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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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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아이(NINE.i) 국내 첫 단독 팬미팅 개최…'WE BELIEVE IN i.ENIN' 기대감 UP

나인아이가 첫 단독 팬미팅을 개최한다. 소속사 퍼스트원 엔터테인먼트는 공식 SNS를 통해 단독 팬미팅 'WE BELIEVE IN i.ENIN' 개최 소식과 함께 메인 포스터를 공개했다. 공개된 포스터에는 'WE BELIEVE IN i.ENIN '라는 타이틀처럼 풋풋한 나인아이의 모습이 담겨 기대감을 높인다. 캐주얼한 의상으로 청량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나인아이는 9인 9색의 소년미를 발산했다.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한편의 청춘영화를 연상시킨다. 나인아이의 이번 팬미팅은 팬들과 더욱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고 소통할 수 있도록 준비되었다. 국내에서의 첫 단독 팬미팅인 만큼, 나인아이의 매력이 가득 담긴 무대부터 다양한 게임을 비롯해 다채로운 코너가 마련될 예정이다. 나인아이는 지난 8월 23일 도쿄 토요스피트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나고야, 오사카를 거쳐 일본 3개 도시에서 화려한 투어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더불어 오는 10월 미국 공연 등 해외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어 나인아이의 글로벌 활약에 기대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한편 나인아이의 팬미팅 'WE BELIEVE IN i.ENIN'은 오는 11월 12일 오후 2시와 5시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에서 개최되며, 오는 13일 오후 2시 멜론 티켓을 통해 예매를 오픈한다.

2023-10-11 11:24:3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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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드 랜드', '제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 폐막작 선정

'제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가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최신작 '배드 랜드'를 폐막작으로 선정했다. 한국에서 최초 상영 예정인 '배드 랜드'는 하라다 마사토 감독의 최신작이자, 현재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는 여배우인 안도 사쿠라가 주연을 맡은 범죄 서스펜스 장르의 영화다. 일본 영화계 거장과 실력파 배우가 만나 현지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으며, 쿠로카와 히로유키 작가의 소설 '경초(勁草)'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세키가하라 대전투'를 통해 제41회 일본 아카데미상우수 감독상과 우수 작품상을 동시 수상한 일본의 대표 감독 하라다 마사토는 이번 영화에서는 감독과 각본은 물론 프로듀서 역할까지 맡았다. 여주인공인 안도 사쿠라 역시 제46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연기파 톱스타이며, 이번 작품에서 특수 사기를 생업으로 하는 하시오카 렌니(네리)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또한, 함께 출연한 야마다 료스케와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사해 관객들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양경미 평론가는 '배드 랜드'에 대해 "초고령 사회인 일본의 어두운 이면을 비추는 작품"이라며 "영화의 시작부터 일본의 경제수도 오사카를 배경으로 부자 노인을 상대로 하는 사기 범행을 자세히 묘사하며, 그 속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젊은 남녀가 희망이 없는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냈다"고 평했다. 실제로, '배드 랜드'는 특수 사기에 가담한 남매를 통해 일본 사회의 어두운 면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한편, 경찰의 집요한 추격으로 갈등을 빚는 인물들을 디테일하게 묘사해 관객들의 눈을 한시도 뗄 수 없게 만든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편, '제12회 서울충무로영화제'는 오는 27일부터 11월 1일까지 총 36편의 작품을 충무아트센터,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중구 일대에서 상영한다.

2023-10-10 11:20:4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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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커, 새 싱글 '미워해' 발매…가을 감성 물씬 발라드

싱어송라이터 겸 프로듀서 크래커(CRACKER)가 새 싱글 '미워해'를 통해 가을 이별 발라드로 돌아온다. '미워해'는 지난 7월 싱글 '난 너와' 이후 약 3개월 만에 선보이는 곡으로 크래커가 프로듀싱에 참여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전작이 여름날 로맨스의 낭만을 전했다면, '미워해'는 처절한 이별의 순간을 담아내며 쓸쓸한 가을 감성을 선사한다. 크래커는 "너를 미워해 아니 사랑해"란 대조적 표현을 통해 떠나간 연인을 향한 미련과 추억에 대한 그리움을 녹여내며 이별을 한층 애틋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크래커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보컬리스트 김호연이 피처링으로 참여해 곡의 호소력을 더했다. 서정적인 피아노 멜로디와 다채롭게 흐르는 기타와 현악기 사운드 또한 곡의 몰입도를 높이며 리스너들의 공감을 자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크래커는 그간 '너의 바다' '그런 날' 등 숨겨진 명곡들을 발매하며 리스너들로부터 '감성 천재'란 애칭과 함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3월에는 가수 CHEEZE (치즈)와 함께한 '대화가 필요해'로 각종 음원사이트 실시간 및 장르별 차트에 이름을 올리며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량을 증명했다. 크래커와 김호연이 함께한 '미워해'는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애틋한 감정을 담아낸 가사와 가을 정서에 걸맞은 이별 감성으로 리스너들의 가슴을 아릿하게 적실 전망이다. 두 아티스트의 완벽한 호흡이 돋보이는 '미워해'는 10일 오후 6시부터 감상할 수 있다.

2023-10-10 11:17:3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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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특집연재-선진 한국의 아버지 '그가 남긴 유언'④

