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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사태'의 교훈 "IFRS,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됐다"

"감독당국은 제재자가 아니라, 올바른 회계를 위한 촉진자가 돼야"

-기업 내부 회계 전문가 배양해야

(왼쪽부터)송창영 변호사, 최종학 서울대학교 교수, 최연식 경희대학교 교수, 김종현 한양대학교 교수, 이상열 한양대학교 교수, 지현미 계명대학교 교수./사진=손엄지 기자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지 8년이 지났지만 금융당국을 비롯한 사회 구조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회계업계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구조적 변화와 더불어 기업이 회계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0일 한국회계정보학회 주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IFRS시대 회계전문가 역할과 책임' 심포지엄에서 김종현 한양대 교수는 "한국은 금융위원회 증선위원장 한 분이 의사결정의 최종적인 책임을 지고 있다"면서 감독당국 조직 구조가 정확한 회계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IFRS를 적극 도입한 영국의 경우 회계 판단의 최종 결정자는 FRC라는 별도의 감독당국 전체다. 여기에는 위원회와 회계전문가가 모두 포함돼 있다. 독일의 회계 감독은 민간 중심의 재무보고 집행패널(FREP)과 공적 권한을 갖춘 감독기관인 바핀(BaFin) 등 이중 구조로 이뤄진다.

김 교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이후 금융위는 회계 감독팀을 따로 만들었지만 상당 부분의 심리가 회계 전문가 한 명이 참석하는 증선위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 회계 조사를 담당하는 심사국, 기획감리실에는 회계 전문가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감독당국의 역할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제재가 아니라, 올바른 회계적 기준을 확립하기 위한 촉진자가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현미 계명대 교수는 "지금까지 감독당국은 디테일한 회계기준 처리에 대해 이것이 옳다, 저것이 옳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그 하나의 예"라고 표현했다.

지 교수는 "기업과 전문가들은 감독당국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들의 판단 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장을 마련하고 촉진자 역할을 하는 게 감독당국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IFRS는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한 만큼 기업 내부의 회계적 역량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여전히 한국 기업들은 회계에 큰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며, 각종 유인책을 통해 기업 내부 인재 확보에 내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종학 서울대 교수는 "한국 기업들은 형식적으로 IFRS를 도입했지만 예전 회계기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면서 "자율적 판단과 판단의 이유를 공시하는 것에 습관이 안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업들은 판단에 앞서 회계법인이나 회계기준원 등 기관의 결정에 의존한다"면서 "기업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또 "신 외감법이 시행되면 회계법인이 독립적으로 감사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회계적 자문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광윤 아주대 교수 역시 기업의 회계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회계적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하고, 회계학을 전공한 석사 이상의 경력자를 회사에 의무적으로 투입하는 것 등을 유인책으로 제안했다.

한편 회계업계도 변해야 한다는 일침도 나왔다.

최연식 경희대 교수는 "옛날 회계를 경험하지 않은 시니어 회계사들도 여전히 질의회신에 대한 갈망이 크다"면서 "IFRS에 대한 사고체계가 현장에 전파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교수는 "회계 전문가들은 질의회신 뒤에 숨으려는 소극적 태도를 버려야 한다. 정답과 오답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갑을병설과 다수설, 소수설의 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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