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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제약/의료/건강

[속깊은 人터뷰]손미영 박사 "생명연, 오가노이드 기술이어 표준화도 선도하겠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이 실험실에서 키운 장과 간, 신장을 하나로 연결한 새로운 오가노이드(장기모사체) 모델을 만들었다. 약이 인체에서 어떻게 흡수되고 배설되는지를 효과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약물동태학(PK) 실험 모델이다. 기존 동물실험이 가진 종간 차이라는 한계를 완전히 극복할 수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생명연 내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는 배아 줄기세포와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오가노이드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로 꼽히는 연구기관이다. 특히 장이나 간 오가노이드 분야에서는 전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를 이끌고 있는 손미영 박사(사진)는 지난 2018년 장(腸) 오가노이드를 실제 성인의 장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키워내는 '성숙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주인공이다.

 

기존에 개발된 장 오가노이드의 경우 미성숙한 태아의 장 수준이었다면, 생명연이 만들어낸 장 오가노이드는 성인의 실제 장기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

 

손 박사는 이제 오가노이드 '표준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실제 장기의 유사도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인증을 받기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이 역시 세계 첫 시도다.

 

그는 "생명연은 오가노이드 분야에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치료제와 서비스는 물론 오가노이드를 평가할 수 있는 표준화 역시 선도해 가겠다"고 말했다.

 

- 연결된 오가노이드 모델은 왜 필요한가.

 

"장, 간, 신장은 약물 평가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장기다. 사람이 입으로 약을 먹으면 장에서 흡수가 되고 간에서 대사가 된 후 신장에서 배설이 되는 과정을 거친다. 이 때문에 장과 간 신장이 연결된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하면 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한번에 확인할 수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 어떻게 활용되나.

 

"우선, 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데 많이 활용되지만 앞으로 개인 맞춤형 모델 제작도 가능하다. 대장암 환자의 암 조직을 그대로 꺼내 암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정상 조직들을 떼내서 장, 간, 신장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대장암 치료제를 인체 직접 투여하기 전에 우선 오가노이드에 실험을 하는 거다. A 치료제를 투여한 경우 암 세포도 죽지만, 장 오가노이드도 같이 죽는다면 환자의 몸에 A 약물은 부적합하다는 것을 미리 알 수 있다. 이런 실험을 통해 환자에 맞는 약물을 찾아 치료 효과를 높이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진다."

 

손 박사가 주축이 돼 만든 '유전자 패널 기반 오가노이드 유사도 평가 시스템'은 현재 ISO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가노이드가 실제 장기와 얼마나 유사한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오가노이드 표준화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이루어지지 않은 큰 과제로, 한국은 오가노이드 표준화 선두주자로 꼽힌다. 손 박사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도하는 오가노이드 표준 지침 마련, OECD 가이드라인 마련 등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다.

 

- 오가노이드의 유사도는 어떻게 판별하나.

 

"유전체 분석(RNA 시퀀싱)이라는 기법을 활용한다. 특정 장기가 가지는 특이한 유전자 세트(Gene set)를 골라 내 중요도와 기능성을 중심으로 그 유전자 세트가 얼마나 발현돼 있는지 알고리즘을 짠다. 이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하면 실제 인체 장기와 오가노이드가 얼마나 비슷한지를 판단할 수 있다. 모든 장기에 적용할 수 있다. 이 방식으로 했을 때 우리가 개발한 장 오가노이드의 유사도가 75%, 미국팀이 개발한 장 오가노이드는 45% 정도라는 결과가 나왔다."

 

- ISO 표준화는 어떤 의미가 있나.

 

"아직 전 세계적으로 오가노이드 표준화가 이루어진 것은 한 건도 없다. 우리는 그 표준화 절차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현재 신규작업표준안(NP) 제안하는 첫 단계에 있다. NP 제안서를 제출하면 3개월간 투표 과정을 거친다. 정회원국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채택되기 때문에 확률이 10대 1정도다. 채택이 되면 초안을 작성하는 준비단계를 거쳐 위원회 합의-질의-승인-발간단계를 거쳐야 하는 긴 과정이다."

 

- OECD 가이드라인 마련도 처음인가.

 

"OECD는 매년 4월 정기회의를 통해 시험가이드라인을 승인하는데 지난해 회의에서 우리 센터 손명진 박사가 '오가노이드 기반 간독성평가 시험법'을 처음으로 제안했다. 이제까지 국내 개발 OECD 시험가이드라인은 총 3건이 채택됐지만 모두 기존 국제 시험법이 존재하는 미투(me too) 시험법이었다. 오가노이드 기반 간독성평가 시험법은 기존 시험법이 없이 신규로 제안하는 최초 가이드라인이다."

 

- 오가노이드 표준 연구회(OSI)에도 참여했다.

 

"식약처가 성균관대학교 안선주 생명물리학과 교수를 주축으로 연구기관, 오가노이드 관련 기업 등과 함께 OSI를 만들었다. 간·신장·폐·장·심장·뇌·피부 등 7개 장기 오가노이드 실용화를 위한 표준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그 중 장 분야를 맡았고 그 외에도 간, 신장, 폐 분과에 생명연 박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우수한 연구 성과는 계속 이어졌다. 손미영 박사는 지난해 '2023년 출연 우수 연구성과'에 선정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상을 받았다. 올해는 국무총리상도 받을 예정이다. 손 박사가 이끌고 있는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는 얼마 전 생명연 내에서 '올해의 우수 센터'로 선정됐고, 2023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센터의 연구 과제가 이름을 올렸다.

 

이들의 연구는 논문에서만 머물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와 새로운 치료제로 탄생하고 있다. 손 박사 연구팀의 장 오가노이드 특허기술은 국내 첫 오가노이드 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로 이전, 장 재생치료제로 개발돼 인체 투여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장 오가노이드 모델을 이용해 장 발달 촉진과 염증성 장 질환 보호 효과를 검증한 새로운 유산균을 발굴했다. 손 박사는 이 유산균을 KGC인삼공사로 기술이전해 유아의 장 발달 촉진과 염증성 장질환 보호를 위한 새로운 건강기능식품으로 만들어냈다.

 

- 또 다른 기술이전 사례도 있나.

 

"지난해 위암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을 막아줄 수 있는 유산균을 발굴해 또 다른 기업으로 이전한 상태다. 현재 액상 형태의 새로운 유산균 제품으로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 연구자로서 상용화를 계속 시도하는 이유는.

 

"논문을 쓰는 것이 첫 번째 목표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논문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 논문을 넘어서서 실제 연구 결과들을 상용화해서 국민의 건강을 좀 더 증진시키고 건강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 연구팀은 많은 기술들을 다양한 기업들에 이전하면서 제품화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그런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생명연 내에도 기술산업화 센터가 있어 우리가 개발한 기술들이 실제 활용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생명연은 연구 개발만큼은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자부한다. 그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 좋은 기술 개발을 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연구 성과를 발표해 많은 도움이 되는 연구팀으로 성장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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