나는 외로움에 시달리기 시작했소. 고독은 지루함으로 이어졌고……. 배신당한 남자가 지루함에 빠질 때 무엇을 원하는지 아시오? 전쟁이오. 나는 전쟁을 원했소. 대포 소리, 비행기 소리, 신음 소리, 피비린내…… 세상의 모든 것이 정지된 그 순간은 외롭고 무료한 남자의 가슴에 평온을 가져다주었소.  대통령은 순간 힘이 치솟는 듯, 불끈 쥔 두 주먹을 앞으로 내밀며 독백을 시작한다.  '유신'은 내가 선택한 전쟁이었소. '유신'의 대군을 이끌고 전쟁터로 나가 빈곤이라는 적을 무찌르는, 인류 전사(戰史)에 영원히 기록될 전쟁 영웅이 되기로 결심했던 것이오.  나는 시끄럽게 떠드는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었소, 그러나 보이지 않는 그늘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대중을 나의 친구로 받아주었소. 그들이 나에게 보내는 뜨거운, 하늘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박수 소리를 듣고 있었소. 잠이 찾아올 줄 모르는 깊은 밤이면 나는 그들의 박수 소리를 들으며 잠들려고 애썼고, 그들의 얼굴을 눈앞에 그리며 미소를 짓곤 했소.  나는 시끄러운 자들을 냉정하게 잠재웠소. 그러나 그들 영혼의 눈길은 어찌할 수 없었소. 지금도 그 원망의 눈초리가 예리한 칼날이 되어 나의 가슴속을 후벼 파고 있소. 일생을 울분 속에 보낸 원망의 눈초리, 동포의 잔인함에 생의 의욕을 잃어버린 멍한 눈길, 컴컴한 지하실에서 동료들에게 당한 수모에 치를 떨고 있는 젊은이들의 공포에 질린 눈길, 아들을 잃은 어머니가 가슴을 쥐어뜯으며 보내는 절규의 눈길, 눈길들이…….  어머니의 절규하는 눈길이 멀어지면서 검은 상복을 입은 어머니들의 모습으로 변한다. 머리를 풀어헤친 채 두 주먹을 높이 치켜들고 절규한다.  "그대에게 저주가 내리리!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저주가 내리리! 그대 영혼에게 고통을 주리다. 내가 받은 고통의 수천 배의 고통을……. 기나긴 밤 아들 모습을 그리는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한지 아느냐? 저주, 저주, 저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저주가 그대의 자식에게 내릴 것이다."  대통령이 그들을 향해 소리친다.  "그대들에게 간절히 애원하나니…… 제발, 내 아들만은 그냥 내버려다오!"  필부의 아들로 태어나지 못한 내 아들…… 오늘 저녁도 가족과 떨어져 육사의 싸늘한 막사에서 흉탄에 빼앗긴 어머니를 꿈꾸며 잠들어 있을 내 아들은 그냥 내버려두시오. 대신 그대들이 내민 복수의 칼날 앞에 내 앞가슴의 가죽을 벗기고 시뻘건 심장을 서슴없이 갖다 대겠소. 제발 내 아들만은 그냥 내버려두시오!  영수! 어디로 가는 거요? 우리의 자식에게 저주를 퍼붓는 그들을 따라간단 말이오? 제발, 그들과 같이 가지 마오. 왜 나를 두고 혼자 가려는 거요? 어서 와 내 손을 잡아주오. 나를 당신이 있는 곳으로 끌어주오. 왜 날 버리려는 거요? 뭐? 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아, 알겠소.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하겠소. 지상으로 내려가 마지막 말을 남기고 당신 뒤를 따라가겠소.  내 영혼이 지상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구나. 차 속에 실려 있는 내 육체를 찾아서.  비서실장! 네 품속은 따뜻하고 네 무릎은 몹시도 포근하구나. 눈물을 거두어라. 마지막 말을 남기기 위해 내가 다시 내 몸속에 돌아왔다. 네 가슴속의 분노를 풀어라. 김 부장이 오히려 내 고통을 끝내주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모진 고통이었다. 그 고통에서 이제는 나도 해방되어야겠다. 비서실장! 이제부터 내가 남기는 마지막 말을 한 자도 빠뜨리지 말고 전해다오.  역사여! 냉혹하고 잔인한 역사여! 이 말을 내가 그대에게 남기는 마지막 부탁으로 이해해다오. 사랑하는 아내의 가슴에 흉탄을 박아 피를 쏟게 했고, 그래서 외로운 생애를 살다가 어린 아들을 남겨놓고 흉탄으로 인생을 끝마쳐야 하는 불쌍한 독재자의 기구한 운명을 너무 가혹하게 다루지는 말아다오. 이제 내가 국민에게, 조국에, 조국의 산야에, 조국의 역사에 바라는 것은 망각(忘却)이다. 사랑하는 역사에 버림받고서도 자기를 미워하지는 말아달라고 애원하며 비는 불쌍한 남자로만 기억해다오.  정치꾼들아! 거간꾼들을 동원해 장터를 벌여놓고 민주주의란 허망한 단어로 착하고 어진 국민들의 땀에 젖은 돈을 후려내려는 그대들! 이것을 내 마지막 경고로 엄숙히 받아다오. 그대들끼리 물고 물어뜯기는 아수라장 노름판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고 하지 않겠다. 하지만 그 판에 순박한 사람을 끌어들여 타락시키지는 말아다오. 그 약속만 지킨다면 다른 것은 눈감아주겠다. 그러니 제발 민족의 장래와 민족의 고통을 판돈으로 걸지는 말아라.  그대들의 입에서 어떤 미사여구가 청산유수처럼 흘러나와도, 그대들의 몸가짐이 어떤 기막힌 연기를 해나가더라도 그대들 가슴속에 숨겨져 있는 고약한 심보는 언젠가 드러날 것이다. 오직 배고픔 때문에 외국인들 앞에서 수치심도 잊어버리고 옷을 훨훨 벗어던졌던 민족의 어린 딸들을 기억해보았느냐? 멀쑥한 양키들 앞에서 과자부스러기를 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했던 민족의 아들들을 한 번이라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느냐? 역사는 변덕스러운 것, 역사가 또다시 미쳐버려 그대들을 벌하지 않는다면, 서글픈 부모가 짓는 한숨이 대지를 뒤집는 회오리바람이 되어 그대들 정치꾼들의 더러운 육체를 세상 밖으로 내던져버릴 것이다.  착한 사람들이여! 이것을 내 작별의 말로 받아들여다오. 나 때문에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 그 누구이든 간에,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외로운 통치자의 서글픈 임종을 기억해다오.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당신들이 주는 그 어떤 원망과 저주도 저승에서나마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그리고 먼 훗날, 그곳에서 아시아의 강국으로 성장한 한반도를 내려다보며 맛볼 수 있는 기쁨이 있다면 그 기쁨을 너희들 모두에게 돌려주겠다.  내 딸들아! 착하게만 자란 너희들! 이 험한 세상에 너희들을 내팽개치고 떠나야 하는 이 아비의 비통한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느냐. 이 몹쓸 아비를 마음껏 꾸짖어다오. 아!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 이 통증이 영원히 지속되는 벌을 받고 싶구나. 내 생명과 세상의 그 어떤 명예와도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너희들, 세상의 어느 자식들보다 아버지를 사랑한 너희들, 그런 자식들을 천애의 고아로 만든 이 아비가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밖에 없다.  그러나 이 못난 아비를 잊어버리고 열심히 꿋꿋하게 살아다오. 그래서 내세(來世)가 있다면―분명히 있어야 한다―나는 거기서 밀짚모자에 소매와 바짓가랑이를 걷어붙이고 논을 일구고 밭을 갈며 낮을 보내다가, 해가 지면 쇠죽을 쑤고, 밤이면 물레를 돌리는 어머니 옆에서 새끼를 꼬며 너희들이 올 때를 기다리겠다. 그리고 그때부터 세상의 어느 아버지보다 훌륭한 아버지가 되겠다고 너희들에게 약속하마.  아들아! 너의 존재는, 비록 내 옆에 있지는 않았지만, 내겐 두려움을 극복하는 힘이었고 원동력이었다. 너는 항상 내 머릿속에 똬리를 틀고 앉아 의연한 음성으로 나를 움직여왔다. 네가 살아가야 할 조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면 나는 내 생명을 한줌의 흙으로 바꾸는 데 서슴지 않았고, 너에게 명예를 유산으로 남길 수 있다면 그 어떤 혹독한 고통도, 천하가 공노할 그 어떤 잔인함도, 그 어떤 비굴함과 간교함도 받아들일 각오가 되어 있었다.  아! 내 조그마한 심장이 수백 수천 갈래로 갈라터져 온몸의 피가 목구멍으로 치받아 올라온다.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너에게 미안하다고, 이 못난 아비를 용서해달라고, 메마른 대지 위에 쓸 수만 있다면!  가여운 아들아! 그러나 역사가 아무리 변덕스럽고 가혹하다 하더라도 이 사실만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조국의 헐벗은 산을 푸르게 만들었고, 조국의 농촌에서 초가지붕을 몰아냈으며, 조국의 농민들에게서 보릿고개라는 단어를 영원히 지워버렸다는 사실을……. 언젠가 때가 되면,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나의 야망이, 나의 집념이, 나의 냉정함이 풍요로움의 원천이 되었다고 이해하는 사람이 등장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내 아들아, 아버지·어머니를 흉탄에 빼앗기고 고아가 되어버린 너의 고통도 한 가닥 흐뭇한 추억으로 회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불쌍한 아들아! 이 말을 내가 너에게 남기는 마지막 말로 받아들여다오. 너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비가 용서를 빈다는 말을.  김 장군! 과묵(寡默)을 방패로 삼고 살아온 내가 너무 혓바닥을 많이 놀린 것 같구나. 혓바닥은 항상 화를 자초하게 마련! 이젠 나를 영수에게로 보내다오. 그래도 시간이 있다면 세월을 거꾸로 돌려 '모래실'에서 보낸 내 어린 시절로 보내다오. 마지막으로 내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을 보고 싶구나. 모래실의 초가지붕에서 흘러나오는, 5천 년 동안 계속되는 가난의 한숨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다.  '모래실'의 봄은 항상 마을 뒤쪽 재실(齋室) 옆 묘지 잔디밭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따사로운 햇볕에 얼었던 땅이 녹으며 폭신해진 잔디밭 위에서 동네 아이들 틈에 끼여 활을 쏘며 병정놀이를 하고 있는 어린 소년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둠이 다가와 비지땀을 흘릴 때쯤이면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집으로 돌아온 소년에게 어머니가 차려주는 나물죽 한 사발은 언제나 꿀맛이었다.  '모래실'의 여름은 모래실의 소년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주었다. 느티나무 밑에 멍석을 깔아놓고 장기를 두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냇가에서 미역을 감느라 텀벙대는 벌거숭이 소년들에게 여름은 어른들의 엄한 감시의 시선으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했다.  '모래실'의 가을은 모래실의 소년들에게 때때옷과 먹을 것을 선물해주었다. 벼이삭으로 뒤덮인 들판 사이를 하나, 둘, 하고 일렬로 걸어다니다가 해질 무렵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미소를 대하면 소년은 투정을 부리고 싶어졌다.  '모래실'의 겨울은 얼어붙은 논 위로 쌩하고 썰매를 지치고 싶을 때면 영락없이 찾아와주었다. 그것은 모래실의 소년에게 쇠고깃국과 흰쌀밥을 의미했다. 어느 설날, 쇠고깃국과 흰쌀밥으로 포식한 후 때때옷을 입고 골목에서 제기를 차고 있는 소년이 보인다.  아! 모래실의 가난이 그립구나. 그곳에서의 가난은 나를 이토록 외롭게 내버려두지는 않았다.  그 순간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탄 차는 국군서울지구병원 정문에 도착한다.  "정지!"  경비병이 소리치며 막아선다. 비서실장이 차창을 내린다.  "나,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빨리 통과시켜라."  비서실장의 고함에 경비병이 경례를 한다.  "충성! ……통과!"  비서실장이 손목시계를 본다. 정확히 7시 55분을 가리키고 있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숨을 거둔 순간이었다.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이 대통령의 가슴을 꿰뚫은 지 14분 만이었다.   <끝> ◆ 홍상화 작가는 1940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거쳐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예지 '한국문학' 주간과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장편소설 '피와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정보원' '거품시대'(전 5권) '사람의 멍에' '범섬 앞바다' '디스토피아' '30-50 클럽', 소설집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 등이 있다. '거품시대'는 조선일보에, '불감시대'는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됐다.

