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은 9월 들어 1대의 스마트폰에서 2개의 번호를 쓸 수 있는 e심 전용 요금제를 속속 선보였다. 하지만 이통 3사가 선보인 e심 요금제는 월 과금이 8800원으로 동일해 이통사 간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통사들은 기존의 유심과 e심을 동시에 이용하는 '듀얼심' 이용자를 위한 요금제를 내놓았는데, 두번째 회선으로 이 요금제에 가입하면 현재 이용 중인 요금제의 음성과 데이터 제공량을 공유해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인 번호에 음성·문자·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선택하고 두 번째 번호에 '듀얼심' 요금제를 신청하면 메인 번호의 음성과 문자를 두 번째 번호에서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통 3사가 같은 가격은 물론 상품 내용까지 유사한 상품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SKT와 LG유플러스는 서비스 내용이 거의 동일한 수준이고, KT만 약간의 차이가 있다.
사실 이통사들은 e심 서비스 출시를 그닥 반가워 하지 않았다. e심은 2016년부터 표준화 규격이 발간됐고, 2020년 말 기준으로 전 세계 69개국서 175개 통신사가 지원할 정도로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잡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e심 지원이 늦어진 이유도 이 같은 우려가 작용했다. e심이 가격이 7700원에 달하는 유심칩과는 달리 다운로드 비용이 2750원 밖에 안 돼 이용자들이 e심을 이용하면 칩 구입가격이 크게 낮아지게 된다. 또 e심이 확산되면 번호이동이 쉬워지고 2개의 번호를 사용하려면 2개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해 비용 부담이 커 알뜰폰 등으로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이통 3사가 이번에 e심 요금제를 내놓은 것도 새 요금제 출시로 인해 신규 가입자들을 확보하기 보다 자사의 이용자를 다른 회사에 뺐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내부 단속'이라는 목적이 더 크다.
이통 3사의 e심 요금제는 100원은 물론 10만원 단위까지도 같고 데이터 제공량, 음성 및 문자 등 제공량에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없앤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특히 이미 이통사들은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할 때도 금액이 5만 9000원에서 6만 1000원까지로 요금이 2000원 밖에 차이가 없고, 제공 데이터도 24GB에서 31GB로 최대 7GB 차이에 그쳐 '가격 담합이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을 받지 않도록 이통사들은 더 다양한 음성·문자 제공량, 데이터 제공량을 가진 여러 가격 대의 요금제를 내놓아야 한다. 다음에 새로운 요금제가 출시될 때도 또 다시 가격 담합 의혹이 제기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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