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미국 뉴욕주 벨몬트 파크에서 미국 3대 경마대회 중 하나로 꼽히는 벨몬트 스테익스가 열렸다. 경마장은 대회날 아침부터 경마꾼들로 가득 찼다. 앞선 2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거머쥔 경주마 빅 브라운을 보기 위해서였다. 복병으로 꼽혔던 일본 조교마 카지노 드라이브가 부상으로 불참하며 빅 브라운의 3관왕은 확실시됐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빅 브라운은 9마리 중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출발과 동시에 3위로 달렸지만 400m를 남겨두고 마지막 직선 주로에서 크게 처졌다. 빅 브라운에 돈을 건 이들의 표정은 잿빛으로 변했다.
최근 취재차 방문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현장은 그날의 벨몬트 파크를 방불케 했다. "비대면 청약에 관해 여러 차례 안내했음에도 예상보다 많은 투자자가 방문했다"는 것이 주관사 측의 설명이었지만 사실 당연한 현상이다. 지금까지 그들의 방법이 그랬다. 장년층 투자자 대부분이 더 높은 수수료를 내가며 전화로 주문을 넣거나 지점에 찾아간다.
익숙함은 편안함을 준다. 그들이 HTS나 MTS를 이용한 주식매매를 할 줄 모르는 근본적 이유는 굳이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 당연히 온라인 청약에 대해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문득 궁금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며 수혜를 본 대표적인 종목이다. MTS를 모를 정도로 언택트 시대에 뒤처진 이들이 언택트 대표주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섯 명의 투자자들에게 카카오게임즈란 회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모두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심지어 모회사인 카카오로 알고 있는 투자자도 있었다.
이건 온라인 주식매매법을 모르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투자대상에 관해 아는 것은 카카오게임즈라는 이름 하나뿐. 매출 성장도 같은 회계학적 분석은 아니더라도 신작 구성이나 사업 전망 같은 비재무적 요소도 그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기업가치에 대해선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을 터다.
물론 카카오게임즈는 12년 전 빅 브라운과 달랐다. 2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간 후에야 하락전환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이름난 말에 베팅한 경마꾼인지, 유망한 기업에 투자한 시장 참여자인지를 돌이켜봐야 한다. 빅 브라운에 돈을 건 이들 역시 확실한 수익 기회로 생각했다. 공모 시장에서 이름값과 기대감에 기댄 깜깜이 투자를 계속한다면 그날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벌어졌던 참극은 필연적으로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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