2023-10-10 09:52:5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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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기력 회복을 돕는 보양 재료 '전복'

기력 회복을 돕는 보양 재료 '전복' 몸이 아프거나 기력이 없어지면 자연스레 입맛도 떨어진다. 밥도 안 넘어가고 고기도 싫고, 그럴 때 우리는 '죽'을 찾는다. 죽도 종류가 참 많은데, 맛이 좋고 보양도 되는 죽이라고 하면 많은 이들이 '전복죽'을 먼저 꼽는다.보양식이라고 알려진 음식 중에 고칼로리 식품이 적지 않은데, 자칫 잘못하면 기력을 충전하려다 도리어 다이어트 걱정을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100g당 100kcal 정도에 저지방 고단백 식품인 전복은 그런 염려를 할 필요도 없으며 반면 몸에 좋은 성분은 가득하다. 한중일 동아시아 지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전복은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보양식 불도장의 메인 재료로 사용되며 황제에게 진상될 만큼 오래전부터 사랑받아 왔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복 껍질을 석결명(石決明)이라 하여 눈을 맑게 해주는 약재로도 사용했다. 껍질만이 아니라 실제 전복은 찬 성질을 갖고 있으며, 간에 열이 많이 쌓여 눈이 자주 충혈이 되고 피로할 때 전복을 먹으면 간의 열을 내려 눈을 맑게 하고 피로를 풀어줄 수 있다. 전복을 대표하는 영양 성분은 바로 타우린이다. 자양강장제의 주요 성분으로 잘 알려진 타우린은 어패류, 특히 조개류나 오징어와 같은 두족류에 주로 함유돼 있으며 전복에도 풍부하게 들어 있다. 자양강장뿐만 아니라 생리조절 작용을 하며 영유아의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의 일종으로 분유에 빠지지 않는 성분이기도 하다. 또한 타우린은 뇌졸중을 비롯한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비타민 중에서는 비타민 B군이 풍부한데 그중 판토텐산을 꼽을 수 있다. 비타민 B5로도 알려진 판토텐산은 수용성 비타민으로 3대 영양소의 대사 과정에 관여한다. 즉 필수 영양소의 흡수율을 높여서 에너지로 잘 쓰일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에 기력 회복과 유지에 효과가 있는 아르기닌과 시스테인 성분 역시 전복이 보양식 재료라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계절의 변화로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시기에 전복을 자주 먹으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

