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업계에 노사 갈등 요인이 속출하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이하 임단협)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불안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11개월 만에 힘겹게 '2018년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노동조합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이같은 분위기가 임단협을 앞두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계로 확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1년간의 노사 갈등 끝에 힘겹게 나온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르노삼성의 향후 일정은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질 것으로 보인다. 르노삼성 노조 조합원은 지난 21일 총회를 열고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 찬성 47.8%, 반대 51.8%로 잠정합의안이 부결됐다.
이날 조합원 투표에는 총 2219명이 참여했지만 과반 이상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았고 결국 노조 집행부와 회사 측이 마련한 잠정합의안은 부결됐다. 부산공장 생산직 조합원들은 대부분 찬성표를 던졌지만 정비직 등이 포함된 영업지부 소속 조합원 대부분은 반대에 힘을 실었다.
결국 르노삼성은 다시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노사가 조만간 재교섭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합의안을 마련하는 데 오랜기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향후 일정은 미정인 상태"라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당장 수출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 갈등을 우려해온 프랑스 르노 본사와 수출 물량을 둘러싼 협상을 벌이는 과정에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르노 본사는 올 들어 노조 파업이 계속되자 로그(르노삼성이 수탁 생산해 수출하는 닛산 SUV) 후속 물량 배정을 연기했다. 로그 수탁 계약은 오는 9월 끝나는데, 아직도 그 이후에 어떤 차종을 생산할지 정해지지 않았다.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로그의 후속 물량이 배정되지 않을 경우 회사의 운명도 장담할 수 없다.
이달 말 노사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임단협 교섭에 돌입하는 현대차도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을 살펴보면 올해 임단협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을 요구했다. 호봉승급분(2만8000원)을 더하면 15만1526원으로 기존 대비 6.8% 인상을 요구한 셈이다.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악의 수준이었음을 감안할 때 회사 측이 이를 그대로 수용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상임금 문제도 걸림돌이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3월 통상임금 관련 합의를 진행해 갈등을 마무리 지었다. 현대차 노조에서도 올해 임단협에서 통상임금 문제를 매듭 짓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현대차 노조는 별도요구안에 '상여금의 통상임금 적용'을 포함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에 더해 당기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요구도 넣었다.
또 현대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 정책으로 규정하고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올해 임단협 교섭을 진행하면서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치열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 철회를 위한 3년 투쟁 돌입을 선언했다.
한국지엠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4월 22~23일 이틀 동안 신설 법인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소속 노조원 2067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벌여 찬성률 82.6%를 기록했다.
올해 초 연구개발(R&D) 부문을 법인분리해 출범한 GMTCK의 단체협약 승계 문제가 쟁점이다. 노사는 GMTCK 단체협약 개정 문제와 관련해 올 들어 11차례에 걸쳐 머리를 맞대었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신설 법인 조합원도 기존 한국지엠 조합원과 같은 내용의 단체협약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신설 법인이 R&D 인력 위주로 구성된 만큼 단체협약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지엠 노사는 GMTCK의 단체협약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올해 임단협 본교섭에서 또 다시 문제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 완성차 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 둔화 등 대외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노사간 파열음이 커지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며 "5월을 기점으로 임단협이 시작되지만 타견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