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울산과학기술원(UNIST) 총장이 "모더나 백신, 인공지능 딥러닝 기술 등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에서 시작된 혁신기술이 세계를 이끌고 있다"며 대한민국도 이러한 세계 일류 연구중심대학을 육성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용훈 총장은 23일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난양공대, 홍콩과기대는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KAIST, 포스텍을 추월한 지 오래다. 과감한 정책 결단과 대학의 연구 몰입 환경에 대한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총장은 이날 기술 패권 시대에 연구중심대학의 역할과 의미, 선진국과 국내 대학 간 비교 분석을 통한 연구중심대학 육성 전략이 담긴 '세계일류대학 만들기 연구중심대학 2.0'을 공개했다.
이 총장은 이 전략에서 30여 년간의 KAIST 교수 생활과 지난 4년간 UNIST를 이끈 경험 등을 토대로 구체적 실천 계획을 제시했다.
이 총장은 "1970년대 이후 KAIST를 중심으로 확산된 현재의 과학기술 연구지원시스템은 응용 기술을 위주로 연구자 개인 지원에 집중해왔다"며, 이를 개도국 방식의 '추격자형 연구중심대학 1.0'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제는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형 연구중심대학 2.0 육성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만 비로소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용훈 총장이 말하는 연구중심대학 1.0과 2.0 간 차이는 체계적인 연구 몰입 환경을 갖췄는지다. 연구자가 직접 연구 과제부터 장비 관리까지 맡아야만 하는 개도국 시스템이 연구자의 창의적 연구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MIT는 교수 1명당 11명의 지원 인력이 있는 반면, 국내 대학인 KAIST 등은 3명에 그친다.
이 총장은 "대학이 체계적인 연구 몰입 환경을 갖추려면 연구 지원 전문 인력을 꾸준히 확보 및 육성하고, 연구 장비 운용·관리를 일원화해 전담하는 선진국형 연구 지원 시스템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학이 제대로 된 연구 몰입 환경을 마련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재량껏 투자할 수 있는 재원 부족'을 꼽았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 비해 대학 본부가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에 투자할 재원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빈약한 재정은 자율성 저하로 이어져, 대학이 10년 후 미래를 내다보는 새로운 연구 분야를 과감하게 발굴하고 투자하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고 했다.
이용훈 총장은 대학의 재원 확보를 위한 3가지 방안을 제안했다. 대학에 투자하는 연구비, 특히 기초 연구비의 증액, 연구 간접비 비율 상향 및 정률제, 일반대학진흥기금 도입이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전체 연구 개발비는 100조 규모로 전 세계 5위지만, 이 가운데 대학으로 오는 연구 개발비는 9.1%에 그친다"며 "특히 혁신의 기반이 되는 기초 연구비로만 따졌을 때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3.6%에 불과해 증액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총장은 연구 간접비 비율도 높일 것을 제안했다. 우리나라 기관의 간접비 책정 기준은 연구비의 18~23%인 반면 미국은 35% 정도다. 이 총장은 "연구 간접비는 현 상황에서 대학이 유일하게 연구 몰입 환경 조성에 투자할 수 있는 재원"이라며 "간접비 비율을 상향하고 간접비 비율을 고정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간접비 비율 인상이 연구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연구 직접비에 간접비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세계를 선도하는 일류 연구중심대학이 없는 건 1970년대에 멈춘 육성 정책의 부재 때문"이라며 "정책 이니셔티브 등을 통한 '일반대학진흥기금' 형태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일반대학진흥기금은 연구 개발 과제 형태로 지원되는 기존 국가연구개발지원금과 달리 대학이 용처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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