2023-10-09 05:27:16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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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특집연재-선진 한국의 아버지 '그가 남긴 유언' ③

그자의 품에 안겨 거짓 신음으로, 간드러진 목소리로, 달콤한 속삭임으로 그자 몸속의 정자(精子)를 야금야금 은밀한 곳으로 받아 챙김으로써 서서히 그자를 무력하게 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녀의 깊숙한 곳에서 곪은 정자를 그녀의 냄새 나는 그곳에 혀를 대는 자들의 입속에다 골고루 뿌려줄 것이다.  뭐라고? '유신(維新)'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비서실장, 김 장군! 왜 그렇게 마음이 약한가? '유신'을 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이나 해보았느냐?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의 패전을 똑똑히 목격한 자들, 특히 약삭빠른 지식인들과 기회주의 장사꾼들의 속마음을 나는 똑똑히 보았다. 이제 한반도가 적화(赤化)의 다음 차례이니 김일성에게 일찌감치 점수를 따놓자는 지식인들과 여차하면 한몫 쥐고 외국으로 튀어버리겠다는 장사꾼들!  너는 모른다. 사이비 지식인들의 간사함을! 그들이 내세우는 민주주의는 겉치레일 뿐, 그들이 진정으로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은 김일성 치하에서라도 상아탑의 특혜만 누리면 된다는 심보이다. 아! 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들의 음흉스런 갈퀴에 또다시 순진한 젊은이들의 코가 꿰여 이리저리 잘못 끌려 다닐 세상을 상상해보니 …… 가슴이, 가슴이 터질 것 같다.  뭐라고? 그래도 '유신'을 좀 더 일찍 끝냈어야 했다고? 끝내야 한다는 말은 맞다. 나 역시 계속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아직은 끝낼 때가 아니었다. 김 장군, 비서실장! 지난 7년의 '유신' 기간 동안 우리가 이루어놓은 것들을 되돌아보아라. 자주국방 의지는 확고히 세웠다고? 그래, 김 장군 말이 맞다. 우리의 국방을 외세에 맡기려는 나쁜 버릇은 없앴으니까. 그리고 그뿐만은 아니다. 경제 분야의 성과를 말하자면 그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뭐라고? 숫자는 큰 의미가 없다고? 아니, 장군을 지낸 사람이 어찌 그리 구닥다리 소리만 하느냐? 내가 국민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말이 있다. "추상적인 언어는 정치꾼들의 음모"라는 말이다. 오직 숫자만이 진실일 뿐이다.  지난 7년의 '유신' 기간 동안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아느냐? 뭐? 그런 사소한 숫자는 알 필요가 없다고? 아니다. 아주 잘못된 생각이야. 사소한 것에 신경을 써야 한다. 숫자가 중요한 것이다. 내가 알려줄 테니 국민에게 꼭 전해다오. 1인당 국민소득이 320달러에서 1,700달러로 증가했다. 드디어 한반도의 동체가 위대한 비행을 위해 이륙한 것이다. '선진국'이라는 신천지를 향해…… 그리고 그 신천지에서 드디어 '선진 한국'이 탄생되는 것이다. 바로, 바르고 밝은 사람들의 고향, '선진 한국'이 탄생되는 것이다.  비서실장! 김 장군! 무슨 짓이냐? 청와대 정문을 그냥 지나치다니! 어디로 가려느냐? 비서실장! 제발 부탁이다.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는 데려가지 말아다오. 그 육체는 이제 땅속 깊숙이 묻혀야 한다. 어떤 영혼도 그 육체 속에 머무르면 안 된다.  그 순간, 중앙정보부장은 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행동을 취한다. 궁정동 안가의 한곳에서 기다리게 했던 육군참모총장에게 사실을 숨긴 채 '대통령에게 유고가 발생했다'며 계엄령 선포를 권한다. 육군참모총장의 건의에 따라 두 사람은 육군본부의 지하 벙커로 가게 된다. 대통령의 영혼은 독백을 계속한다.  남산이 보이는구나. 남산 기슭을 돌아 육군본부 영내로 들어가는 차가 보이는구나. 뒷좌석에 앉아 있는 중앙정보부장과 육군참모총장이 보인다.  정 총장! 옆에 있는 자의 어리석음을 잘 보아두어라. 늙은이의 어리석음은 늙은이의 성욕이 주책없듯이 자기 분수를 망각하게 하고, 아첨에 귀를 기울이게 하며, 강한 자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하는 마력을 지니게 마련이다. 그자는 지금 치즈 냄새를 풍기는 '이아고'의 비열한 거짓말에 넋이 빠져 조국의 자존심과, 민족중흥이라는 선물을 가져다줄 '핵(核)'이라 이름 지어질 뱃속의 생명을 목 졸라 죽인 줄도 모르고 있다.  정 총장! 약삭빠른 미국의 변덕에 놀아날 우리의 후손들을 상상해보았느냐? 악랄한 일본의 횡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우리의 후손들 모습을 그려보았느냐? 지금부터 1년 반 후면 세상에 얼굴을 내밀 '핵'이라는 옥동자, 그 아이는 한국의 모세가 될 수 있었다. 박해받는 유대인을 이끌어 이집트에서 탈출시켰듯이 우리의 치욕스러운 역사로부터 우리를 탈출시켜줄 아이였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며 뚜쟁이짓을 해왔던 우리 역사로부터의 탈출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 모든 것이 허사가 되었구나. '이아고'로 변신한 교만한 미국인이나 야비한 일본인들이 내뱉는 달콤한 말에 넘어간 중앙정보부장의 어리석음 때문에…….  정 총장! 그렇다고 그들을 탓하지는 말아다오. 소련을 견제하려면 인류 역사에서 유일하게 원폭피해를 입은 일본을 우방으로 꼭 둬야 하는 미국의 입장을 이해하면 된다. 멀리 있는 강한 친구는 가까이 있는 강한 자를 견제하기 위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강한 자는 또 다른 가까운 강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두 강대국, 일본과 중국, 두 거대한 기관차가 앞뒤에서 우리를 당겨주고 밀어주는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정 총장! 이 말을 내가 후세의 지도자에게 남기는 충언으로 전해다오.  아! 안개가 나에게 몰려오고 있구나. 내 뺨에 닿는 산뜻한 안개의 촉감. 내 손으로 안개를 걷으리라. 검은 도포를 입은 노인이 돌층계를 내려와 내 앞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노인이 짓는 인자한 미소, 전쟁터에서 성한 몸으로 돌아오는 아들을 맞이하는 노모가 짓는 미소보다 더 따스하고 살가운 미소. 저 미소가 품고 있는 관대한 수용의 힘이 내가 세상에서 저지른 어떤 죄업도 용서한다고 말하고 있구나.  드디어 마음의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이제야 손에 만져지는 모든 것들을 소중히 여길 자신이 생긴다. 노인이 손을 내미는구나. 저 손을 잡아야지. 어! 저 여자가 왜 저럴까? 뒤에서 모습을 감추고 서 있던 소복을 한 여인이 갑자기 노인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다. 나에게 내밀었던 노인의 손을 잡고 간절하게 애원을 하고…… 왜 그럴까? 아, 여자가 고개를 돌리는구나. 아아! 영수다!  "영수! 영수!"  영수가 나에게 가라고 손짓하는구나. 영수! 나는 다시 돌아가지 않겠소. 자식들이 어리다고? 어려도 별수 없소. 난 돌아가지 않으리다. 나를 버리지 마시오. 영수, 당신한테만은 버림받을 수가 없소. 죽음도 구할 수 없는 고행 속에서 나를 구원해준 것은 악마와 천사의 만남, 바로 우리의 만남이었소. 영수, 당신과의 첫 번째 만남은 눈과 눈의 마주침이 아니었소. 당신은 나의 뒷모습만을 보고 나를 택했소. 등을 구부려서 구두끈을 매고 있는 나의 뒷모습을 보고 당신은 '남성답고 듬직하다'고 말했소.  영수! 당신의 순진함은, 당신의 고운 마음씨는 따스한 햇볕이 되어 망망한 대해의 몸부림치는 격랑을 잠재웠소. 파산 직전에 있는 노후한 한 척의 배를 구해낸 것이오. 당신의 아량은, 당신의 인내심은, 당신의 아름다움은 한 송이의 가련한 목련이 되어 발광하는 악마를 시인으로 변모시켰소. 그래서 나는 희망의 시를 썼소.  나의 모든 부족하고 미흡한 것은  착하고 어질고 위대한 그대의 여성다운 인격에  흡수되고 동화되고 정착되어  한 개 사나이의 개성으로 세련되고 완성하리  이 시는 한 사람의 필부(匹夫)로서 남은 인생을 살며 인자한 아버지, 애정 어린 남편이 되겠다는 엄숙한 맹세였소.  아! 그러나 그 맹세는 애초부터 지킬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소. 내 가슴속을 꽉 채운 꿈 때문이었소. 일본 육사 생도 시절에 시작된 그 야망은 우리 조국에 필요한 중화학공업을 일으켜 배고픔으로부터 영원히 탈출하자는 것이었소. 생도 시절에 견학한 중화학 공업단지에서 일본 국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이오. 그것은 용광로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한없이 이어진 철 파이프의 미로였소.  정치 난봉꾼인 지주의 아들이나 파락호들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소. 그들은 조국의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였고, 농민 위에 군림하며, 배고픔을 경험하지 못했소. 그러나 농민의 아들인 우리 군인은 가난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또 보아왔소. 거기다가 우리는 현대교육을 받은 유일한 집단이었소. 조국근대화를 이끌 의무가 주어진 거요. 그리고 그 무리의 맨 앞자리에 불행하게도 내가 서게 된 것이오.  아! 그러나 그게 쉬운 일은 아니었소. 천년이 넘도록 같이 잠자리를 한 패배주의자인 독사가 좀처럼 국민의 옆을 떠나려 하지 않았소. 밤이면 밤마다 그 독사는 국민의 이부자리로 파고들어와 그들 옆에 넌지시 드러누워 동침하기를 원했소. 그러곤 혀를 날름거리며 지껄이기 시작했소.  "너는 할 수 없어, 너는 패배자야, 너는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어! 그게 네 운명이야!"  그때 나는 과거란 어떠한 현재도 지울 수 없는 끈질긴 상처라는 걸 알았소. 과거를 감출 수 있는 길은, 과거와 전혀 다른 미래를 창조하는 길뿐이라는, 바로 그 진실을 깨달았던 거요.  그래서 나는 그러한 미래를 창조하기로 결심했소. 보릿고개를 모르는 농민들의 미래, 초가지붕이 없는 농촌의 미래, 거지와 빈민이 사라진 도시의 미래, 아시아의 군사 강국으로 발돋움한 조국의 미래, 푸른 들판으로 변한 조국 산야의 미래, 선박과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조국 산업의 미래, 천시받는 국민이 아니고 존경받는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한국 국민의 미래…… 나는 이 모든 것을 조국근대화, 민족중흥, 자립경제, 자주국방이라 부르고, 과거라는 독사와 맞대결하기로 한 것이오.  나는 당신과 숨어 있던 둥지에서 움츠렸던 몸을 일으켜 칼을 빼고 혁명가를 부르며 독사에게 맞대결을 선포했고, 마침내 독사는 겁에 질려 땅속으로 기어들어갔소.  영수! 나는 독사에게 이겼소. 적어도 이기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소. 아! 그러나 그것은 성급한 자만이었소. 독사는 땅속에서 꿈틀거리다 다시 기어나왔소.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대중의 가슴속에 들어가 다시 둥지를 틀고 배신감을 잉태시키고 있었소. 사랑했던 순박한 처녀가 실제로 창녀라는 사실을 '선거'라는 진흙탕 속에서 알아냈소. 한 남자가 느끼는 배신감을 당신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오. 설득할 수도 없고 잡을 수도 없는 환영,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수(數)의 힘을 가진 대중은 결국 고마움을 모르는 건망증이 심한 창녀와 같았소.  빈곤이라는 음탕한 생활로부터 구원받은 창녀는 그들의 구원자를 무시하고, 이제는 몹쓸 뚜쟁이들의 부추김에 속아 자유라는 더 깊은 오르가슴에 달하고 싶다며, 허망한 '자유'를 부르짖는, 힘센 젊은 남자에게 은밀한 유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었소. ◆ 홍상화 작가는 1940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거쳐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예지 '한국문학' 주간과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장편소설 '피와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정보원' '거품시대'(전 5권) '사람의 멍에' '범섬 앞바다' '디스토피아' '30-50 클럽', 소설집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 등이 있다. '거품시대'는 조선일보에, '불감시대'는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됐다.

