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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창간 17주년 기획] 완화해도 끝없는 규제, 속시원한 해법 없나

오는 2023년 강남구 삼성동 옛 한전 부지에 들어서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조감도.



문재인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았지만 재계는 여전히 규제 프레임에 막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현대차·SK·LG 등 재벌총수와 중견그룹최고경영자들과 미팅을 갖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현장을 방문하는 등 기업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각종 규제에 막혀 신사업 진출 등 전략사업 육성은 물론 자회사의 성장전략조차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줄곧 규제완화를 요구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오히려 대기업의 투자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경제단체장 올해도 '규제 완화'

경제단체장들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을 대변해 정부에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재계 주요 인사들도 전면에 나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용만 회장의 경우 20대국회에 들어서만 11번 넘게 국회를 방문했고, 의원회관을 하루에 6㎞이상 걸으며 규제 개혁 건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는 경제적 이해관계뿐 아니라 정치·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경제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진 않았다.

이에 박 회장은 "정부가 (과도한 규제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들을 너무 어린애 취급한다"며 "폐쇄적 규제환경과 양극화 심화 등의 문제가 한국경제의 성장을 오랫동안 발목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양보를 할 수 있는 쪽은 양보해야 하는데 그냥 내버려 두면 모든 구성원들은 다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며 "정부와 국회가 개입해 해결을 해야 하는데 아무도 십자가를 지려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도 올해 초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주요 30대그룹 CHO(인사·노무 책임자)를 만난 자리에서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들어내는 것인 만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선 핵심 규제 완화와 함께 노사관계 선진화, 노동 시장 유연성 제고를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기업 규제 등 정부 효율성 분야에서 뒷걸음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내놓은 '2019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평가 대상 63개국 가운데 한국의 종합순위는 28위로 1년 전보다 한 계단 하락했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는 1999년 41위로 바닥을 친 뒤 2011∼2013년 연속 22위까지 올랐지만 이후 정부와 기업 효율이 떨어지며 25∼29위권에 머물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도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중 28위로 1단계 하락했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규제 발목' 잡힌 4차 산업혁명

재계가 규제 완화를 강도 높게 요구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기업들이 신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규제에 발목잡혀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카풀' 등 공유경제 산업이다.

국내 공유경제는 규제에 가로막혀 별다른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2017년 국내 공유경제 규모를 82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005%에 불과한 수치다. 반면 중국의 지난해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4조9205억위안으로 GDP 기준 5.9%에 육박했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서 내국인 대상 숙박공유를 허용하고, 일부 지역의 카셰어링 차고지 반납 기준을 폐지했다. 하지만 이 정책 방향에 택시업계의 반발로 대표적 차량공유서비스인 카풀 규제 완화는 제외됐다.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갈등 과제를 해결한 사례로 카풀을 들었다. 지난 3월 당정이 참여한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택시업계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허용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제한하고 ▲토·일요일과 공휴일엔 아예 금지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카풀 스타트업 3사(풀러스·위모빌리티·위츠모빌리티)는 이 합의안에 대해 "카풀 산업을 후퇴시켰다"는 공동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미국와 일본, 중국 등은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인공지능(AI)를 적용한 원격의료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불법이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은 "최소한 외국에 있는 기업이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기업도 할 수 있게 길을 터줘야 한다"면서 "규제가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에 부담이 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규제 완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진에어.



◆재계 인재 영입·투자 '언감생심'

국내 대기업들이 정부 규제로 인해 대규모 투자나 인재 영입을 미루면서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현재 우리나라 기업투자 여건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경제계에선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사업을 꼽는다. GBC는 현대차그룹이 3조7000억원을 투자해 105층(569m) 빌딩 1개와 35층짜리 호텔·오피스텔 1개, 6∼9층 규모의 컨벤션·공연장 3개 등 총 5개 빌딩을 짓는 사업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와 직원 1만여명이 입주한다. GBC 경제효과는 27년간 264조8000억원, 고용창출 효과 121만5000명으로 분석됐다.

현대차그룹은 당초 2016년 12월 착공을 목표로 GBC 사업을 추진했으나 각종 규제에 막혀 4년 넘게 답보상태였다. 우여곡절 끝에 서울시 건축심의와 교통영향평가, 안전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통과했으나 지난 1년여 간 수도권정비위에서 3차례나 보류되면서 무산 위기를 맞기도 했다.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사업을 진척시키지 못하던 현대차그룹은 작년 9월 사업 잠정 중단을 결정하고 신사옥건립사업단에 파견 나갔던 기술자 20여명을 본사로 복귀시키기도 했다. 이후 정부는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자 지난해 말 부랴부랴 기업투자 활성화로 방향을 선회하며 GBC 건립사업을 승인했다.

이를 두고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기업 투자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지 않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모습이다"며 "기업의 대규모 투자로 발생되는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고려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진그룹 계열의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는 국토교통부의 제재 속에 시름하고 있다. 진에어는 조현민 전 부사장의 불법 등기이사 등재 논란으로 국토부로부터 지난해 8월 신규노선 허가, 신규 항공기 등록, 부정기편 운항허가 제한 등의 조치를 받았다. 이에 진에어는 지난 4월 초 국토부가 요청한 경영적 개선 요구를 이행하고, 이달 초 국토부에 종합보고를 완료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토부의 규제로 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감소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들어 규제샌드박스, 규제입증책임제 도입 등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여전히 각종 규제로 투자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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