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체질을 바꾸는 작업에 분주하다. 4차산업혁명으로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현실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 개편과 친환경 정책 등으로 시장은 물론 사회가 요구하는 기업 역할도 크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메트로신문은 '新 도약! 변화의 물결' 기획 시리즈를 통해 산업군별 트렌드 변화와 기업별 새로운 먹거리를 확인해본다.
전자업계는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산업군이다. 디지털 시대를 주도하는 만큼 모든 사업 분야를 완전히 혁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다행히 국내 전자업계는 오너 경영 장점을 극대화해 발빠르게 체질 개선을 단행, 짧은 시간에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TV를 비롯한 생활 가전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핵심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 반도체, 이제는 비메모리로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반도체 업종은 이미 격동기에 접어들었다. 초미세 공정 난이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적지 않은 기업들이 경쟁을 포기했다. 전기차와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시장이 확대하면서 수요가 늘어남과 동시에 CPU와 메모리에 집중됐던 시장 구조도 대폭 다변화됐다.
삼성전자는 이런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에만 집중됐던 사업구조를 2018년 이재용 회장의 '반도체 비전 2030'를 통해 비메모리로 대폭 확대하면서 새로운 기반을 마련한 것.
이재용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다. 메모리 시장이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 사이 파운드리사업부 매출액이 지난해 200억달러를 처음 넘어서며 2017년 출범 이후 2배에 가까운 성장을 달성했다. 7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시장에서는 대만 TSMC와 유이한 사업자로 남아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등 신기술을 먼저 선보이며 반도체비전2030 목표치인 점유율 1위 기회를 엿보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에 더해 과거 분할 매각했던 매그나칩을 다시 인수하면서 파운드리 사업을 다시 육성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탓에 양산 능력이 다소 뒤쳐져 있었지만, 메모리 양산 노하우를 활용해 빠르게 성장하며 레거시 칩은 물론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입지를 높이고 있다. 계열사인 사피온과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 전기차 영향이 크다. 자동차 전동화와 함께 주행보조시스템(ADAS)이 보편화하면서 필요한 반도체가 10배에서 100배 이상 늘었다. 필요한 반도체도 단순 스위치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고사양 프로세서와 고용량 메모리, 그리고 최첨단 센서와 디스플레이까지 다양해졌다.
◆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라
국내 전자 업계도 이런 기회를 놓칠 리 만무하다. 주요 기업들은 일찌감치 자동차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하고 육성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2017년 하만, LG전자가 2018년 ZKW를 각각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만과 ZKW는 유럽에 위치한 기업으로, 전세계 전장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업으로 잘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하만과 함께 디지털 콕핏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디지털 콕핏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통합 솔루션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와 모바일 기술을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 패널과 하만 스피커 등을 통합해 만들었다.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20~30% 수준으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브랜드에 공급하고 있다.
LG는 분야별로 전장 사업을 키우는 모습이다. 조명을 만드는 ZKW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LG전자에서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만든다. LG전자가 LG엔솔에서 만든 배터리를 패키징하기도 했지만 완전히 분리했다. 최근 미국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사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하고 전기차에 쓰이는 모터와 구동계도 만들기 시작했다. 구광모 회장이 2018년 취임 후 그룹 차원에서 전장 사업을 본격적으로 정리하고 육성하기 시작했다.
LG그룹은 사실상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주요 부품을 모두 직접 제조하고, 차량 플랫폼도 긴밀하게 협력 중인 마그나를 통하면 쉽게 적용 가능해서다. 그럼에도 LG는 자동차를 만들 계획이 없다. 고객사와 경쟁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다. 'LG의 애플카 공급' 소문이 루머에 그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선 사업을 중심으로 하던 LS그룹도 전기차 시대를 이끌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구자은 회장이 취임 후 '배전반(배터리·전기차·반도체)'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지목하고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반도체 산업도 전장 시장을 정조준한다. 삼성전자와 LX세미콘 등 반도체 설계 업체들이 자동차용 비메모리칩 개발에 힘을 쏟는 가운데, SiC와 GaN 등 새로운 소재를 활용한 반도체 제작도 활발해지고 있다. SK실트론이 2019년 미국 듀퐁에서 SiC 웨이퍼 사업을 통째로 인수했으며 반도체 기업들도 모두 새로운 반도체 개발과 제작 투자를 선언했다.