2023-10-06 15:29: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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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휴먼' 슈퍼카인드, 'Profiles of the Future (Λ) : 70%' 앨범 발매

A-idol 그룹 슈퍼카인드(세진, 승, 대이먼, 유진, 건, 시오, JDV)가 첫 번째 미니앨범 'Profiles of the Future (Λ) : 70% (프로파일스 오브 더 퓨처 (Λ) : 70%)'을 발매한다. 지난해 6월 정식 데뷔한 슈퍼카인드는 휴먼 멤버 PRID(프리드, 대이먼·유진·건·시오·JDV)와 AI 멤버 NUKE(누크, 세진·승)가 함께 활동하는 최초의 K-POP 아이돌 그룹이다. 데뷔곡 'WATCH OUT (와치 아웃)'과 올해 3월 발매한 디지털 싱글 'MOODY (무디)'를 통해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며 인터랙티브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특히 롤링스톤 인디아가 선정한 '2022년 최고의 신인 그룹 TOP10' 가운데 2위를 기록했으며, 음악 방송에서도 휴먼과 AI가 함께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신보 'Profiles of the Future (Λ) : 70%'은 슈퍼카인드 일곱 멤버 전원이 참여한 첫 번째 앨범이라 더욱 특별하다. 슈퍼카인드만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가 예고됐다. 타이틀곡 'Beam me up (2Dx3D) (빔 미 업)'은 슈퍼카인드의 슬로건인 '2Dx3D, Dimensions Assemble (디멘션스 어셈블)'을 사운드적으로 구현한 곡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A-idol의 새 역사를 써내려갈 슈퍼카인드의 행보가 기대된다. 슈퍼카인드는 순차적으로 다양한 티징 콘텐츠 공개와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슈퍼카인드의 첫 번째 미니앨범 'Profiles of the Future (Λ) : 70%'은 오는 18일 낮 12시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2023-10-06 11:32:37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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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엑소 출신' 레이, 가수·배우·제작자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로 광폭 행보!

가수 겸 배우 레이(장이씽)가 제작자로 나서 '만능 엔터테이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레이는 연예 기획사 크로모솜을 설립해 첫 번째 소속 아티스트 레비(LE'V, 본명 왕즈하오)의 데뷔 미니앨범 'LE'V 1st EP A.I.BAE(에이.아이.베)' 프로듀싱을 맡았다. 이 밖에도 지난 8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고주일척'의 주연으로 활동하고 지난 8월 중국 심천과 베이징에서 진행한 '2023 대항해·무원불계(大航海·无?弗?)' 투어 콘서트도 매진을 기록하는 등 다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레이가 프로듀싱한 레비의 데뷔 앨범 'A.I.BAE'는 앨범과 동명의 타이틀곡 'A.I.BAE'와 수록곡 'Exchange ID' 2개의 노래를 한국어와 중국어 버전으로 나눠 총 4개의 곡이 담겼다. A.I가 사랑을 경험하고 새로운 차원에 눈뜬다는 서사를 그린 'A.I.BAE'와 신비로운 가상 세계를 묘사하며, 세상이 바뀌어도 변치 않을 사랑을 표현한 'Exchange ID'까지 레비의 솔로 데뷔를 알렸다. 기획사 크로모솜은 레비의 'A.I.BAE'는 발매 당일 중국 SNS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와 한터차트 실시간 앨범차트와 뮤직차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초동 판매량(한터차트 기준,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의 판매량) 5만 6천 여장이 판매됐다고 밝혔다. 레이 주연의 영화 '고주일척'은 역대급 신드롬을 일으켰다. 중국 영화 예매 사이트 덩타(燈塔)에 따르면 누적 티켓판매수익 37억 위안을 돌파, 누적 관객수 8900만명까지 기록해 흥행에 성공했다. 이 밖에도 레이는 중국 영화 중 국산 범죄 영화 및 드라마 영화의 개봉 당일 박스오피스 1위 기록 경신을 이끌었다. 레이는 가수로서도 높은 인지도를 입증했다. '2023 대항해·무원불계(大航海·无?弗?)'는 예매 기간 중국 주요 티켓 판매 플랫폼에서 동시 접속 인원 백만 명의 수치를 나타냈다. 당시 '장이씽(레이 본명) 티켓 예매'가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 위보에서 핫 서치 순위 1위에도 올랐다. 레이는 이번 콘서트 프로듀싱에 참여해 'JOKER', 'NAMANANA', '3Wishes', 'Flying Apsaras', 'Lit', 'Veil', 'Right Back', 'SHEEP', 'Honey' 등 다양한 장르의 곡들로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특수 안경 없이 볼 수 있는 3D스크린, 공중 부상 4면 무대 등 특별한 장치들은 시각적인 재미를 높였다. 향후 레이는 상하이, 난징, 청청 등에서 차례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레이는 "뜨거운 성원을 보내주신 팬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앞으로 개인적인 활동 이외에 연예 기획사 크로모솜의 제작자로서도 나서고 싶다"며 "레비가 저희 회사 아티스트로 앨범을 발매했는데, 이를 계기로 춤과 노래 등 퍼포먼스에 강한 레비의 모습을 보여준 거 같아서 기쁘다. 향후에도 많은 아티스트들이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2023-10-06 11:32:35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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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영화제, 국민심사위원단 모집··· 본상 7개 부문과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 직접 참여

제59회 대종상영화제 위원회가 공정한 심사를 위해 국민심사위원단을 공개 모집한다. 국민심사위원단은 위원회의 직간접 관여를 일체 배제하는 독립적 심사 방식을 위해 마련됐다. 이들은 남·여 주연, 조연, 신인 및 작품상 총 7개 부문과 올해 신설된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 부문 심사에 참여할 예정이고, 위원회는 이를 통해 대중성과 공정성의 균형을 꾀한다. 이중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은 독립 영화와 저예산 영화 발전을 위해 신설된 상으로, 기존의 스타들 뿐만이 아닌 영화계 숨은 공로자들과 함께하려는 대종상영화제의 의지를 반영했다. 국민심사위원단은 해당 부문의 우수 작품과 배우, 스텝 등 숨은 공로자를 직접 추천할 수 있다. 이번 공개 모집에서는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의 관심에 호응하고자 성별, 나이, 학력, 직업 등의 차별없는 100명의 국민심사위원을 선발할 계획이며, 대종상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2022년 10월 1일부터 2023년 9월 30일까지의 개봉작(2023년 추석 개봉작 포함)과 OTT시리즈물 중 하나를 골라 간단한 감상문을 연락처와 함께 제출하면 된다. 최종 합격자는 오는 25일 대종상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되고, 국민심사위원에게는 공식 위촉장 수여 및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티켓이 제공된다.

