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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역

[되살아난 서울] (59) 어둡고 음산한 지하철역의 변신, '종각역 태양의 정원'

지난 6일 오후 시민들이 종각역 태양의 정원을 둘러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매년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새벽, 사람들이 득시글거리는 역이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이다. 제야의 종을 울리는 보신각이 역 인근에 있어 이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우중충하고 삭막했던 종각역에 산뜻하고 싱그러운 식물원이 생겼다.

서울시는 지난 2018년 '종각역 지하 유휴공간 재생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서적으로 이어지는 길을 정원으로 재생해 시민에게 개방한다고 밝혔다. 이듬해 2월 공사를 시작해 10월 개장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연기돼 작년 12월 문을 열었다.

지하 동굴 속 작은 정원은 자연채광 제어기술을 이용해 만들었다. 지상의 태양빛을 원격 집광부로 모아 특수 제작한 렌즈에 통과시키면 빛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역사 안으로 전달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햇빛을 지하로 전송해 비춤으로써 다양한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지하 정원을 조성한 것이다.

◆초록빛으로 물든 종각역

6일 오후 종각역 태양의 정원을 찾은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6일 오후 태양빛이 스며든 종각역을 찾았다. 태양의 정원은 지하철 1호선 종각역 3번 출구와 3-1번 출구 사이에 위치해 있다. 잿빛 콘크리트로 상징되던 북측 지하보도에 녹색 식물들이 옹기종기 심어져 싱그러움을 내뿜고 있었다.

이날 태양의 정원을 방문한 전필수(70) 씨는 "밖은 부슬비가 내리고 안개가 짙게 껴 어두운데 이곳은 환해서 좋다"며 "지하에다가 이런 공간을 만들어 줘서 참 고맙다"고 말했다.

도심 속 지하 정원에는 '크리스마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붉은색 포인세티아 꽃 한 무더기와 고사리처럼 생긴 풀 '실버레이디', 큰 타원형 잎이 인상적인 '극락조화'. 주황색 유자가 듬성듬성 달린 '유자나무' 등 37종의 식물이 심어졌다.

전 씨는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면서 "마음 씀씀이가 참 곱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종각역 지상에는 가로등처럼 생긴 8개의 집광부 장치가 설치됐다. 이 시설은 태양의 궤도를 추적해 효율적으로 빛을 모은다. 여기서 채집된 빛이 지하로 전달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게 된다.

종각역 지상에 설치된 8개의 집광부 장치./ 김현정 기자



시 관계자는 "한파나 미세먼지 등 외부 기상여건과 관계없이 지하에서 자연의 태양광을 느낄 수 있다"며 "흐린 날엔 자동으로 LED 조명으로 전환돼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 조도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태양의 정원 조성 관련 기본구상 용역에는 미국 뉴욕의 지하공간 재생 사업인 로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한 제임스 램지(라드 스튜디오) 건축가가 참여했다. 설계와 공사 과정에는 로라인의 태양광 채광 기술을 맡은 한영 합작 벤처기업 선포탈이 함께했다.

대학생 황모(24) 씨는 "전에는 빛 한점 안 들어오는 어둡고 무서운 곳이어서 빨리 나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면서 "오랜만에 와 봤는데 예쁜 꽃과 나무가 많고 조경이 잘 돼 있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녹지공간 뿐만 아니라 계단을 리모델링한 객석도 만들어졌다. 시는 이곳에서 각종 교양강좌나 소규모 공연을 진행할 계획이다. 정원 왼편에는 유리로 된 부스 여러 개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시는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홍보, 판로, 교육 등의 지원 사업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지하 정원, 다른 역에도 생겼으면

지난 6일 오후 종각역을 방문한 시민들이 태양의 정원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현정 기자



한편 이날 태양의 정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지하 정원이 다른 공간에도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영등포구 대림동에 사는 임상채(78) 씨는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에 사진도 찍고 추억을 남길 수 있어 마음에 든다"면서 "대림역도 정말 넓고 별 볼 일 없는데 이런 거나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는 "평소 인적이 드물고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통로 역할에만 머물러 있던 종각역 지하공간에 대한 활용방안을 2017년부터 고민해왔다"며 "이 과정에서 지하공간으로는 드물게 넓고 천장이 높은 광장 형태로 조성된 점, 지상부에 광장이 있어 일조 환경이 좋은 점 등을 고려해 '자연광을 이용한 지하정원'으로 조성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연신내에서 온 정외득(77) 씨는 "이런 지하 정원은 우리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역에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건의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8년 만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무임교통카드 데이터 575만6258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하철역은 종로3가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청량리, 제기동, 고속터미널, 연신내, 사당역 순이었다.

시는 '자연광에 의한 지하정원'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ISO) 인증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후 지하정원 R&D(연구개발) 허브를 목표로 국내·외 정책 수출 가능성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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