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권, 가뭄 장기화…'해수담수화 선박' 최대 4000억
보길도 저수율 16%…'지하수 저류댐' 시범 운영
보길도 주민 "2일 급수에 6일 단수…5일에 한 번 목욕"
극심한 가뭄에 식수 공급마저 어려운 호남권과 주변 섬 지역에 단비와 같은 선박이 나타났다. '드림즈호', 세계 최초의 한국형 해수담수화 선박이다. 서남해안 주변 섬 3348곳, 유인도 472곳의 지형에 맞게 건조된 선박이 바다에서 끌어온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공급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국비만 3000~4000억원이 소요될 전망으로 국비 70%, 민간 투자 30%로 추진될 예정이다.
19일 환경부에 따르면 드림즈호는 전남 여수시 대두라도와 완도군 소안도에 담수를 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2018년 4월부터 국비 222억원을 투입해 만든 드림즈호는 담수를 하루 300t 이상, 최대 450t까지 생산 가능하다. 물 부족을 겪고 있는 섬 지역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려는 목적이다. 바로 마셔도 문제가 없어 식수로도 제격이란 평가다.
해수담수화 선박 개발 책임자인 이상호 국민대 교수는 "몇몇 국가에서 바지선 위에 설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이동 가능한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만든 적 있지만 드림즈호처럼 자체 엔진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해수담수화 선박은 국내 최초"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로 물 부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물 안보와 물 복지를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며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관심이 커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호남권 포함 남부 지방 가뭄이 극심한 상황이다. 문제는 가뭄으로 주변 섬 지역 내 생활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이 거의 '심각' 단계인데 대부분 호남권이라는 점이다.
실제, 우리나라 최남단 해남 땅끝 마을에서 배로 들어가야 하는 보길도의 경우 긴 가뭄으로 2일 급수, 6일 단수 등 제한급수를 실시 중이다. 각 가구에는 물을 담아두기 위한 파란색 대형 물탱크가 놓여 있었다.
보길도에서 만난 주민 조충연(80) 씨는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세수한 물은 버리지 않고, 여러 번 쓰고, 목욕은 4~5일에 한 번 하는 꼴"이라며 "식수 비상 공급만으로 부족해 주변에서 생수를 보내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보길도와 노화도 주민들의 유일한 식수원인 보길저수지는 거의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저수율은 15.8%로 예전의 절반 수준, 주민들이 한 달 간 쓸 수 있는 양이다.
그나마 보길도에 설치된 '지하수 저류댐'으로 주민들은 버티고 있었다.
지하수 저류댐은 가뭄 대응을 위해 차수벽을 세워 지하수 유출을 막는 시설이다. 저장된 지하수는 저수지와 정수장을 거쳐 섬 주민들에게 공급된다.
현재 시험 운영 중인데, 계획량의 절반 수준인 하루 500~600t이 공급되고 있다. 이는 보길저수지 전체 공급량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영목 한국수자원공사 영·섬사업기획처장은 "지하수 저류댐은 설치보다 지하수, 그리고 인근에 저수지가 있는 적임지를 찾는 게 더 어렵다"며 "섬 지역의 고질적 물 부족을 해결하려면 광역상수도 설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보길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지하수가 있어 우리는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목욕도, 빨래도 제대로 못 하는 상황에서 비가 더 오지 않으면 제한 급수 기간이 더 늘어날 거라고 했다. 할머니에게 조용히 생수 한 병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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