이 땅에 엎드린(伏地不動) 모습이 본래 의미다. 흡사 '사냥할 때 들키지 않게 웅크린 자세'로 매복(埋伏), 잠복(潛伏), 복병(伏兵) 등에 쓰인다. 또 '굴복하다, 죄를 인정하다' 등의 뜻도 있다. 형벌에 복종하는 것을 복법(伏法), 죄를 시인하는 것을 복죄(伏罪)라고 한다. 따라서 伏을 '사람이 개를 잡아먹는다'라는 해석은 전형적인 견강부회(牽强附會)다.

 

더운 날 뜨거운 음식을 먹는 것은 여름철 과도한 땀 배출로 기력이 빠져 이열치열로 체내 열기를 조절하려 한 것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게 많다. 개고기도 마찬가지로 삼계탕 등 대체 음식도 많다.

 

그동안 복달임으로 희생된 개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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