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결산법인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임박하면서 경영권 분쟁중인 기업들의 공격과 수성전이 격해지고 있다. 특히 증권시장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면서 그 양상도 첨예해지고 있다.
수십년간 이어진 동업 관계를 끝낸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을 비롯해 일부 기업들은 경영권을 두고 더욱 격렬하게 표 대결을 펼치는 등 주요 경영 사안을 놓고 공방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주총시즌의 가장 관심을 끄는 경영권 다툼은 고려아연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업체를 두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와의 경영권 싸움이 반전에 반전을 이어가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경영권을 둘러싼 대명소노그룹과 예림당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대명소노그룹은 지난해 7월부터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티웨이항공 지분을 사들이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1대 주주인 예림당과 지분율 차이는 3.3%포인트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는 대대적으로 경영권 확보를 예고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 2위 단체급식 업체인 아워홈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화그룹 3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경영권 인수에 뛰어들었다. 2020년 사모펀드에 단체급식·식자재 부문인 푸디스트를 매각했던 한화가 단체급식 시장에 재진출하는 이유는 단체급식업이 알짜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이 대폭 증가한 이유는 2세 경영 이후 희석된 오너가의 지분율과 사모펀드의 입지 확대, 개인 주주 증가와 행동주의 펀드 증가 등이 있다.
실제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영풍·MBK 연합이 높다. 근본적으로 경영권을 쥔 오너가의 지분율이 취약하기 때문에 '동업 의식'이 흔들리면 언제든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였다. 여기에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사모펀드가 경영권 분쟁에 합류하면서 판도가 바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오너 경영에서 사모펀드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기업의 경영 철학은 물론 정체성까지 혼란을 빚어왔다. 사모펀드는 보통 5년 내외의 기간에 투자자들에게 이익과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인력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단기적 수익 확대에 집중한다.
MBK는 2023년 ING생명을 인수하면서 '10년 이상 장기 보유해 고용을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도 안 돼 대규모 인력 감축과 함께 5년 만에 2조원을 남기고 회사를 팔아넘겼다.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당시에도 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햇지만 점포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또 경영권 분쟁을 치르면서 일부 기업들은 '승자의 저주'를 겪었다.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경쟁에서 카카오가 승리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생긴 일로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 기소 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작년 말 MBK 개입으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겪은 한국앤컴퍼니(한국타이어)의 경우 투자자 피해도 있었다. 평소 1만3000~1만4000원 안팎이던 주가가 2만2000원대까지 치솟았는데, 공개 매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주가가 1만5000원대로 내려 앉았다. 당시 개인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한진그룹도 경영권을 두고 분쟁을 겪었지만 현 경영진이 승리했다. 하지만 경영경 분쟁 과정에서 미래 투자 등 중요한 결정을 미루면서 성장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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