2023-10-06 11:20:30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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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4주기특집연재-선진 한국의 아버지 '그가 남긴 유언' ②

영원한 이별, 이승에서는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격절감(隔絶感), 그러한 헤어짐이 영수를 향한 나의 사랑을 일깨워주었소.  김일성의 사주를 받은 자가 쏜 총탄이 나를 피하고 당신의 머리를 꿰뚫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시오? 막은 올라갔고 관중이 있으니 연기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소.  나는 경축사를 읽어 내려가면서 머릿속으로는 수술을 받고 있을 당신의 생각보다 관중 앞에서,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시정의 잡개 앞에서, 미친개 옆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궁리하고 있었소. 그 순간에도 다음 장면을 어떻게 연출해야 하는지를 계산하는 숙련된 배우가 되어 있었소. 당신도 알다시피 나폴레옹은 어느 장소에서, 어느 군중 앞에서, 어떤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즉각적으로 알아차리는 탁월한 배우였소. 그가 전 유럽을 무대로 삼았다면 나는 비록 한반도 반쪽이 무대였지만, 나도 그처럼 행동하려 했소.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영웅 존경심리'를 갖고 있소. 그래서 열광적으로 섬길 영웅을 죽을 때까지 찾는 법이오. 그들의 영웅이 되기 위해, 그들의 '영웅 존경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지도자는 연기를 해야 되는 거요.  나는 경축사를 다 읽고 난 다음 당신이 조금 전 앉았던 의자 옆에 흩어져 있는 흰 고무신 한 짝과 핸드백을 주워들고 의연한 표정을 지으며 식장을 빠져나왔소.  승용차에 올라탔을 때 당신이 앉았던 텅 빈 자리가 눈에 띄었소. 식장에 올 때까지 당신이 앉았던 그 자리가 내 가슴을 텅 비게 만들어서 눈을 감았소. 그리고 내 손에 들려진 당신의 흰 고무신 한 짝을 가슴에 꼭 껴안고 눈물을 흘렸소. 그것도 고개를 꼿꼿이 세운 채 말이오. 내가 왜 눈물을 흘렸는지 아오? 당신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음을 알고도 거짓 연기를 해야 하는 내 신세가…… 너무나 한탄스러워서……. 정말 내가 가증스러웠소.  그 순간 주석에서는 정신을 가다듬은 여가수가 가슴에 총탄을 맞아 옆으로 쓰러진 대통령을 반듯이 일으켜 앉힌다.  "각하, 괜찮으십니까?"  여가수가 묻는다.  "나는 괜찮아."  눈을 감은 채 나직한 목소리로 대통령이 말한다.  "진짜 괜찮으십니까?"  경호실장이 화장실 문을 빠끔히 열어 고개만 내놓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대통령은 젊은 여인의 품에 안긴 채 머지않은 지나간 과거, 아내와 이별한 후 지금까지의 과거를 회상한다.  나를 감싸안은 젊은 여인의 향긋한 체취가 내 후각을 자극한다. 젊은 여인의 나신이 눈앞에 다가온다. 반듯이 누워 두 다리를 공중에 들고 있는 젊은 여인의 나신…… 조그마한 발, 공중에 들려 있는 연약한 다리, 그 다리를 버티게 하는 강인한 골반, 으스러질 것같이 가느다란 허리와 풍만한 가슴이 보인다.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젊은 여인의 은밀한 곳, 왕관을 팽개치게 만들고, 피비린내나는 전쟁을 일으키게 하고, 천하의 성인을 천하의 악인으로 만들고, 일개 필부를 영웅으로 변화시키기도 하는 바로 그 내밀한 곳…… 악인과 선인, 범부와 영웅, 미녀와 추녀를 마음대로 만들어내는 곳…… 세상의 모든 변덕스러움이 도사리고 있는 곳…… 나 역시 그곳에 내 몸의 일부분을 맡기고, 뼈저린 외로움을 달래려고 안간힘을 써야 했다.  꼭 감은 여자의 두 눈 가장자리에 희열의 감정이 흐르고, 꼭 다문 여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성이 내 귓전을 스쳐간다.  비록 순간의 착각이었다 해도, 그것은 나이와는 상관없는 외로운 남자의 휴식처였다.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위로였다. 혼자가 된, 나이 들어가는 남자의 변명일 수도 있지만, 나는 피할 수가 없었다. 반려자를 잃고 외로움에 방황하는 나의 피난처요 나의 안식처였으니 그 순간만은 모든 번뇌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이 대통령의 가슴을 꿰뚫은 지 2분 후, 중앙정보부장이 새로운 권총을 손에 들고 들어선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경호실장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경호실장이 쓰러진다. 비서실장은 구석에 붙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 옆으로 다가간다. 여가수와 여대생이 혼비백산하여 방을 빠져나간다.  대통령의 상념이 계속 이어진다.  매콤한 화약 냄새. 그것을 앞세우고 보이지 않는, 만질 수 없는 죽음이 공기를 압축하면서 나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구나. 내 바로 앞에서 머뭇거리다 살짝 피해간 과거의 죽음은 화가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나에게 다가오는 죽음은 잔잔한 미소를 띠고 있구나.  내 머리 옆에 다가온 싸늘한 총구, 그리고 그 총구에서 뿜어나오는 화약 냄새…….  중앙정보부장이 대통령의 머리에 총구를 갖다 댄다. 방아쇠를 당긴다.  "탕!"  대통령의 뇌가 치명적으로 손상된다. 그의 영혼이 육체를 떠나고 있다. 경호실장은 숨을 거두었고, 육군참모총장이었던 비서실장이 경호실 직원 두 명과 함께 숨을 완전히 거두지 않은 대통령을 국군서울지구병원으로 옮기려고 한다.  대통령의 독백이 계속된다.  내 영혼이 내 육체를 빠져나와 대기 속을 유영하고 있구나. 빠른 속도로, 편안한 마음으로……. 몸에 와 닿는 뭉게구름, 산뜻한 공기, 그리고 마음의 평화. 내 영혼이 잠시 머문다. 하늘에서 뻗어 내려온 돌층계가 보인다. 돌층계 맨 위에 빠끔히 모습을 보이는 옛 성곽 위의 지붕. 바람에 넘실거리는 연들처럼 층계 위를 오가는 형형색색의 구름 조각들,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 같다. 저 층계를 올라 세상을 내려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 이곳에서라도 마지막으로 세상을 한 번 내려다보자…….  북악산 기슭이 보이고, 청와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 근처 한곳에 있는 아담한 2층 양옥집 안가의 뜰로 성급히 내려서는 세 사람이 보인다. 