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판매 감소를 막기위해 현장 경영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도 시장 공략에 나선것.
9일 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인도 시장 분석과 현지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출장길에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인도 출장 중 현대차 첸나이 1·2공장과 시험 생산에 돌입한 기아차 아난타푸르 공장을 찾아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 이는 중국 시장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 등 현대·기아차의 가장 큰 시장의 수요가 감소하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인도 시장을 승부처로 삼아 공략하기 위함이다.
1998년 가동한 현대차 첸나이 공장은 인도 시장에서 현대차가 수출 1위, 내수 2위의 대기록을 세운 생산 전진기지다. 현대차 인도법인(HMI)은 지난해 전년보다 4.5% 늘어난 71만12대를 판매, 사상 처음으로 7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공장 가동률도 현대차 글로벌 공장 중 러시아법인(12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법인의 생산능력은 65만대인데 생산실적은 71만3108대로 공장 가동률은 109.7%에 달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신차, 공장신증설, 보완투자 등을 위해 작년 3376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32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앞으로 현대차는 인도에 5년간 1조원을 투자해 생산능력을 5만대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기아차는 오는 9월부터 인도 아난타푸르 현지 공장을 첫 가동하고 인도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 2017년 10월 착공한 인도 안드라프라데시주 아난타푸르에 있는 기아차 인도 신공장은 총 11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30만대 규모로 짓고 있다.
신규 공장에서는 올 초에 'SP 콘셉트' 기반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SP2'를 시험 생산했다. 기아차 인도법인은 SP2를 시작으로 6개월마다 공격적으로 신차를 발표해 2021년까지 인도 톱5 자동차 제조업체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최근 기아차 인도법인은 신규 고객과 딜러 확대를 위해 인도 26개 도시에서 니로, 카니발, 스포티지 등 브랜드 제품을 전시하는 '디자인 투어'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중국은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국의 경우 최근 구조조정 단행으로 인력을 감축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현장경영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 수석부회장은 서울 양재동 본사에 있는 중국 사업 조직을 베이징으로 전진 배치하는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국내에 상주하던 중국사업 임직원 수는 줄였지만 핵심 전력을 중국 현지로 보내 의사 결정 체계를 구축, 철저한 현장 경영의 의지가 담겨있다.
이에 따라 이병호 현대·기아차 중국사업총괄 사장도 조만간 중국으로 거점을 옮길 예정이다. 현지 판매망 확대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지역별 맞춤형 마케팅과 딜러들의 역량 확대를 아우를 전망이다. 공장 가동률을 회복시켜 중국 내 점유율을 높이는 게 최종 목표다.
또한 현대차는 지난 4일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와 전략적인 협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다각적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미국 시장은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정 수석부회장이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다.
정의선은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뒤 해외 첫 출장으로 미국을 방문했다. 또한 올해 첫 출장지로 미국을 방문해 현지 판매 현황과 관세 등의 다양한 이슈를 점검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미국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SUV 인기에 힘입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1분기 미국 SUV 합계 판매량 15만5082대로 시장 점유율 8%를 차지했다. 2011년 10%를 돌파해 최고치를 기록한 뒤 7년 만에 가장 높은 점유율이다.
특히 기아차의 같은 기간 미국 SUV 시장 점유율은 4.1%였다. 지난해 4.0%의 연간 점유율보다 높은 숫자를 나타냈다. 실적 개선에 기여한 효자 모델은 '텔루라이드'다. 지난달부터 본격 판매가 시작돼 첫 달에만 5080대가 팔렸다.
현대차의 같은 기간 미국시장 점유율은 3.9%였다. 2013년 2.6%를 기록한 뒤 차츰 실적을 회복해 올해 1분기 4% 수준에 다다랐다. 현대차 1분기 판매량 내 SUV 비중은 50.1%를 기록했다. 2017년 36.2%를 나타낸 뒤 2년 연속 오른 것이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대형 SUV 팰리세이드를 출시하고 판매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올해 회사 경영과 조직 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가 '정의선 시대'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