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소비자보호 최상위 자문기구 2차 회의…디지털 리스크·불공정 관행 손본다
금융감독원이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 관련 최상위 자문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 두 번째 회의를 열고 소비자 피해 예방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공모펀드·보험상품 설명 체계 개선부터 디지털 금융사고, 보이스피싱 대응, 최저생계비 상계 관행까지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현안을 폭넓게 점검하며, 현시점 금감원의 소비자보호 감독 무게중심이 '사전예방'과 '취약계층 보호'에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감원은 지난 23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주재로 내부위원과 외부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를 개최했다고 26일 밝혔다. 위원회는 소비자 관점에서 금융감독·검사 현안과 제도개선 사항을 종합 검토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이번 회의에서는 소비자 보호와 직결된 7개 안건을 상품 설명 내실화, 디지털 리스크 대응, 불공정 금융관행 개선 등을 핵심 분야별로 나눠 구체적으로 점검·논의했다. ◆ 상품은 쉽게, 위험은 먼저 보이게 공모펀드 투자설명서도 '읽히는 문서'로 바뀐다. 금감원은 해외 부동산펀드 전액손실 사태를 계기로 투자위험 안내 방식 전반을 손질하기로 했다. 그간 투자설명서는 분량은 많지만 정작 핵심 위험이 직관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실제 금감원이 일반 금융소비자 1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블라인드 테스트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확인됐다. 응답자의 70.6%는 투자설명서를 읽어본 경험이 없다고 답했고, 91.6%는 분량이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상품 이해에 충분하다는 응답은 63.9%에 그쳤고, 절반가량은 위험 설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금감원은 '펀드 핵심위험 표준안'을 도입해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위험을 전면에 배치하기로 했다. 간이투자설명서 첫 페이지에 원본손실 위험 등 최대 4개의 핵심 위험과 과거 최대 손실률을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다. 보험상품도 개편 대상에 포함됐다. 보험상품 자율화 이후 복잡한 구조와 어려운 약관이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은 소비자·시민단체, 의료·법조·연구계 전문가와 업계 실무진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상품설명서를 재구성하고, 중복 안내를 줄이는 한편 인포그래픽과 AI 챗봇 등을 활용한 시각화·디지털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 디지털 사고·금융사기·취약계층 보호까지 사전 차단 디지털 금융사고와 보이스피싱 대응도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다. 금감원은 디지털금융 보편화, 외부 위탁·제휴 확대, 사이버 공격 고도화로 사고 발생 시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감독 방식을 사후 제재 중심에서 사전예방 중심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금융회사에는 IT자산 식별·관리 강화와 취약점 분석 내실화를 유도하고, 금감원은 고위험사를 선별해 집중 관리하는 방식이다. 보이스피싱 대응역량 평가체계도 손본다. 금융회사가 전담인력과 물적 설비를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금감원이 이를 평가해 미흡한 회사에는 개선 요구나 제재를 할 수 있도록 법제화를 추진한다. 평가가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계량·비계량 지표도 정교화할 방침이다.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금융관행 개선도 포함됐다. 은행권에서는 최저생계비 250만원 상당 예금이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하지만, 상당수 은행이 이를 확인하기 전에 대출과 예금을 상계하는 관행이 지적됐다. 금감원은 계좌정보 통합조회 내역 등 입증자료 범위를 넓히고, 상계 전 고객 안내와 자료 준비 기간을 강화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족이 본인을 대신해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대리권 확인, 투자자정보 확인, 본인 해피콜 등이 미흡한 문제도 점검 대상에 올랐다. 치매보험 대리청구인 지정제도는 기명 또는 무기명 지정을 기본사항으로 바꾸고, 적용 대상을 암·뇌·심혈관 보험으로 넓힌 뒤 질병 보험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여전사의 비대면 대출 본인확인도 강화해 명의도용 등 비대면 금융사고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