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더불어 증시도 박스권에 갖히면서 증권사가 새로운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증권사의 연이은 자본 증자도 투자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11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코스닥 시장에서 전일대비 6.38% 하락한 763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일 발표한 92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소식 때문이다.
이베스트증권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배경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상 소액주주의 소유주식수가 유동주식수의 20%에 미달할 경우 주식분산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베스트증권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은 84.88%다.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소액주주 지분을 25% 이상 늘린다는 게 회사 측의 계획이다.
아울러 이베스트증권은 이번 유상증자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김원규 대표가 취임을 하면서 이베스트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를 현재 4000억원대에서 1조원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실제 이번 유상증자로 이베스트증권의 자기자본은 5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자본증자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높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NCR은 금융투자회사의 영업용순자본(자기자본에 비유동성 자산 등을 차감)을 총 위험액(보유자산의 손실예상액)으로 나눈 값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이는 은행의 BIS비율과 마찬가지로 금융투자회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NCR이 높을수록 재무상태가 양호하다는 의미다.
현재 이베스트투자증권은 NCR비중은 432.7%다. 금융감독 당국이 권고하는 500%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여기에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장외파생, 신탁, 헤지펀드 라이선스 확보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시 위험자산 증가에 따라 NCR 비중이 더 낮아질 우려가 있다.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는 "자본이 늘어나면서 신사업 진출 시 투자 여유가 생겼다"면서 "향후 조직개편을 통해 더 적극적인 투자와 영업에 나설 예정이다"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지난해 자기자본을 1조2000억원 늘렸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금투의 자기자본은 3조2000억원으로 향후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 기준인 자기자본 4조원 달성이 최종 목표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올해 시장 변동성 확대와 영업환경 악화가 예상된다"면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도 각 사업그룹별로 강점 비즈니스를 더욱 강화하며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투는 해외 대체투자 부문에 강점을 보여온 만큼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부문을 더욱 강화해서 해외투자의 대상 국가와 대상 자산을 지속적으로 다변화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수익기반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서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업신용공여 등이 가능해진데다 레버리지 비율, 건전성 규제 완화 등 투자 여력이 커진 상황이다.
한화투자증권 역시 지난달 26일 10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증자를 통해 확충한 자본 일부를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사용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5대 대형 증권회사의 평균 자기자본 규모는 2008년 2조3000억원에 못미치던 수준에서 2018년에는 5조3000억원 수준으로 10년 새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본확대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완화와 같은 제도적 조치가 증권회사의 자기자본 확대의 유인이 됐다"면서 "증권사의 자기자본 확대가 수익성 강화, 모험자본 공급과 같은 선순환 구조를 이룰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