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 전문가 1세대로 통하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과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의 맞대결이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기금운용 전담운용사 선정을 앞두고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이 동시에 출사표를 던진 것.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고용부는 기금운용 전담운용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한다. 현재 주간운용사를 맡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대형 증권사가 대거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2강(强)' 구도를 예상하고 있다. IB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63년생 동갑내기 두 대표의 자존심 대결이 관전포인트다.
◆ '수성' 한투증권 "철치부심, 방심은 없다"
지난해 6월 한국투자증권은 19조원 규모의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사 지위를 NH투자증권에 넘겨줬다. 무난히 운용사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투증권은 예상치못한 일격을 당한 셈이다.
때문에 한투증권은 고용보험기금 전담운용사 자리를 지키려는 의지가 크다. 고용보험기금 규모는 9조원에 불과하지만 고용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향후 10년 간 외부위탁운용관리(OCIO)시장 규모가 1000조원까지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권사는 OCIO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트랙레코드(실적)를 쌓아야 한다. 두 번이나 다른 증권사에 자리를 뺏기면 OCIO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한투증권은 작년 말 신탁부와 OCIO 조직을 합친 '투자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해당 본부는 외부 스케쥴을 최소화하면서 이번 고용보험기금 PT 준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투증권은 풍부한 운용 경험과 지난 4년간 해당 기금을 양호한 수익률로 운용해 왔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해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11.72%로 NH투자증권(6.59%)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수익성을 기록했다. '돈 잘버는' 증권사 이미지가 긍정적이다.
하지만 발행어음 제재 여부는 한투증권의 걸림돌이다. 현재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자금을 개인대출에 활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징계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정량평가 항목의 경우 지난해 9월 말까지의 제재 건수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당락을 좌우하는 정성평가가 문제다.
◆ '탈환' NH투자증권 "자신감 100%"
NH투자증권 내부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 직원에 말을 걸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예민하고 바쁜 상태다"고 전했다.
지난해 주택도시기금 전담운용사 선정 PT에 정영채 사장의 발표가 '신의 한 수'로 평가받은 만큼 이번에도 정 사장이 PT 준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기관영업본부 산하 OCIO솔루션센터를 설치했고, 'OCIO 스쿨' 교육과정을 통해 전문인력 양성 및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만큼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강화에 적극적이다.
NH투자증권의 강점은 '안정성'이다. 지주사의 든든한 지원 아래 NH투자증권의 신용등급은 AA+(한국신용평가)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게다가 개인자산관리계좌(ISA), 퇴직연금 수익률 등 운용사로써 역량을 증명할 수 있는 수익률에서 한투증권을 앞선다. 지난 1월 말 기준 ISA 누적 수익률은 평균 11.40%로 한국투자증권(4.99%)의 두 배를 웃돈다.
한편 고용보험기금 운용기관은 교수·변호사·연구원 등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기술평가 90%, 가격평가 10%를 종합해 결정한다. 정성평가에서는 기금에 대한 이해도, 자산군별 투자 노하우, 기금운용본부 체계와 인력 구성 등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