◆ 더 미래는 로봇
전기차, 모빌리티와 함께 로봇도 중요한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전동화 모빌리티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를 활용해 고성능 로봇을 만들 수 있게 됐고, 미래에는 활용도 대폭 확대될것으로 기대되면서다.
LG전자는 전장 뿐 아니라 로봇 산업에도 발빠르게 힘을 쏟았다. 2018년에 로봇 업체인 로보스타를 인수하는 등 투자를 집행하고 발빠르게 상용화를 추진하며 현재 로봇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자랑한다.
LG전자가 출시한 로봇 클로이는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이제는 보편화된 서빙 뿐만 아니라 안내와 배달, 보안까지 기능을 탑재했다. 일단은 전기차와 같이 바퀴로만 움직이지만, 앞으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등 공간 제약을 더 줄이면서 활용 범위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로봇 기술은 '스마트팩토리' 사업에도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팩토리는 공장을 완전히 자동화하는 것으로, 전자 업계 주요 미래 먹거리로 지목된다.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에는 로봇이 필수다. LG전자는 창원과 미국 사업장에 스마트팩토리를 도입한데 이어 최근엔 사업 목적에 통신 사업을 추가하며 스마트팩토리 사업 가능성을 열었다.
삼성전자에도 로봇 사업은 주요 미래 먹거리다. 일찌감치 몸에 입어서 쓰는 웨어러블 로봇을 선보이며 B2B를 겨냥한 바 있으며, 로봇청소기 등을 활용해 가정에서도 로봇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올 초 한종희 부회장이 신사업 발굴 첫 행보로 로봇을 지목한 상황이고 최근엔 '미래기술사무국'을 새로 조직하며 신제품 출시 기대감을 높였다.
◆ 인공지능이 핵심
전자업계가 각각 다양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면서도 공통적으로 집중하는 분야는 바로 AI다. AI가 수많은 인력을 대체할 수 있기도 하지만 4차산업혁명 중심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생성형 AI인 챗GPT가 실용성을 인정받으면서 중요성은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LG그룹은 AI 분야에서도 발빠르게 육성을 이어왔다. 구광모 회장이 취임 후 AI에 투자를 집중해 결국 'LG AI연구원'을 설립, 생성형 AI인 엑사원을 개발해 뉴욕 패션위크에 작품을 출품하며 성능을 처음 알렸다. 최근 엑사원 2.0을 발표하며 상용화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 AI를 만드는 대신 더 저렴하고 성능 좋은 AI용 하드웨어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HBM(고대역폭메모리)이 대표적이다. HBM은 D램을 여러개 이어붙여 성능과 용량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2013년 SK하이닉스가 처음개발했으며, 삼성전자도 기술 개발을 이어왔다. 개발 초기엔 활용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였지만, 미세공정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AI 서버에는 필수적인 메모리 부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를 위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어드밴스드패키징사업부(AVP)를 신설하고 다양한 칩을 결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아이큐브' 등 제품을 공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도 HBM을 더 고도화하기 위해 전폭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다.
AI 반도체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엔비디아가 사실상 전세계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팹리스들에 이어 SK그룹도 사피온이라는 칩을 만들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도 '온디바이스AI'를 위한 NPU를 꾸준히 고도화해 활용하고 있다.
가전 제품을 위한 AI 반도체도 개발 중이다. 삼성전자에 이어 LG전자도 최근 'UP가전 2.0'을 선언하면서 새로 개발한 가전 제품용 반도체를 선보였다. 저전력에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데다가 AI 연산 기능도 탑재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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