그중 어느 건장한 사람의 등에 업혀 있는 왜소한 체구의 사나이…… 짧은 순간과도 같았던 62년의 세월 동안 내 영혼이 머물러 있었던 육체로구나. 저토록 보잘것없고 볼품없이 병들어 있었단 말인가. 주색에 찌들고, 분노에 멍들고, 탐욕에 윤기를 잃고, 비루한 욕망에 퇴색된 내 영혼이 머물렀던 육체…… 개골창에 팽개쳐져도 안타까워할 사람이 하나 없을 정도로 볼품이 없구나.  신이 자비를 베풀어 다음 생에 내 영혼이 머물 육체가 개돼지와 같은 동물의 그것이 아니고 또다시 인간의 몸이라면, 나는 단호히 신의 은총을 거부하겠다. 부서지기 쉬운 나약한 인간의 육체보다 들판이나 산속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아다니다가, 때가 되면 나보다 강한 것의 먹이가 되어 뼈만 남기는 맹수이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음률이 옛 성 쪽에서 들려온다. 아, 저기 누가 층계를 내려오고 있구나. 검은색 도포를 입고 검은색 갓을 쓴 백발의 노인과 노인 뒤를 따라오는, 얼굴은 보이지 않으나 소복을 입은 여인이 보이는데…… 누구지? 구름이 그들의 모습을 가려서 분별이 되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을 누르면서 시선을 아래로 향해본다.  저 땅 위에서 등에 업힌 내 보잘것없는 육체가 내 차에 실리는구나. 내 공기를 마시고, 내 음식을 먹고, 내 여자와 동침했고, 내 삶을 살아온 그 하찮은 육체는 나와 전혀 관계없는 낯모르는 육체다. 뒷좌석 비서실장의 무릎에 놓인 허물어진 나의 육체, 그래도 영혼이 빠져나간 줄도 모르고 육체 속에 남은 피로 영수가 앉아 있던 바로 그 자리를 검붉게 물들이고 있구나.  피야! 더러운 피야! 빠져나와라, 빠져나와라, 한 방울의 피도 남겨두지 말고 너의 육신에서 흘러나와 의자를 적시고, 내 차를 잠기게 하고, 궁정동 안가를 휩쓸어버리고, 그래도 남은 것이 있다면 오늘 저녁을 영원히 너의 핏속에 가두어다오. 역사의 판관들이 찾아낼 수 없도록, 누구보다도 내 아들딸들의 귀와 눈이 듣거나 볼 수 없도록 내 핏속에 깊숙이 가두어다오.  비서실장! 김 장군! 그 육체의 등에 뚫린 총구멍을 왜 손으로 막느냐? 당장 손을 떼라. 제발 부탁이다. 김 장군! 그 육체는 이제 물러날 때가 된 것 같다. 지난 18년의 긴 세월 동안 그 육체는 '위기감'이라는 진흙탕 속을, '외세'라는 비바람 속을, '과욕'이라 불리는 늪지대 속을, 그리고 '냉혹'이라 일컬어지는 얼음판 위로 끌려 다녔다. 이젠 지칠 대로 지쳐버려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  뭐라고?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의 조국은 '시대정신'이 가리키는 길로 가야 한다. 바로 그 길로만 가면 된다. 1960년대는 절대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 우리의 시대정신이었고, 1970년대는 '공산화의 방지'였다. 앞으로 다가올 1980년대는 '민주화', '번영 속의 민주화'가 시대정신이어야 하고, 1990년대는 세계화된 '문화시민 의식의 창달', 그리고 2000년대는 '선진국 진입'이 시대정신일 것이다.  뭐라고? 과욕이라고? 김 장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구나. 선진국 진입에는 50년이면 충분하다. 50년 안에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못하는 것이다.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좌초한 국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일본을 보아라. 메이지 유신 후 50년 만에 미개한 국가에서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제국주의 국가로 성장하게 되었다. 일본 육사생도 시절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이 있다. 그것은 일본이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장군! 이 말을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꼭 전해다오.  김 장군! 김형! 눈물을 흘리지 마라. 너의 무릎에 놓인 가련한 육체를 내려다보고 눈물을 흘리지 마라. 그토록 한심한 육체가 안타까워서 눈물을 흘리느냐? 한 군인으로서, 한 남편으로서, 한 아버지로서 그 육체는 더러운 인생살이를 살아왔다. 전쟁터의 포화 속에 전우 옆에서 죽어야 할 군인이 젊은 여자들을 옆에 끼고 부하의 총탄에 피를 흘리며 비참한 죽음으로 인생을 끝내는 중이다. 착한 마누라를 만인이 보는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흉탄에 피를 흘리며 젊은 몸으로 죽게 했다. 그리고 어린 자식을 홀로 남겨두고 버림받은 탕아로 횡사를 자초한 수치스러운 아버지로서 그 육체는 이제 이 험악한 세상살이를 끝마치려고 한다.  김 장군! 비서실장!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못하겠느냐? 그 남루한 육체를 둘러메고 당장 청와대로 들어가라. 청와대 2층 내 침실 침대 위에 올려놓고 내 육신의 흔적이 남지 않도록 폭파해버린 다음 국민에게 말해다오. 국민의 사랑을 받던 대통령은 서기 1979년 10월 26일 밤 적군이 설치한 폭탄에 희생되어 62세를 일기로 세상을 하직했다고.  대통령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갑자기 고개를 옆으로 돌려 누군가를 노려본다.  뭐라고? 후계자가 누구였으면 좋겠냐고? 비서실장! 조금도 걱정 말아라. 권력은 더러운 작부(酌婦), 가장 강하고 가장 잔인하고 가장 무자비한 자의 품에 안겨 연지 곤지 찍고 아양을 떨게 마련이다. ◆ 홍상화 작가는 1940년 대구에서 출생해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거쳐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 및 대학원을 졸업했다. 문예지 '한국문학' 주간과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겸임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장편소설 '피와불'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작품을 영화로 각색해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했다. 2005년 소설 '동백꽃'으로 제12회 이수문학상을 수상했다. 주요작품으로 장편소설 '정보원' '거품시대'(전 5권) '사람의 멍에' '범섬 앞바다' '디스토피아' '30-50 클럽', 소설집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 등이 있다. '거품시대'는 조선일보에, '불감시대'는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됐다.

