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칭]위기 속 장인화의 항해… 철강에서 미래소재로, 포스코 체질을 바꾸다
급변하는 통상환경과 산업 구조 재편의 파고 속에서도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철강 중심의 전통적 체질에서 벗어나 '미래를 여는 소재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며 포스코호를 '위기 속 항해'에서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이끌고 있다. 장인화회장의 취임 2년은 단기 실적보다 체질 혁신에 방점을 찍은 '대전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기 속 '2 Core + New Engine'… 철강에서 미래소재로 지난 2024년 3월 취임한 장인화 회장은 그룹의 체질을 바꾸는 선택을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불안, ESG 규제 등 복합 위기 속에서도 그는 '2 Core + New Engine' 전략을 내세워 그룹의 방향을 철강·에너지소재 중심으로 재편했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춘 결정이었다. 장 회장은 취임 때부터 "미래 산업의 경쟁력은 소재"라고 단언한다. 포스코의 본질을 '제철기업'이 아닌 '미래소재 기업'으로 정의하면서 핵심 사업의 역량과 자원을 재배치했다. 철강 부문에서는 원가 구조를 혁신하고 저수익 자산을 정리해 약 9500억 원의 현금을 창출했다. 인도 JSW그룹과의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 현대자동차그룹과 미국 제철소 공동 투자 등은 공급망 안정과 현지화 전략의 결과다. 친환경 전환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건설 중이고 오는 2030년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수소를 활용한 제철 기술을 통해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미래 친환경 철강 생태계를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에너지소재 부문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둔화를 기회로 삼았다. 포스코아르헨티나 염수리튬 1단계 준공,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완공, 탄자니아 마헨게 흑연광산 투자 등 글로벌 자원 확보에 속도를 냈다. 이는 단순한 투자 확장이 아니라 '광물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포석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고부가 양극재 생산체계를 구축해 차세대 배터리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장 회장은 시장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소재산업의 성장성을 확신하고 있다. '성장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장 회장의 신념 아래 포스코는 글로벌 톱티어 소재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기술 내재화와 원료 확보를 병행하고 있다. ◆덕장형 리더십과 초격차 기술… '미래로의 항해' 장 회장은 기술 중심의 경영자이자 현장형 리더로 통한다. 그는 취임 직후 '100일 현장 동행'을 시작해 전국 제철소, 연구소, 협력업체를 직접 방문하며 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복지·안전·성과평가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경쟁력 강화와 조직문화 혁신을 위한 7대 미래혁신 과제를 추진했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의 리더십은 항상 권위보다 신뢰를 중시한다. 장 회장은 "포스코의 경쟁력은 기술이지만, 기술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위해 능력주의 인사제도를 정착시키고, 임원조직을 슬림화해 의사결정 속도를 높였다. 또한 윤리·준법경영을 강화하고 투명한 소통체계를 통해 이해관계자 신뢰를 구축했다. 취임 후 재무구조 개선도 가시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룹은 저수익·비핵심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며 올해 말까지 누적 2조1000억원의 현금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확보한 자금은 미래 성장 투자의 재원으로 재투입된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부터 3년간 보유 자사주의 6%를 소각하고, 잉여현금흐름의 50~60%를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주당 1만원의 기본배당 외에도 추가 배당을 실시해 최소 2조30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계획 중이다. '재무 건전성은 신뢰의 출발점'이라는 경구는 장 회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그는 기업이 지속적으로 투자하려면 견조한 이익 구조와 책임 있는 배당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무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주주환원을 강화하는 이중 전략은 '이익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장 회장 취임 후 포스코그룹은 글로벌 행보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세계 철강 분석기관 WSD가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부문에서 15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명예의전당에 올랐다. 또한 AI 기반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 산업 대규모 지식모델(ILKM) 개발 등 R&D 투자를 그룹 혁신의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공정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고, 품질 예측과 생산 최적화를 실현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른바 '스마트 제철소'의 청사진이다. 장 회장은 해외 현장 점검에도 직접 나선다. 올해 4월 호주 세넥스 에너지 가스전, 5월 캐나다 얼티엄캠 양극재 공장 현장을 방문해 생산 안정성과 공급망 현황을 직접 점검했고 호주 핵심자원연구소 개소식에도 참석하며 글로벌 자원 확보의 기반을 다졌다. 또한 미국 루이지애나 제철소 건설, 유타 리튬 직접추출(DLE) 프로젝트, 장기 LNG 구매계약 등 미국 내 전략적 투자를 확대 하면서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한미 공급망 협력의 상징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 회장은 "포스코의 기술이 세계 산업 생태계를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며 "철강 한 장, 소재 한 입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AI·수소·R&D로 이어지는 초격차 기술 혁신을 통해 포스코의 다음 50년을 설계하겠다는 것이다. 작금의 통상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거칠다. 그러나 장인화 회장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장 회장은 위기 속에서도 기술과 사람, 신뢰를 바탕으로 포스코의 항해를 이어가고 있다. 철강에서 미래소재로, 위기에서 기회로 그의 2년은 '조용한 혁신'이 '초일류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약력 -생년월일: 1955년 8월 17일 -출생지: 부산광역시 -현 직함: 포스코그룹 회장 (제10대) -경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조선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조선공학 석사 미국 MIT 대학원 해양공학 박사 ◆ 경력 -2011.1~2014.3: 포스코 신사업실장 / 신성장사업실장, 상무 -2014.3~2015.2: 포스코 신사업관리실장, 전무 -2015.2~2016.1: 포스코 철강솔루션마케팅실장, 전무 -2016.2~2017.2: 포스코 기술투자본부장, 기술연구원장 겸임, 부사장 -2017.3~2018.2: 포스코 철강생산본부장, 사내이사 부사장 -2018.3~2021.2: 포스코 철강부문장, 대표이사 사장 -2021.3~2024.3: 포스코 고문 -2024.3~현재: 포스코그룹 회장 /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