2023-10-05 10:42:0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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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 5개월 만의 신곡! '디키즈, 화이트 티, 나이키' 발매

싱어송라이터 민수가 새 싱글 'Dickies, White Tee, Nike'를 공개한다. 지난 5월 발매한 'Buddy' 이후 약 5개월 만에 신보다. 'Dickies, White Tee, Nike'는 민수의 지난 사랑을 담은 곡으로 중독성 강한 후렴구와 멜로디와 랩 사이를 넘나드는 톱 라인이 인상적이다. 특히 지나간 연인을 특정 브랜드로 언급하는 민수 특유의 위트 있는 가사가 듣는 재미를 더욱 높일 예정이다. 민수는 'Dickies, White Tee, Nike' 발매 후 색다른 공연으로 팬들과의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 7월 개최한 공연 'HAPPY BIRTHDAY MINSU'에서는 전 좌석 매진을 기록한 민수이기에 그가 펼칠 단독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벌써부터 증폭되고 있다. 민수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노래하며 자신만의 사운드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아티스트다. 그가 선사할 또 다른 사랑 이야기 'Dickies, White Tee, Nike'는 어떻게 완성될 지 호기심이 모인다. 한편, 민수는 삼성 비스포크 서머 무비 OST 'BE with me', 애플 아이패드 광고 음원에 삽입된 '민수는 혼란스럽다', 이니스프리와의 협업 음원 'I Like Me' 등 다양한 브랜드와 공동작업 곡을 선보였으며, 다수의 매거진에서도 활약하는 등 멀티 엔터테이너로 폭넓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3-10-05 10:34:00 최규춘 기자